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가 서브컬처 커뮤니티에 끼친 영향 중 하나는 실제 말과 경마에 관한 관심 증가다. 시리즈의 고증 수준이 매우 높아 뭔가 의아한 일이 생겼을 때 ‘이것도 실제 에피소드 고증인가?’ 싶으면 딱 들어맞는다. 이는 등장인물인 우마무스메의 관계에도 적용된다. 실제 말을 묶는 별명이나 라이벌 관계를 게임에 반영하곤 한다.
이번 시간에 주목할 건 실제 말의 사연을 모르면 이해하기 힘든 우마무스메들의 관계다. 우마무스메가 특정 캐릭터를 맹목적으로 따르거나, 서포트 카드에서 투샷으로 찍히는 등 묘한 분위기가 흐르는 순간이 있다. 해당 기류의 근원을 살펴보고, 경마 지식과 작품 이해도를 높여보자.
그러니까 내가 얘 아빠라고요?
테이오가 ‘까이쬬’라며 따라다니는 이유가 다 있습니다
먼저 실제 말이 부모 자식 사이인 우마무스메부터 알아보자. 심볼리 루돌프와 토카이 테이오 덕분에 일본 경마에 대해 잘 모르는 국내 트레이너에게도 비교적 잘 알려진 요소다. 마침 애니메이션에서 테이오가 주역으로 등장했고, 이상할 정도로 루돌프에게 끔뻑 죽는 모습을 보여줘 의문을 샀다. 팬들이 이유를 찾아보니 실제 말 루돌프가 테이오의 아비 말이라는 게 밝혀졌다.
테이오가 얼마나 루돌프 바라기인지는 애니메이션과 게임에서 꾸준히 강조된다. 학생회실에 종종 출몰하는 건 기본, 마구잡이로 그린 행사 포스터를 비웃다가 ‘루돌프가 그렸다’ 한 마디에 우디르급 태세 전환을 해 눈총을 산다. 이때 루돌프를 특유의 발음 ‘까이쬬(회장)’라고 부르는 게 인상 깊게 다가와 졸지에 그녀의 별명이 까이쬬가 된 건 덤이다. 뭐, 아들이 지어준 별명이니 당사자는 좋아하지 않을까?
이 관계는 일상 신 외에도 테이오의 중요한 행동 동기로 작용한다. 실제 말의 업적 때문인데, 심볼리 루돌프는 3관마 타이틀을 땄으나 테이오는 그렇지 못했다. 물론, 타이틀을 얻지 못했을 뿐, 토카이 테이오는 우마무스메와 실제 말 모두 빼어난 강자다. 그래서 지난 Why? 시간에 잠깐 언급한 ‘환상의 3관마’ 후보로 꼽히곤 한다.
아울러 게임과 애니메이션 모두 부자의 각별한 관계를 어필한다. 인게임 스토리는 테이오가 루돌프에게 도전할 자격이 있음을 입증하기 위한 여정을 다루며, 아버지(?)를 좇아 3관 달성을 목표로 한다. 고유 칭호와 승부복 디자인도 관련이 있다. 심볼리 루돌프의 칭호는 황제이고, 테이오는 제왕이다. 그리고 승부복은 어깨의 견장을 단 제복이라 닮은 요소가 많다. 명백히 아버지의 별명을 의식한 설정이다.
애니메이션에선 이런 묘사가 적지만, 대신 루돌프가 테이오를 지켜보는 눈썰미가 인상적이다. 멀리서 테이오의 위닝 라이브 공연을 관람하다가 발목 부상 조짐을 눈치챈다. 작품 후반에는 그녀의 재기를 응원하려는 트윈 터보 일행의 계획을 눈감아준다. 그리고 최종화에서는 남몰래 그녀의 승리를 응원하는 애절한 표정이 카메라에 잡힌다. 만약 올해의 BEST 부자상이 있다면, 수상은 따놓은 당상이다.
누구 딸이 더 예쁜지 겨뤄볼까? → 우리 아버지가 죄송합니다
루돌프와 테이오의 관계가 ‘아들 → 아버지’로 향한다면, 반대로 딸이 예뻐서 어쩔 줄 모르는 딸바보 아버지도 있다. 중거리 선행마의 자존심 ‘아그네스 타키온’과 지난 10월부터 방영 중인 초단편 애니메이션 ‘우마유루’의 등장 캐릭터 ‘타니노 김렛’이다. 매드 사이언티스트와 진성 중2병이라는 저세상 개성 듀오다. 도대체 이 두 문제아의 따님이 어떤 위인인지 궁금해지는데, 정말 놀랍게도 다이와 스칼렛과 보드카라는 비교적 평범한 아이들이다.
