과거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별개였다. 온라인에서 옷을 주문하면 택배가 도착할 때까지 며칠을 기다려야 했다.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된다. 온라인에서 색상과 사이즈, 디자인 등을 선택해 주문하고 해당 매장에 가서 직접 피팅을 해보고 입고 오면 된다. 책이나 커피, 세차, 청소, 택시, 숙박업소까지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주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우리 생활 속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O2O 서비스에 대해 알아본다.
(*이미지 출처: Navin Penrat/shutterstock.com)
#1 영업사원 김모씨. 도로가 자주 막히는데도 불구하고 업무 특성상 자동차를 끌고 다닐 수밖에 없다. 제품 홍보책자를 비롯해 서류 뭉치가 많기 때문이다. 영업을 하면서 그에게 가장 힘든 건 주차 문제다. 주차를 하려면 빌딩 주위를 몇 바퀴를 돌아야 한다. 주차 구역 외에 주차를 했다가 견인을 당하기도 했고, 비싼 주차장에 댔다가 몇 만 원의 주차요금을 물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주차 O2O 서비스가 있어 불편함이 없다. 고객사 빌딩 주위의 주차장을 미리 검색해서 저렴한 주차장을 예약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2 큰 맘 먹고 강원도에 전원주택을 구입한 박모씨. 주말엔 한적한 시골에서 꿈 같은 생활이 펼쳐진다. 하지만 직장이 서울이라 강원도에서 출퇴근할 수가 없어 주중엔 전원주택을 비워두고 서울에서 두 집 살림을 해야 하는 신세다. 얼마 전부터는 주중에 전원주택을 세를 내주고 쏠쏠한 부업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 그와는 정반대로 주중엔 강원도에서 일을 해야 하고 주말엔 서울에 올라와야 하는 사람에게 숙박 앱을 통해 세를 내준 것이다.
바야흐로 O2O 전성시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주는 O2O 서비스가 세상에 처음 소개된 건 2010년 무렵부터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부터 O2O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성장세를 타기 시작했고 3년이 지난 현재 쇼핑, 이사, 부동산, 숙박, 금융, 세차, 세탁, 카셰어링 등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최근엔 생선회와 같은 신선식품 배달은 물론 매장을 직접 방문하는 유사쇼핑 등으로 업그레이드됐고, 네이버나 다음 카카오 같은 포털 업체까지 O2O 시장에 뛰어들어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O2O 서비스 시장, 앞으로 더 커진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조1000억 원이던 국내 O2O시장 규모는 2016년 3조 원에 이어, 오는 2020년엔 8조700억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가 2017년 ICT 이슈로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핀테크 등과 함께 O2O를 꼽은 걸 보더라도 O2O는 스마트폰의 확산과 함께 다양한 생활 영역으로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더구나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개인화, 위치기반 서비스 등을 기반으로 O2O 서비스는 앞으로도 더 확대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여기에 정부도 O2O 활성화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새로운 정부 출범과 함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O2O 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마련, 관련 부처와 협의를 거쳐 오는 12월 정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동안 오프라인 중심의 규제로 인한 서비스 제한, 온오프라인 중복 규제, 기존 업계의 반발 등 O2O에 불리하게 작용하던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고차 경매서비스, 전세버스 중개서비스, 가사 도우미 서비스, 반려동물 택시 서비스 등이 위법 논란으로 인해 서비스 출시가 지연되거나 비즈니스 자체를 변경해야만 했던 사례들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이처럼 O2O 서비스가 확대되다 보니 네이버나 다음 카카오 같은 대형 포털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네이버는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에 350억원을 투자, 인공지능 기술과 자율주행 로봇 등을 활용해 O2O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고, 다음 카카오는 직접 다양한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카카오톡 주문하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같은 O2O 서비스는 기존 오프라인 서비스의 품질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같이 상생해야 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 까닭이다. 예를 들어, 음식배달 앱 서비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앱의 사용 편의성은 물론 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음식의 품질도 같이 좋아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숙박공유 앱을 통해 숙소를 예약했는데 숙소가 지저분하고 서비스가 좋지 않다면 그 숙박공유 앱에 대해 불신하는 건 자명한 일이다.
