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군에게 <<당음唐音>>을 소포로 보내다
-윤동재
교동도 유배지에서 만난 연산군
거친 음식 불편한 잠자리 외로움은 다 참아낼 수 있는데
시를 읽을 수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정말 뜻밖이었다
그러면서 내게 <<당음>> 한 권 구해달라고 했다
<<당음>> 한 권 구해준들 무엇하겠소?
시심詩心을 당신 것으로 하겠소?
연산군은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연산군의 말이 진심인 것 같아
연산군에게 <<당음>> 한 권 구해주기로 약속했다
연산군의 부탁을 한참 동안 잊고 있다가
오늘 우체국으로 가서 연산군에게
<<당음>> 한 권 소포로 보내주었다
<<연산군일기>>를 보면 연산군이 교서관에서
<<당음>>을 간행하라고 명한 적이 있는데
그때 연산군이 남에게만<<당음>>을 읽으라고 권하지 말고
진작 자신이 가장 먼저 <<당음>을 열심히 읽었다면
이 꼬락서니가 되었을까?
하지만 아직은 늦지 않을 거다
연산군이 지금부터 열심히 <<당음>>을 읽고
시심을 자기 것으로 하면 다른 건 몰라도
연산군 자신은 시로 구원받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
이번 휴가 때는 다시 교동도 연산군 유배지를 찾아가
연산군과 <<당음>> 이야기로 밤을 지새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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