이 조합은 우마무스메 커뮤니티에서 정말 다양한 팬픽이 나오는 꿀잼 발전소다. 두 부녀의 분위기가 정말 달라 보는 재미가 있다. 먼저 국내 트레이너에게 익숙할 타키온과 스칼렛 부녀부터 만나보자. 타키온의 성격은 작품 내외적으로 유명하다. 트레이너를 모르모트 취급하는 건 기본에 실험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다. 당연히 서브컬처 업계의 법칙에 따라 ‘개연성이 필요할 때 일단 투입하고 보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취급이다.
세상 무서운 우마무스메지만, 다이와 스칼렛 앞에서는 예외다. 그녀가 공부하는 걸 아빠 미소로 지켜보거나, 각종 미용용품을 만들어 주는 등 세상 자상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에 친구 맨하탄 카페는 어이가 없어 ‘나한테는 왜 이상한 실험만 해?’라고 따질 정도다. 덕분에 팬덤에서는 딸이라면 끔뻑 죽는 자상한 엄마 취급을 받는다. 어? 잠깐, 실제 말 타키온은 수컷인데?
반면, 타니노 김렛은 딸에게 이상한 걸 가르치다가 엄마에게 등짝 스매시를 한대 맞을 것 같은 타입이다. 실제 말이 안대를 쓴 적 있고, 울타리를 때려부수는 요상한 습관이 있다. 이걸 중2병 속성으로 연결한 듯싶다. 자세한 사연에 대해서는 나중에 알아보자. 아무튼, 이 부녀는 다른 의미로 사이가 정말 좋다. 멋있는 걸 좋아하는 보드카의 감수성으로 보기에 아버지의 손발이 오그라드는 중2병 대사가 취향 적중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녀를 동경의 대상으로 삼아 대환장 부전여전을 연출한다.
더불어 국내 서버 1컷 만화를 보면, 보드카가 술병에 보리차를 넣어 술처럼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이는 타니노 김렛을 따라 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 아버지가 이온음료를 술 김렛이라고 주장하며 들이키는 독특한 취향이라서다. 이런 독특한 식성은 실제 말의 입맛을 고증한 것이다. 말 김렛은 경기 출주 전 이온음료를 즐겨 마셨다.
현재 팬덤에서 이 부녀들의 이미지는 괴짜 딸 바보와 사과하고 다니는 딸이다. 두 아버지가 트레센 학원 굴지의 개성파니 어련할까. 그래서 다이와 스칼렛과 보드카가 ‘아버지가 또 사고를 쳐서 죄송합니다’라며 유튜브 사죄 영상을 업로드하는 웃픈 팬픽이 있다. 백미는 공식 애니메이션 우마유루에서 두 캐릭터의 딸 바보 속성을 공식 채용한 점인데, 한 번 감상해 보는 걸 추천한다.
이차원의 도주마와 점쟁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혈연 사이에서만 묘한 기류가 흐르는 건 아니다. 실제 말과 우마무스메의 서사에 무게감을 더하는 백미는 라이벌 관계다. 막 언급한 ‘다이와 스칼렛 vs 보드카’나 ‘토카이 테이오 vs 메지로 맥퀸’처럼 말이다. 이번에는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라이벌 관계를 만나보겠다. 바로 사일런스 스즈카와 마치카네 후쿠키타루다.
‘두 캐릭터가 라이벌이었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메인 화면과 육성 스토리를 보면 두 우마무스메가 묘하게 자주 엮이는 걸 알 수 있다. 대개 후쿠키타루가 점괘를 보고 스즈카에게 주의할 점을 알려주면, 그녀가 무심하게 하지 말라는 걸 그대로 행해 식겁하게 하는 패턴이다.
이 관계의 포인트는 마치카네 후쿠키타루다. 그녀는 점쟁이 이미지와 달리 대단히 무거운 배경의 소유자다. 재능 있는 언니가 일찍 숨을 거두자, 이에 대한 부담감에 짓눌리는 안쓰러운 인물상이다. 실제 말도 같은 사연을 품고 있다. 그런 후쿠키타루가 진가를 발휘한 인생 경기가 1997년 9월 한신 고베 신문배다. 이 경기에서 이차원의 도주마 사일런스 스즈카를 꺾었다.
후쿠키타루가 스즈카에게 점괘와 행운의 아이템을 거듭 강조하는 건 두 말의 극명한 수명 대비 때문으로 풀이된다. 먼저 스즈카는 4살로 단명했다. 1998년 천황상 경기 중 다리 분쇄 골절을 입었고, 회복 불능 판정을 받아 그대로 안락사했다. 이때 스즈카의 행동은 지금도 회자된다. 원래 달리던 말이 다치면 관성 때문에 그대로 앞으로 꼬꾸라지고, 말에 타고 있던 기수도 위험해진다. 무게 중심점이 높은 만큼 그대로 날아가 머리부터 지면에 충돌하기에 십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즈카는 부상 직후 천천히 속도를 줄여 경기장 바깥으로 빠진 후 기수가 내리는 걸 확인한 후 쓰러졌다. 그야말로 극한의 고통을 견디면서 기수를 구한 것이다. 이때 스즈카를 탄 기수가 그 유명한 타케 유타카인데, 이런 사연 덕분에 그를 생명의 은인으로 여기며 그리워하고 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에서도 이 골절 사고를 재현해 팬덤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아, 우마무스메 스즈카는 다행히 치료 및 현역 복귀에 성공했으니 안심하자.
