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지리를 보다 - 파리, 베르사유, 몽생미셸 아름다움에 목마른 ‘육각형 미인’ 프랑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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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3.10.13. 20:57조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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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지리를 보다
파리, 베르사유, 몽생미셸
아름다움에 목마른 ‘육각형 미인’ 프랑스 (2)
1 파리 - 센 강 북쪽에는 몽마르트르, 샹젤리제 거리, 루브르 박물관이 있고 남쪽에는 에펠탑이 자리 잡고 있다.
2 베르사유 - 루이 14세가 건축한 궁전이 있다. 궁전 중앙부, 예배당, 극장 등을 제외한 주요 부분은 역사 미술관으로 공개되고 있다.
3 몽생미셸 - 독특한 자연 지형과 건축물에 힘입어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곳. 해안에서 1.5km 떨어진 작은 바위섬에 몽생미셸 수도원이 있다.
4 니스 - 지중해의 휴양 도시. 연중 온난한 날씨로 휴가철 프랑스 인들이 많이 찾는다.
1940년대 독일군의 공습으로 등화관제(燈火管制) 조처가 취해진 파리의 어느 한 모퉁이. 한 남자가 어둠 속에서 연인의 얼굴을 보기 위해 성냥을 켠다.
밤중에 하나씩 불붙인 성냥 세 개비
첫 성냥은 얼굴을 보려고
둘째 성냥은 두 눈을 보려고
마지막 성냥은 입술을 보려고
그리고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린다.
그대를 품에 안고
이 모든 것을 기억하려고.
프랑스 시인 자크 프레베르(Jacques Prevert, 1900~1977)의 [밤의 파리]이다. 덴마크 작가 안데르센의 동화 [성냥팔이 소녀]의 프랑스판을 보는 듯하다. 안데르센의 ‘소녀’는 별빛 하늘로 올라갔지만, 프레베르의 ‘남자’가 어디로 갔는지는 모른다.
사랑도 의식(儀式)처럼 행할 때 온몸으로 기억할 수 있으리라. 파리를 여행할 때도 마찬가지다. 파리의 얼굴을 그리고, 파리의 두 눈을 바라보고, 파리의 입술을 지나가고, 그 다음엔 파리의 야경을 품으면 어떨까.
파리를 보려거든 몽마르트르에 오를 일이다.
파리의 얼굴을 그렸거든 샹젤리제를 지나 루브르와 노트르담에 갈 일이다.
파리의 두 눈을 보았거든 어스름 내릴 녘 센 강을 유람할 일이다.
파리의 입술을 스쳤거든 석양을 따라 에펠 탑에 오를 일이다.
어둠이 내리면 이 모든 것을 기억하라고
파리는 별처럼 빛을 총총 뿜을 것이다.
파리를 품은 몽마르트르, 혁명과 예술도 품다
몽마르트르는 작은 언덕이지만 꿈꾸는 인간 군상을 품고 있다. 순교자, 혁명가, 가난한 화가…. 그들의 얼굴을 보려거든 몽마르트르에 올라야 한다.
몽마르트르는 ‘군신(軍神) 마르스의 언덕(Mont de Mercure)’을 의미하기도 하고, ‘순교자의 언덕(Mont des Martyrs)’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름이 뜻하는 대로 이 언덕에서 2월 혁명(1848) 이전에는 수많은 정치 집회가 열렸고, 272년에는 성(聖) 도니와 제자 2명이 순교하였다.
몽마르트르의 사크레쾨르 대성당. <제공: 리베르스쿨>
언덕 위에 있는 사크레쾨르 대성당 앞의 계단은 관광객과 파리지앵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언덕은 해발 130m에 불과하지만 성당 아래로 파리의 화려한 시가지가 펼쳐진다.
성모 마리아에게 바치는 성당이 노트르담 성당이고, 막달라 마리아에게 바치는 성당이 마들렌 성당이라면 성스러운 마음, 즉 성심(聖心)에 바치는 성당이 바로 사크레쾨르 대성당이다. 이 성당은 프랑스-프로이센 전쟁(1870~1871)에서 프랑스가 패한 후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장병들을 기리고, 혼란스러워진 사회를 성심으로 회복하기 위해 기금을 모아 지어졌다. 특이한 점은 비잔틴 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이 이 대성당에 모두 어우러져 있다는 것이다.
