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문제에 관심을 갖기에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헤쳐나가는데도 힘겨운 20대 후반의 청년백수 최미라는 이러한 자신의 신세에 답답하던 차에 제주도 강정마을에 책을 기부하는 행사를 알게 되고 삼 만권의 책을 나르는 배에 승선하게 된다.
배에는 3백여 명의 자원봉사들이 타고 있고, 미라는 본인의 심정에 더 몰두하지만 자연스럽게 배에 승선한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면서 어렴풋하게나마 강정마을에 대해서 알게 된다. 하지만 제주도에 가서 개인적 힐링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한 미라. 아무 생각 없이 배를 탄 주인공은 과연 그곳에서 어떤 일들을 겪게 될까?
총 대신 책으로!
환경과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영화
<영화판> 허철 감독의 두 번째 다큐 이야기
<미라클 여행기>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서정적인 음악,
최인호 화백의 위트 넘치는 그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감성 로드 다큐멘터리
‘힐링’을 소망하는 청년백수 최미라가 ‘십만대권 프로젝트’에 동참하며 제주도를 가게 된다. ‘일강정’이라 불리며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칭송 받는 마을. 사시사철 맑은 물만 흐르는 냇길이소, 강정천 끝에서 보이는 가슴 트이는 바다 풍경 등 강정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 폭의 그림 같이 담았다.
아울러 재즈 블루스 음악의 ‘강허달림’, 한국 포크음악의 대를 잇는 ‘손병휘’, 독특한 음색이 특징인 ‘한국인’, 부산 소재 미국인 뮤지션 ‘Violet Lea’와 ‘Gino Brann’의 감미로운 선율이 영화의 감성을 더해준다. 이러한 다양한 음악인들 외에도 최근 한국 화단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젊은 미술인 최인호 화백은 영화의 핵심 장면들을 우화적인 이미지로 표현했다.
“부모자식도 서로 안 봐요.”
8년 간 파괴된 우리 사회 공동체의 이야기
사이렌이 울리는 순간, 미라의 힐링에 대한 기대도 일장춘몽이 된다.
면도날로 베어내듯이 행복했던 영화 분위기는 급전하면서 상처투성이인 제주도의 자연과 마을주민들의 마음을 보기 시작한다. 마을은 파괴되었다. 환경도 파괴되었고 ‘관계’도 파괴되었다. 길 건너 마주보고 있는 노란 깃발과 태극기, 서로 외면하는 주민들, 국가 정책은 부모자식과 친형제 사이마저 갈라놓았다. 오직 영화인들의 재능 기부와 시민들의 후원으로 제작/배급되는 영화 기존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참여 스태프들의 재능 기부로 탄생한 영화로 배급비 또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마련되었다. 뜻을 함께 한 영화예술인들이 모여 제작을 이뤄냈고 배급 및 마케팅은 관객과 시민들의 도움을 받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만들어졌다. 시작부터 끝까지 상업 자본의 도움 없이 예술인들의 힘만으로 이뤄진 영화다.
‘십만대권’에서 ‘힐링상륙작전’으로!
미라클 여행자는 여행자 최미라의 시선으로 2013년 진행됐던 ‘강정 책마을 십만대권 프로젝트’를 동행한 영화로 총 대신 책으로 강정마을에 평화를 정착시켜서 상처받은 마을주민들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치유되기를 소망하는 영화다.
‘강정 책마을 십만대권 프로젝트’는 2012년 11월에 24명의 작가들이 제주 강정마을을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13년 3월 260명의 작가들이 모여 강정마을에 명화도서관을 만들자는 제안을 했고, 4월에 <평화책방> 1호점이 강정마을에 문을 열었다. 6월에는 강정마을로 십만 권의 책을 모아 보내자는 시민운동이 시작되어 책으로 평화를 이루려는 자발적 시민연대가 형성됐다.
4개월이 지난 2013년 10월 17일에 400여 명의 시민들이 3만5천 권의 책을 배에 싣고 강정마을을 찾았고 마을의 화합을 염원했다. 강정을 해군기지가 아닌 평화의 마을로 기억되기를 원했던 마음에서 시작된 십만대권 프로젝트는 작가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지지 속에서 마무리를 맺었다.
최근 강정마을을 주제로 한 예술 전시가 열리고 있는 등 평화와 연대의 가치를 일깨워주었던 십만대권 프로젝트의 뜻은 미술, 영화의 예술계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십만대권 프로젝트의 여정에 동참했던 주인공 최미라의 시선으로 강정마을의 현실을 담은 이 영화는 해군기지 건설의 찬반 논쟁보다는 마을공동체의 소통과 평화의 복원에 대한 고민을 보여준다. 특히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과 감미로운 음악들이 어우러져 많은 이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천안함 프로젝트>부터 <카트>까지. 정치적 영화들의 선전
2014년 한국 영화계는 정치적 이슈를 다룬 다양한 영화들이 홍수를 이뤘다. <천안함 프로젝트>부터 <또 하나의 약속> <다이빙벨> <한공주> <카트> <변호인>까지 논쟁거리가 되는 소재들이 풍년을 이룬 한해였다. 위 세 작품은 모두 국가와 재벌이라는 거대한 권력조직에 대한 저항적 영화들이다. 아무도 제기하지 않는 의문을 던지고 관객들에게 비판적 대안을 제시해줬다는 점에서 올해 한국영화의 다양성에 일조를 했다.
이런 경향은 2015년에도 계속 이어질 듯하다. 현재 펀딩21과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는 <미라클 여행기>의 허철 감독은 20대 후반의 청년백수가 가벼운 마음으로 제주도 강정마을을 여행하며 원하지 않았던 정치적 이슈의 현장을 목격하게 되면서 겪는 여행기다.
2014년의 사회성 짙은 영화들이 사건과 이벤트를 심층 고발했다면 <미라클 여행기>는 그러한 정치적 사회적 사건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복원할 수 있을까에 주목하는 영화다. 좌우 진영 논리나 어떤 사건에 대한 찬반 논리의 이분법적인 편 가르기에서 벗어나서 일반인의 시선으로 사람들의 ‘상처받은 마음’에 강조점을 주는 보편적 시선의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