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대보부모은중경>은 아이를 낳고 기르기까지의 부모님의 은혜를 10가지로 나누고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지켜야 할 10가지의 도리에 대해 자세히 다룬 책이다. 부모의 열 가지 은혜를 십대은十大恩이라 하여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① 懷耽守護恩 회탐수호은 어머니 품에 품고 지켜 주시는 은혜
② 臨産受苦恩 임산수고은 해산 날에 즈음하여 고통을 이기시는 어머니 은혜
③ 生子忘憂恩 생자망우은 자식을 낳고 근심을 잊는 은혜
④ 咽苦吐甘恩 인고토감은 쓴 것을 삼키고 단 것을 뱉어 먹이는 은혜
⑤ 廻乾就濕恩 회건취습은 진 자리 마른 자리 가려 누이는 은혜
⑥ 乳哺養育恩 유포양육은 젖을 먹여서 기르는 은혜
⑦ 洗濁不淨恩 세탁부정은 손발이 닳도록 깨끗이 씻어 주시는 은혜
⑧ 遠行憶念恩 원행억념은 먼 길을 떠나갔을 때 걱정하시는 은혜
⑨ 爲造惡業恩 위조악업은 자식을 위하여 나쁜 일까지 짓는 은혜
⑩ 究意憐愍恩 구경연민은 끝까지 불쌍히 여기고 사랑해 주는 은혜
기존의 것과 김홍도가 그린 <불설대보부모은중경>의 가장 큰 차이는 ‘제목’에 있다. 기존의 책에는 중국에서 쓰는 한문만을 담고 있지만, 김홍도의 책에서는 한문을 우리말로 읽었을 때의 소리, 즉 음역한 것을 한글로 나란히 적어 놓았다. 글의 해석이나 내용은 따로 없이, 오로지 한문의 음역만 담겨 있다.
여기서 세종과 정조의 차이점이 눈에 띈다. 세종은 책에 실린 내용 전체를 한글로 풀이하여 적었지만, 정조는 ‘제목’에 쓰인 한문만 단순히 한글로 음역했다. 정조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세종 같지 못했기 때문일까? 그보다는 시대적 환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종에게는 백성을 위해 만든 한글을 더 많은 백성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널리 보급하고자 하는 과제가 있었으나, 정조의 시대는 당시 세력이 강화되던 중국의 영향으로 다시금 한문이 중요해지던 시대였다. 즉 그림의 제목 부분에만 음역한 한글을 삽입한 것은 분명 그 시대의 한계였던 것이다. 오히려 당시로서는 책 속에 한글을 삽입한 것만으로도 진보라고 여길 수 있을 정도의 선택이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