반면, 마치카네 후쿠키타루는 우마무스메에 참가한 말 중 손꼽히는 장수마로 유명하다. 2020년 7월 31일 26세로 생을 마감했다. 올해 중순 무렵 실제 말 타이키 셔틀이 숨을 거두면서 이런 대비가 주목받은 바 있다. 경주마로서 우수한 성적을 달성하는 것도 좋지만, 성적이 조금 부족해도 행복하게 오래 살기를 바라는 의견이 늘어서다. 동시에 골드 쉽의 은퇴 후 생활까지 공개되며 ‘경주마로서 진짜 승리한 인생이란 뭘까?’라는 의문도 제시됐다. 스즈카와 후쿠키타루는 이런 복잡한 이유로 대비되는 관계인 셈이다.
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들어오죠~
마지막은 사랑 이야기로 장식하겠다. 이야기 진행에 앞서 SR 등급 서포트 카드 ‘[당신에게 바친다] 니시노 플라워’의 일러스트를 보자. 니시노 플라워가 화관을 만들어 세이운 스카이에게 씌워주는 오붓한 장면이 펼쳐진다. 그리고 텍스트에는 화관 재료로 사용한 데이지의 꽃말과 세이운이 기뻐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꿀이 떨어진다’라는 말이 딱이다.
이는 두 말이 실제로 맺어진 관계인 걸 반영한 결과다. 두 말은 마주가 같았다. 하지만, 세이운 스카이는 혈통이 그리 좋지 않아 자마를 가질 기회가 적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마주는 우수한 성적을 달성한 니시노 플라워와 이어줘 혈통을 보존하려고 했다. 그 결과 둘 사이에서 ‘니시노 미라이’라는 암말이 태어났다. 마주의 배려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니시노 플라워가 사망하자 세이운 스카이의 묘 옆에 묻어줬다. 이런 사연이 밝혀지자 세이운 스카이과 니시노 플라워는 팬덤에서 부부 취급을 받게 됐다.
실제 말의 연령차를 보고 일러스트를 감상하면 의외의 역고증 요소를 찾을 수 있다. 우마무스메에서는 월반 속성인 니시노 플라워가 한참 어리지만, 실제 말 기준으로는 오히려 그녀가 세이운보다 여섯 살이나 많다. 더불어 화관 재료로 만든 데이지 꽃이 그녀의 자마 ‘니시노 데이지’를 암시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추후 우마무스메에 등장하길 기다려 보자.
다음은 다이와 스칼렛이다. 실제 말이 자녀를 무려 11명이나 낳아 팬덤에서 유독 자녀와 관련한 언급이나 밈이 많다. 자식 중 암말이 10마리나 되고, 지난 2021년 드디어 수말을 낳았다. 이에 팬덤에서는 다이와 스칼렛을 ‘생명의 어머니’라는 경외감 담긴 별명으로 부르곤 한다.
그런 스칼렛과 커플링으로 엮이는 건 에이신 플래시다. 12월 업데이트 예정으로, 시간 계산과 계획에 엄격한 독일 유학생 콘셉트 우마무스메다. SR 서포트 카드 ‘[0500 · 정각대로] 에이신 플래시’를 보면 대략적인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 엮이는 이유는 당연히 두 말 사이에 있는 자마다. 이 말의 이름이 ‘엄브렐러 데이트’라 두 말이 우산을 쓰고 데이트하는 팬픽이 나왔었다.
흥미로운 건 여기에 아그네스 타키온이 난입하는 것이다. 딸이 밤샘 공부를 한다는 소식에 공부를 도와주는 에이신을 찾아가고, 스칼렛의 공부법 개선을 위한 거래가 성립한다. 타키온이 그녀의 나쁜 습관을 모두 알려주는 대신 에이신이 타키온의 실험에 협력한다는 조건이다. 그야말로 딸 바보 아버지와 애처가 사위의 의기투합이 따로 없다. 이 이벤트는 에이신 플래시의 육성 이벤트에서 등장한다니 추후 그녀가 등장하면 감상해 보길 바란다.
※ 따끈따끈 신규 공략
- [챔피언스 미팅, 이렇게 준비하세요] ★
※ 우마무스메 공략부터 드립까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 [매주 업로드하는 최신 뉴스, 공략]
- [금주의 팀 레이스 인기 우마무스메]
- [우마무스메는 어떻게 육성해요?]
- [어떤 캐릭터를 육성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