단순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외관을 지닌 생 피에르 성당.
사크레쾨르 대성당 옆으로 돌아서면 또 하나의 유서 깊은 성당이 나타난다. 여행자들은 흔히 사크레쾨르 대성당만 관람한 후 생 피에르 성당을 지나쳐 가난한 화가들의 아지트인 테르트르 광장으로 바삐 걸음을 옮긴다. 생 피에르 성당을 놓치면 중세와 현대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소박한 아름다움도 놓치게 될 것이다. 생 피에르 성당은 파리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성당이다. 확실하게 밝혀지진 않았으나 성 드니가 3세기에 생 피에르 성당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에서 미리엘 신부는 생 피에르 성당의 은촛대를 훔친 장 발장을 돌려보내며 당부의 말을 건넨다. “촛대를 판 돈은 정직한 사람이 되는 데 사용하시오.” 새 인생을 살기로 마음먹은 장 발장은 자베르 형사에게 쫓기며 한 마을의 시장(市長)으로 신분을 감추며 살아가고, 팡티느의 어린 딸 코제트를 양딸로 삼아 키운다. 코제트는 마리우스라는 젊은이와 사랑에 빠지지만 공화주의자였던 마리우스는 혁명에 가담한다. 장 발장은 부상 입은 마리우스를 구출하고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린다, 장 발장은 코제트와 마리우스에게 재산을 넘겨주고 쓸쓸히 죽음을 맞는다. [레 미제라블]의 배경은 1789년의 프랑스 혁명이 아니라 민중이 루이 필리프의 7월 왕정에 항거한 1832년의 6월 봉기다.
한 화가가 몽마르트르에서 작품을 펼쳐놓고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출처: (CC) Serge Melki @ wikimedia commons>
생 피에르 성당의 왼쪽 길로 접어들면 화가들의 골목이 나타난다. 무명 화가들이 스케치북을 들고 호객 행위를 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가난한 화가는 예술만을 향해 나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19세기 후반 이후 고흐, 툴루즈 로트레크를 비롯한 예술가들이 몽마르트르에 모여들어 인상파·상징파·입체파 등의 예술운동을 꽃피웠다. 남쪽 언덕 아래 유서 깊은 건물들이 늘어선 거리에는 물랭루주 등 유명한 카바레들이 들어서 있다. 로트레크는 몽마르트르 주변의 술집과 유곽을 소재로 [물랭루주], [유곽의 여인]을 그렸다.
몽마르트르는 성심, 혁명, 예술이란 3박자에 이율배반적인 환락까지 갖췄다. 종교와 역사와 미술의 숨결이 흐르는 몽마르트르, 파리의 얼굴이라 할 만하다.
성모 마리아를 위한 ‘노트르담’, 막달라 마리아를 위한 ‘마들렌’
런던은 템스 강 상류에 세워진 도시이지만 강의 유량이 연중 일정해 꽤 큼직한 배도 런던까지 올라갈 수 있다. 파리도 센 강 상류에 자리 잡고 있지만, 강이 얕고 좁아서 큰 배는 파리까지 올라가지 못하고 작은 배만 지나다닐 수 있다. 센 강은 파리를 가로질러 흐른다. 정확히 말하면 파리를 지나다가 중간에 꺾이기 때문에 파리를 굽어서 흐른다고 할 수 있다.
고딕 건축 양식의 걸작으로 꼽히는 노트르담 대성당. <제공: 리베르스쿨>
센 강 안의 작은 섬 시테에는 대성당이 있다. 가톨릭에서 ‘성모 마리아’를 의미하는 존칭이 붙은 ‘노트르담(Notre-Dame)’ 대성당은 동정녀 마리아에게 바치는 성당이다. 스테인드글라스로 유명한 노트르담 대성당은 수백 년 전에 돌로 지은 건물이다. 전면에는 탑 두 개가 서 있고, 가운데에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듯한 모양의 첨탑이 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나폴레옹이 황제의 관을 쓴 곳으로 유명하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이 워낙 유명하다보니 노트르담 대성당은 파리에만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동정녀 마리아에게 바쳐진 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 랭스․스트라스부르․아미앵에도 있고 캐나다 오타와, 베트남 호찌민에도 있다.
