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 약찬게 열두 번째 강설(7)묘덕원만구바녀 妙德圓滿瞿婆女
화엄경 약찬게 열두 번째 강설(7)
❂ 묘덕원만구바녀 妙德圓滿瞿婆女
묘덕(妙德) 원만신과 석씨여인 구바
선재가 다시 묘덕신妙德神이 머물고 있는 남비원에 이르러 보살도를 묻자 묘덕이 다음과 같이 법을 설해 줍니다.
“선남자여, 보살은 평등한 광명으로 태어나니, 이 보살이 ‘여러 가지 행을 구족하고 중생을 널리 교화하되, 모든 가진 것을 능히 버리고 부처님의 청정한 계율에 머물려, 참는 법을 구족하여 부처님의 법인法忍의 광명을 얻으며, 깨긋한 지혜가 원만하여 지혜의 해로 모든 법을 다 밝히며, 장애없는 눈을 얻어서 진실한 법의 성품이 들어가게 하여지이다’ 하느니라.”
묘덕신은 10지 중제9 선혜지善慧地에 해당합니다.
보살의 9지는 뛰어나서 어떠한 곳에서도 가르침을 설할 수 있습니다. 경장經藏(경전의 창고)에 깊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불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 경전의 창고에 깊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진귀한 보물일수록 깊은 곳에 감춰둡니다. 그 보물은 손에 넣으려면 깊은 곳까지 들어갈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불보살님들은 모두 이 보살의 지위를 넘어섰기 때문에 중생들의 모든 근기, 모든 마음, 모든욕망, 그리고 갖가지 모든 이치를 잘 알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설법을 해줍니다.
9지의 보살은 사무애변四無礙辯으로 설법합니다.
<사무애변>
⓵ 법法무애변 : 가르침에 관해 막힘이 없는 것
⓶ 의義무애변 : 가르침의 내용을 잘 알아 막힘이 없는 것
⓷ 사辭무애변 : 여러 말에 능통하여 자재로 구사하는 것
⓸ 요설樂說무애변 : 이와 같은 3가지 이상의 지혜로써 설법에 자재한 것
이 중에 어느 하나만 부족해도 설법이 자유자재로 안 됩니다.
선재는 묘덕신으로부터 가비라성의 석釋씨 여자인 구바瞿婆에게 가서 보살이 나고 죽는 속에서 중생을 교화하는지 물어보라는 말을 듣습니다.
구바녀를 찾아간 선재는 “마음의 광대한 서원을 버리지 않고, 방편문에 들어가 여래의 큰 공덕 바다를 성취하였고, 묘한 변재를 얻어 중생을 조복시키고 거룩한 지혜의 몸을 얻어 항상 수행하고, 모든 중생의 마음과 행이 차별함을 알아 불도에 나아 가는가?”라고 묻습니다.
이에 구바녀가 법을 설해줍니다.
“선남자여, 만약 보살이 법을 성취하면 인드라 그물 같은 넓은 지혜 광명인 보살의 행이 원만해지리라, 지혜를 얻는 연고이며, 부처님의 법을 듣는 연고이며, 항상 세상 부처님을 버리지 않는 연고이며, 모든 여래가 보호하고 염려하는 연고이며, 생사를 모두 끊는 연고이니, 이것이 열반을 성취하는 것이니라.”
구바녀는 10지 중 제10 법운지法雲地에 해당합니다.
법운지는 법의 구름이 감로의 비를 내리는 것과 설법으로써 진리의 비를 내리게 하는 구름과 같다는 말입니다. 법운지에 머물면 한 부처님이 내리는 큰 광명의 비를 맞으며, 두 부처님이나 세 부처님, 내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부처님이 일으키는 큰 법의 구름과 비도 다 능히 맞아 들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맞는다’는 말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는 뜻입니다.
또한 10지의 보살은 자재력을 갖습니다. 보살이 이 지위에 머물면 지혜로써 최상의 자재한 힘을 얻어, 국토를 늘이기도 줄이기도 하고 청정하게 하거나 깨끗하게 하는 위신력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상투에 꽂는 계명주髻明珠라는 보물이 있었습니다. 옛사람들은 금이나다. 그 스님은 항상 묘정이라는 시봉을 데리고 다녔습니다. 묘정은 시봉을 드는 한편 사시巳時 마지불기를 물가에 가서 씻곤 했었는데, 그때마다 거북이 한 마리가 물 위로 고개를 내민 것을 보고는 밥풀을 먹여 주었습니다.
이윽고 경전산림이 끝나갈 무렵 거북이를 보고 “세상 만물은 모두 은혜를 아는데 너는 나에게 무엇으로 갚을 테냐?”라고 농담을 한마디 했습니다.
마지막 날 거북이가 물속에서 나오더니 입에서 뭔가를 토해냈는데, 다름 아닌 수정구슬이었습니다. 묘정이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않고 그 구슬을 허리춤에 숨겨서 차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후로 묘정을 보는 사람마다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왕 또한 이유 없이 묘정이 좋아져서 자주 찾곤 했는데 그럴수록 그는 구슬을 더욱 소중히 간직하였습니다.
마침 나라에서는 중국에 사신을 보낼 일이 있어 왕은 묘정을 딸려 보냈습니다. 중국에서도 보는 사람마다 묘정을 좋아해서 이것을 이상하게 여긴 관리 하나가 문득 묘정의 몸을 뒤져 구슬을 찾아냈습니다. 이것을 왕에게 바쳤더니 반색을 하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4개의 구슬 중에 잃어버린 하나라며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구슬을 잃고 난 후로는 묘정을 봐도 사람들은 무관심해졌다고 합니다.
몸에 구슬을 지닌 것으로도 이런 변화가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불자들은 값을 매길 수 없는[無價寶,무가보] 보물을 하나씩 가지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관세음보살‘같은 불보살님들의 명호’ ‘이 뭣고’ 화두, 매일 수지 독송하는 경전의 구절구절이 무가보의 구슬입니다. 조개가 오랜 시간 자신의 속살을 쓸어안으며 진주를 만들어 내듯이 이런 갖가지 기도와 수행하는 자세가 자신의 보물을 만들어 냅니다. 굳이 내 안의 보물을 두고 구걸에 나설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