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추석명절 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예년보다 연휴가 길다는 얘기도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고 봅니다. 연휴라는 개념으로 보면 5일이지만 추석명절 휴일은 3일이라 다른 때와 똑같습니다. 그리고 명절 앞에 쉬는 것은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명절 뒤로 3일을 쉬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 일반적인 얘기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70%가 단시간에 접종을 한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하다는 자랑을 하고 있던데 정말 청와대의 인식이 놀랍습니다. 우리에게 백신만 좀 더 일찍 보급되었더라면 벌써 끝났을 일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께서 후안무치한 것인지 청와대 보좌관들이 대통령을 속이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제가 대통령이라면 저런 말을 절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국민들께서 이렇게 잘 협조해주시는데 정부 정책의 실수로 늦게서야 70%접종이 돼서 정말 죄송하다는 얘기를 해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무슨 자화자찬이나 일삼는지 모르겠습니다.
올 추석도 우울한 명절이 되고 말았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는 우리 국민들이 이마 다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10월말부터 한국도 단계적 일상회복, 소위 ‘위드 코로나’로 간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걸 하려면 많은 설득과 이해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당장 ‘위드 코로나’는 확진자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국민의 30%가 부스터샷을 맞은 이스라엘도 매일 확진자가 1만명씩 나오고 있죠.
미국과 유럽 등도 마찬가집니다. 하지만 한국은 처음부터 개인의 자유를 강조했던 서구식 방역을 따라갈 순 없습니다. 국민 정서에 안 맞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참고 사례로 나오는 게 싱가포릅니다. 강력한 방역을 유지하면서 ‘위드 코로나’로 가는 거죠.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습니다. 싱가포르는 국민의 80%가 위치추적 앱을 깔고 다닙니다. 과도한 인권 침해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싱가포르는 인구 수백만의 도시국가입니다. 규모가 훨씬 큰 한국이 참고하기엔 여러 한계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생각하는 ‘위드 코로나’는 뭘까요. 또 한계는 어떤 게 있을까요.
정부가 말한 집단면역은 불가능
"코로나 상황이 진정돼 나가면 방역과 일상을 조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역체계로 점진적 전환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는 대로 접종 완료자 인원 제한을 완화하는 등 앞으로 점점 더 영업 정상화의 길로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문재인 대통령. 9월 6일 수석보좌관회의.
이 말을 하기 무섭게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다음날인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10월 말까지는 최대한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단 (10월 말부터는) 위드 코로나 적용을 해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언제쯤 위드 코로나 적용을 예상할 수 있냐“는 신현영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 말이죠.
전날 문재인 대통령은 단계적인 일상회복, 즉 ‘위드 코로나’를 말하면서 "백신 접종률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접종속도를 보이고 있다. 백신에서도 앞서가는 나라가 되는 것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마치 방역과 백신 수급이 잘 되고 있다는 것처럼 들립니다.
국민 희생 갈아 넣은 K방역
본질은 그게 아닙니다. 대통령이 자랑하는 K방역은 역학조사 철저히 하고, 거리두기 빡세게 하는 겁니다. 여기엔 의료진의 헌신과 국민의 희생이 뒤따랐죠. 하지만 이젠 그 효과가 불분명 합니다. 심지어 거리두기를 더욱 강화했지만 유행세가 잡히지 않고 있죠.
오주환·김윤 서울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거리두기는 1·2차 유행 때만 효과가 있었고, 3·4차 때는 없었습니다. 7월부터 이동 제한을 했는데, 상업지역 방문량은 줄지 않았죠. 저녁 모임을 금지하면 뭐하나요. 점심엔 다닥다닥 붙어 앉고, 출퇴근길 지하철과 버스는 만원입니다.
설날엔 가족 모임도 금지하고, 여럿이 모이면 신고포상금까지 걸더니 대통령은 다섯 명이 저녁 먹고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추석 때 집에선 8명까지 된다면서, 야외서 하는 성묘는 왜 4명 제한입니까. 도대체 9시 금지와 10시 금지는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2명은 가능하고 3명은 불가능한 이유는 뭔가요.
주먹구구식 거리두기의 한계
지난주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은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자 시간대별 데이터’를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정부는 그런 자료는 없다고 했습니다. 정부는 “정확한 접촉 시간대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음주하며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감염 가능성이 커진다”고 해명합니다.
어느 시간대에 감염이 많은지 파악도 안 해놓고, 운영시간 제한은 왜 한 걸까요. 과학이 아니라 주먹구구였단 얘깁니다. 재난지원금만 해도 비대면 사용이 어려워 확산지원금이란 비판이 나옵니다. 배달앱과 온라인몰에선 쓸 수 없습니다. 차라리 백신 접종률이라도 높아진 다음에 지원금을 주면 낫지 않을까요.
결국 ‘위드 코로나’는 거리두기 약발이 다했고, 다양한 변이로 코로나 종식은 어려우며, 정부가 말했던 집단면역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결론입니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고통만 가중시키면서 효과도 없는 거리두기를 지속하기 부담스럽다는 인식도 작용했을 것이고요.
“짧고 굵게”에서 “굵고 길게”
사실 ‘위드 코로나’라는 표현은 뜻이 애매한 단업니다. 코로나의 완전 종식은 불가능하니 독감처럼 함께 살자는 정도의 뜻입니다. 방역 정책은 지금과 같은 확진자 수가 중심이 아닌, 중환자와 사망자 수를 관리하는 지속가능한 방역 체계로의 전환을 의미하고요.
지금 필요한 건 대통령과 정부의 친절한 설명과 이해, 설득입니다. 자화자찬 하다 말고 갑자기 ‘위드 코로나’를 이야기 하고, 쥐도 새도 모르게 “짧고 굵은” 방역이 “굵고 길게” 변합니다. 특히 대통령이 한 마디 툭 던지면 곧바로 시행되는 방식,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도 무너지고 있습니다.
단계적 일상복귀는 정말 필요합니다. 그러나 과학적 근거도 없이 청와대와 일부의 사람들이 모여 주먹구구식으로 결정하는 방식이어선 안 됩니다. ‘위드 코로나’는 지금보다 훨씬 국민의 삶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대통령과 정부가 더욱 투명하고 자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소통의 노력이 필요합니다.>중앙일보, 윤석만 기자
제가 작년 추석에 아이들에게 한 얘기가 ‘올 명절은 고향에 가지 말고 성묘도 가지 말고 다음 명절에 가라’고 하는 정부 방침에 대해 한 말이 2020년의 추석은 2020년으로 끝나는 것이지 ‘다음’은 없다는 거였습니다. 저는 그래서 지난 추석도 설도 다 예년 명절과 똑같이 보냈습니다. 아우네 식구들과 함께 차례 모시고, 고향에 성묘 다녀오고, 졸업생들 집으로 찾아와서 같이 밥 먹고 즐겁게 보냈습니다.
정부 정책에 무조건 순응하는 우리 국민들을 밖에서는 이상하게 본다는데 우리 정권도 그렇게 우습게 보고 일을 하는 것은 아닌지 정말 의문이 갑니다. 이젠 명절까지도 정부가 통제하는 이상한 일상이 되었는데도 우리 국민은 여전히 정부 정책에 순응하고 있습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이 바뀌지 않아야 하는 것들이 무척 많은데 우리는 정권만 바뀌면 좋은 정책도 다 바뀌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방역정책은 어디선가 매우 잘못된 것임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새 정권에서 이 방역대책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와 우리에게 맞는 타당한 정책을 세웠으면 좋겠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