노트르담 지붕 끝에는 돌로 만든 이상한 동물이 빙 둘러앉아 있다. 새이기도 하고 네발짐승이기도 하고 악마이기도 한 이 기괴한 동물을 ‘가고일(Gargoyle)’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가고일을 최대한 흉측하게 만들어서 지붕 끝에 올려놓으면 악귀를 몰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나폴레옹 군대의 영광을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마들렌 성당. <출처: (CC) Jebulon @ wikimedia commons>
파리에는 성경에 나오는 또 한 사람의 마리아인 막달라 마리아에게 바치는 유명한 성당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이 성당을 ‘막달라(Magdalene)’의 프랑스식 표현인 ‘마들렌(Madeleine)’이라고 부른다. 마들렌 성당은 노트르담 성당보다 훨씬 이후에 지어졌는데도 건물이 더 오래된 것처럼 보인다. 고대 신전을 짓던 양식으로 건축되었기 때문이다.
마들렌 성당 건물에는 창문도 없고 탑도 없고 첨탑도 없고 둥근 지붕도 없다. 단지 성당 외벽에 돌기둥이 둘러서 있다. 외벽의 한쪽 구석에는 머리가 없는 성 누가 동상이 서 있다. 동상의 머리가 왜 없을까? 전쟁 중에 독일군이 쏜 포탄에 맞아 날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박물관으로 변신한 궁전, 루브르
나폴레옹 3세의 처소. 이곳은 거실로 쓰였다. <제공: 리베르스쿨>
파리에서는 옛 궁전을 박물관이나 미술관, 도서관 등으로 개조해 쓰고 있다. 루브르 박물관도 본래는 가장 아름다운 궁전 중 하나였다. 나폴레옹 3세가 루브르에 머물렀을 때의 모습이 루브르 박물관에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원목과 황금으로 장식된 나폴레옹 3세 처소(Appartements Napoléon III)의 거실과 수많은 방은 실내 인테리어의 극치를 보여준다.
루브르 박물관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모나리자]가 전시되어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값진 그림 중 하나인 이 작품은 언젠가 도난당한 적이 있었다. 어디에서도 팔거나 전시할 수 없는 그림을 누군가가 훔쳐 간 것이다. [모나리자]는 도난당한 지 두 해가 지난 1913년에 범인이 미술품 거래상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발각되어 루브르 박물관으로 되돌아왔다.
[밀로의 비너스] <제공: 리베르스쿨> | [사모트라케의 니케] <제공: 리베르스쿨> |
그리스도가 태어나기 이전 사람들은 여러 신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다양한 신의 모습을 담은 조각상을 만들었다. 그중에서 가장 훌륭한 조각상 두 점이 루브르 박물관에 있다. 하나는 대리석을 깎아서 만든 비너스 여신의 조각상이다. 사랑의 여신 비너스의 조각상은 에게 해의 밀로(메로스) 섬에 오랫동안 묻혀 있었기 때문에 [밀로의 비너스(Venus de Milo)]라는 이름이 붙었다.
다른 하나는 날개를 한껏 펼친 천사처럼 생긴 승리의 여신 니케의 조각상이다. 에게 해 북동쪽의 작은 섬 사모트라케에서 발견되어 [사모트라케의 니케(Victoire de Samothrace)]라고 불린다. [밀로의 비너스]는 양팔을 잃고, [사모트라케의 니케]는 머리를 잃었지만 두 조각상 모두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렇게 루브르 박물관을 거닐다보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과 대화하는 설렘을 경험하게 된다. 이 세상 최고의 보물들과 함께하는 호사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나리자는 이탈리아에서, 비너스와 니케는 그리스에서, 함무라비 법전은 이란에서 루브르 박물관으로 왔다. 루브르 박물관에는 수많은 남의 나라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다만 남의 것을 전시해 비싼 입장료까지 받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보물을 소유하는 나라는 프랑스이지만 진짜 주인은 입장료를 주고 박물관에 들어가서 그 보물을 향유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천국의 뜰’ 샹젤리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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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베르사유, 몽생미셸
- 아름다움에 목마른 ‘육각형 미인’ 프랑스 (2) (세계 지리를 보다, 2012.07.30, 박찬영, 문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