O2O 서비스의 종류
O2O 서비스는 처음에는 온라인을 통해 오프라인 고객을 유도하겠다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즉, 오프라인 매장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건데 온라인에서 구매해 오프라인을 통해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구조를 띠고 있다. 그 다음으로 발전한 것이 오프라인 서비스를 직접 이용하게끔 간편 결제를 가능케 하는 서비스로 발전했다. 최근엔 온/오프라인을 연계 통합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데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면 비콘(Beacon) 등을 통해 소비자를 인식해 온라인으로 할인쿠폰이나 상품 정보 등을 전송해 다시 구매를 유도하는 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재의 국내 O2O 서비스는 아래와 같이 크게 3가지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 배달 O2O 서비스: O2O를 활용한 배달 서비스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음식 배달에서부터 꽃 배달, 포장이사, 집 청소, 배달 대행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과거엔 음식 배달 위주로 서비스됐던 것이 최근엔 신선 식품 배달 등으로 확대됐다. 기존 배달 O2O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반찬이나 국, 샐러드, 도시락, 생선회 등도 가능해졌고 빵집에서 갓 구운 빵도 따뜻한 상태로 배달이 가능하다. 이삿짐이 적은 자취생을 위해 저렴한 가격에 포장이사를 해주는 원룸이사 서비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 배달 O2O 서비스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이 대표적이다.
◆ 장소 O2O 서비스: 장소 O2O는 크게 숙박과 부동산으로 나눌 수 있다. 숙박은 ‘야놀자’나 ‘여기어때’가 유명하고, 부동산은 ‘직방’, ‘다방’이 인기를 끌고 있다. 숙박의 경우 제휴 객실의 사진이나 이용요금, 사용자 후기 등을 비교 검토한 후 자신이 원하는 숙박시설을 예약할 수 있고, 부동산의 경우 직접 발품을 팔아 돌아다니는 것보다 훨씬 많은 방을 빠른 시간 안에 비교 검색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 차량 O2O 서비스: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카카오택시’가 대표적. 택시를 잡느라 기다리는 시간을 절약하고 차량 번호나 기사 정보를 제공해 여성들의 불안함을 해소한 것이 주효했다. 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우버’의 경우 우리나라의 법적 한계와 기존 택시 업계의 반발 등으로 무산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차량 O2O 서비스는 차량 공유나 대여, 주차, 세차, 차량 정비 서비스 등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 밖에도 최근엔 뷰티나 패션, 헤어, 쇼핑 등으로 O2O 서비스가 진화하고 있다. 원하는 헤어스타일을 선택 후 미용실을 예약하는 헤어샵이나 상품을 스캔하면 구매 후기를 비롯해 다양한 정보 및 배송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마트 O2O, 구두를 촬영해서 사진을 올리면 닦을 것인지 수선할 것인지 배달원이 수거해 다시 가져다 주는 구두 수선 O2O도 있다.
O2O 서비스에서의 보안은?
O2O 서비스는 서비스 유형에 따라 연락처, 예약∙주분정보, 위치정보 등 다수의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하고 있다. 따라서 O2O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고객에게 정보 수집과 활용에 대한 사전 동의와 함께 침해사고로 해당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보안을 위한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사업자는 법이 정한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를 의무 이행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고 정보 유출 등의 사고를 일으킬 경우 과징금, 과태료, 책임자 징계와 같은 행정처분은 물론 민형사상 책임도 져야 한다. 실제로 올해 숙박 앱 해킹으로 인해 개인정보 340만건이 유출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O2O 서비스는 세계적으로 급성장하는 산업이고, 스타트업이 창업하기 좋은 아이템이다.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사업을 시작한 이들 기업들은 서비스와 마케팅에 중점적으로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보안에 큰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O2O 서비스 기업들은 서비스 기획이나 개발단계부터 보안 위협 검토와 대응 방안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특히 고객의 민감한 정보를 소중히 지켜야 한다는 기본적인 보안 의식과 더불어 보안에 대한 노력이 비용이 아닌 투자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