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굿뉴스울산 박정관 편집장 국민일보 문서선교사 언론인홀리클럽 회원 도서출판 굿뉴스 대표 브런치 작가 중구뉴스 기자 |
두 달 전 겨울 날씨답지 않게 포근했고, 차량 외부 온도계는 15도를 나타내고 있었다. 장생포에 자주 가는 단골 9번 횟집에서 회덮밥과 매운탕을 먹고 고래문화마을을 방문했다. 나는 카메라 가방을 메고 고래광장에 올랐다. 고래문화마을 주위에는 4월 말에 준공하는 모노레일 공사가 한창이었다. 고래광장에도 인부들이 요란한 포크레인 소음 속에서 부지런히 손을 놀리고 있었다.
모노레일 설치 작업되는 노선을 따라 나무들이 베어졌고, 매화나무는 두 그루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아직 봉우리에 물도 오르지 않았으니 꽃피기가 만무한터. 내가 수목에 대한 지식이 짧으니 그때가 개화시기인지 알지 못했다. 작년에 소니카메라를 구입하고 처음 사진 찍는 장소로 장생포를 택했고, 장생포초등학교와 해안가를 카메라에 담았고, 발길 닿는 대로 가다가 우연히 고래광장에 올랐을 때 마침 매화가 피어서 그 순간을 사진이란 그물로 포착했다.
얼마 전에도 고래광장에 올랐으나 매화는 봄소식을 전하지 않았고, 움을 틔울 기미가 없었다. 그런 후 나는 여러 가지 업무로 분주했다. 지역신문 두 곳에는 선암호수공원의 매화가 개화했다고 사진기사가 올라와 있어, 옳다구나 하며 그곳에 방문해보았지만 어디에도 개화한 매화는 없어서 의구심도 들었지만 해답을 찾지 못하고 사무실로 다시 되돌아왔다.
그리고 지난 6일 선암호수공원을 지나는 길에 주차장에 차를 대고 유심히 살펴보니 호수공원 기념비가 세워져있는 곳의 세 그루의 나무에서 막 매화가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반갑고 기분이 좋아서 수십 컷의 사진을 담아 지인들에게 전하고, 카페와 블로그에 올렸더니 반가운 꽃소식이라 반응이 좋았다.
필자는 중국 당나라 때 관리를 채용하던 방법이 신언서판(身言書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우리나라에 전래되어 인물을 뽑을 때 신수·말솜씨·문필·판단력을 기준으로 적용되었던바 나는 그것을 현대판 신언서판에 적용하여 글과 사진과 동영상이라고 몇 차례 글을 썼다. 그래서 필자는 종이신문 발행 못지않게 인터넷 상의 가치 있는 자료를 남기기 위해 애를 써왔다.
지금은 모두가 스마트폰으로 휴대폰을 소지하고 다닌다. 맛집을 누구에게 물어 찾아갈 필요가 없고, 위치를 누구에게 물을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의 검색 한 번이면 이런 고민거리는 단번에 해결된다. 택시 잡는 거조차 콜택시를 부를 필요 없이 무료앱으로 친절히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24시간 연동돼는 삶의 현장에서 글과 사진과 영상은 개개인의 일기장 같은 역할을 넉넉히 감당해낸다.
평소 알고 있던 영상촬영 전문가(창우영상)는 갑작스레 울산의 지역 명소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는 데 내가 울산이 고향이고 기자로 활동하니 해설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고 하고 우리 일행은 고래문화특구를 찾았다. 최근 급변하는 한반도의 안보지형에 대한 글을 한 편 적으면 좋겠다 하던 차에 현대중공업에게 건조했고, 30년간 조국의 영해를 누린 울산함이 딱 맞겠다 싶어 그곳을 탐방했다.
나는 고래광장의 매화를 개화시기에 맞추어 꼭 찍고 싶었는데 이번이 기회였다. 창우영상이 고래조각공원과 모노레일을 취재하는 동안 나는 고래광장에서 매화나무로는 두 그루만 남은 매화의 개화를 카메라에 정성껏 담았다. 화무십일홍이란 말처럼 꽃은 금세 진다. 이제 얼마지 않아 또 지고 말텐데 찬란했던 한 때를 추억할 수 있게 스케치로 담아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