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명상
손 원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지고 있는 지금, 이해인 시인이 온 몸으로 느끼고자 한 꽃무더기가 예사롭지가 않는 것은 왜일까?
반면에 SNS상의 누군가의 하소연이 이를 무색케하여 씁쓸하다.
- 4월의 시 -
꽃무더기 세상을 삽니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세상은 오만가지 색색의 고운 꽃들이 자기가 제일인양 활짝들 피었답니다.
정말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새삼스레 두 눈으로 볼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고
고운 향기 느낄 수 있어 감격이며
꽃들 가득한 4월의 길목에
살고 있음이 감동입니다.
눈이 짓무르도록 이 봄을 느끼며
가슴이 터지도록 이 봄을 즐기며
두 발 부르트도록 꽃길 걸어 볼랍니다.
내일도 내 것이 아닌데
내년 봄은 너무 멀지요
오늘 이 봄을 사랑합니다.
오늘 곁에 있는 모두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4월이 문을 엽니다.(이해인)
외출자제에 대한 피로감 누적에 따른 SNS상 누군가의 하소연이다.
<제발요.. 지금은 힘들지만 조금씩만 더 참아보면 안될까요? 나도 봄 느끼며 놀러가고 싶어요 근데 지금은 그러면 안되는거잖아요 제발 괜찮겠지 하는 마음 버리고 나를 위해 다른 사람을 위해 조금만 더 참아봅시다. 바다가 보고싶어면 핸드폰 VR로 대신해 보면 어떨까요?>
계절을 대표하는 꽃을 보면 나도 모르게 가끔 명상에 잠길 때가 있다. 요즘은 벚꽃의 계절이다. 일년 중 나들이 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누구나 나름대로 벚꽃 명소 몇 군데는 알고 있을 것이다. 벚꽃이 만개한 계절에는 시간을 내어 벚꽃 명소에 가 보고 싶어진다. 화무십일홍이라 했듯이 짧은 기회를 놓쳐버리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요즘 코르나19로 외출을 자제하고 있어 벚꽃 명소를 못 가보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하지만 벚꽃은 주변 어디서든지 쉽게 접할 수 있어 다행이다. 가까이 집 근처에서도 만개한 벚꽃을 얼마든지 접할 수 있다. 오후에 짬을 내어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아파트 사잇길의 만개한 벚꽃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소공원의 벚꽃도 자신이 최고인양 나를 맞이해 주었다. 벚나무 한 그루 한 그루의 우아한 꽃 모두가 나를 경이롭게 한다. 조용한 벤취에 앉아 꽃의 향연을 즐긴다. 실바람과 함께 꽃의 향기로 심호흡을 하니 마음이 편안해 진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 구경을 꺼리기라도 하듯 벤취에는 사람이 없고 가끔 지나치는 사람들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체 꽃의 향연을 멀리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공원벤취에 앉아 벚꽃에 취했던 지난날을 회상해 본다. 달성공원의 벚꽃 숲, 불국사의 벚꽃 길, 두류공원의 벚꽃 길, 고향도로변의 흐더러진 벚꽃 길이 연상된다.
오래 전에 가 보았던 진해의 벚꽃은 그 명성만큼이나 대단 했다. 그 곳의 화려한 벚꽃의 자태가 생생하게 떠 오른다. 지금 눈 앞의 한 그루 벚나무가 내 마음 속에 잠재해 있는 벚꽂명소의 화려한 꽃 향연으로 끌어 들인다. 잠깐 동안 벚꽃 명소 몇 군데를 누빈 기분이다.
SNS에 올라 온 곱디고운 유채꽃밭을 보니 수년 전 체험했던 현장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몇 해전에 보았던 끝없이 펼쳐진 제주도의 유채꽃이 떠 오른다. 쉽게 가볼 수 없는 제주도의 유채꽃이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되어 있으니 수시로 되뇌어 간접체험을 할수 있어 행복하다. 채색된 웅장한 자연을 접하면 가슴속 깊숙이 채색되어 오래도록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가 보다.
내 기억속 꽃의 향연은 이외에도 대구 이곡공원의 장미축제와 수목원 국화전시회가 생생히 떠 오른다. 봄과 가을에 개최되는 양 축제에 나는 늘 감사해 한다. 아름다움을 만끽하도록 해 준 꽃의 신에게, 그리고 불철주야 심혈을 기울여 가꾼 관계자에게 무언의 감사를 보내기도 한다.
꽃 만큼이나 사람의 마음을 곱게 채색하는 것이 있을까?
넓은 들판의 청보리, 보성의 차밭, 봉평의 메밀꽃의 기억은 꽃만큼이나 우리의 마음을 아름답게 채색한다. 생각만 해도 도시생활에 찌든 마음을 깨끗이 씻어 주는 고귀한 기억들이다. 식량과 기호품을 생산하는 것이 농업이다. 부가적으로 요즘 경관농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광활한 청보리 밭, 유채꽃 밭, 차 밭, 해바라기 밭은 식량을 생산하기도 하지만 관광객을 불러 들이기도 한다. 이러한 경관농업의 수익은 식량생산 보다 몇 배나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기후도 좋고 토양도 기름져 경관농업이 성해지면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풍요로운 나라가 될수 있을 것이다.
광활한 꽃밭, 넓은 들판을 가득메운 청보리, 메밀과 해바라기를 생각만 해도 즐겁다. 꽃 욕심에 지나친 상상일까? 광활한 들판의 푸른 생명의 향연이 늘쌍 있으면 좋겠다.
물론 철따라 현장을 찾아 즐길 수만 있다면 우리의 삶도 아름다울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현실이 녹녹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꼭 그렇게 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언젠가 체험했던 그때의 기억이 저장되어 있다면 잠깐 되살려 한 순간 간접경험을 해 봄도 괜찮다고 본다. 엔돌핀이 솟고 휠링도 되기 때문이다.
오늘 집 주위 소공원의 흐드러진 벚꽃을 보고 그간 체험했던 가장 아름답고 웅장한 벚꽃을 연상해 보았다.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해야만 하는 이때 한 그루의 벚나무꽃이 나의 기억을 일깨워 최고의 벚꽃향연을 만끽했다고 자위해 본다. (2020. 4. 1.)
첫댓글 좋은 시 한편, 그리고 눈을 감아도 보이는 명소들의 꽃잔치를 가슴에 담아 갑니다.
올 봄에는 더욱 생각나는 곳들의 그림이 가슴에 그려지네요. 잘 읽었습니다.
벚꽃구경은 여기저기 많습니다. 4월의시 잘 감상했습니다. 곧 벚꽃이 갈것 같습니다. 건강과 평강을 기원합니다
우리집 주위의 벛꽃은 이미 시들어갑니다. 그러나 팔공산의 꽃은 아직 한창입니다. 동명의 벛꽃을 감상하였습니다. 곧 다른 꽃이나 단풍을 마음껏 볼날이 있을것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박혀 있어야하는 답답함. 그 때문에 꽃길이 더 그리워집니다. 전국의 아름다운 명소를 나열 해 보는 것 만으로도 크게 위안이 될 것 같습니다. 덕택에 저도 꽃길 여행 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월요일 바람도 쐬일겸 자동차로 고향에 들렸습니다. 가음지를 둘러싼 벚꽃동산이 황홀경 자체였습니다.
동영상 한컷 찍어 카톡에도 올렸습니다. 온 누리가 온통 꽃천지인데 마음은 가시밭을 걷는 기분입니다.
코로나로 갑갑한 마음에 꽃길을 걷는 기분으로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