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최초 발견! 미포~청사포 해변가 숨은 보물
깎아지르는 절벽 위 해안선인장 자생 군락 이뤄
선인장 군락지 제주도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
우리나라에선 제주도를 제외하면 선인장 자생지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해운대 해안가에 선인장이 군락을 이루며 서식하고 있다. 미포 입구에서 해변열차 옆으로 나 있는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해월전망대가 눈에 들어올 무렵 등장하는 전망대로 내려서면 군락지를 볼 수 있다. 바위 위에 노란 꽃이 무리를 이룬 곳이 선인장이 서식하는 곳이며 꽃이 지고 나면 발견조차 쉽지 않아 존재를 아는 이가 극히 드물다.
3년 전 선인장 군락을 처음 발견한 강우동 바다해설사(이하 강 해설사) 역시 선인장 꽃을 보고서야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더구나 겨울철에는 말라비틀어져 마치 죽은 풀처럼 보이는 까닭에 더욱 발견하기가 쉽지 않고, 여름철에는 큰 풀숲에 가려 모습을 감추기도 한다. 강 해설사가 발견한 선인장은 손바닥선인장으로 불리는 해안선인장이다.
해안선인장은 석죽목 선인장과 선인장속의 식물로 백년초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올바른 명칭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손바닥선인장이라 부른다. 원산지는 멕시코 등의 북미 지역이다. 30cm~1m가량 자라는 관목성 다육식물인데, 줄기는 15cm 길이로 자라며 자좌(areole)에는 1~4cm의 가시(강모, spine)와 수많은 구침(bristle, 작은 가시)이 있다.
이 구침은 피부에 닿았을 때 쉽게 박히며 아주 작은 미늘창 형태이기 때문에 빼내기 어렵다. 실제 강 해설사는 장갑을 낀 손으로 선인장을 만지다 장갑까지 뚫고 들어온 가시가 피부에 박혀 엄청 애를 먹었다고. 그래서 지금은 이놈들 근처만 가도 마치 가시가 온몸에 박히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 강우동 바다해설사와 찾은 미포~청사포 바닷가 해안선인장 군락지
지난 7월 6일 강 해설사로부터 선인장 군락지에 함께 가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많이 망설였다. 일요일이기도 했지만 아침부터 시작된 살인적인 더위 때문에 야외로 나선다는 것 자체가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변열차 선로 옆 그의 농장에서 빛깔 좋은 자두와 살구를 따준다는 말에 미끼를 덥석 물고선 현장으로 향했다. 현장 부근은 바로 강 해설사의 ‘나와바리’다. 이미 이 구간에서 배우 최주봉 씨가 사회를 맡은 ‘테마기행 길’이란 프로그램에 두 번이나 출연하여 해운대와 청사포를 소개한 바 있다. “이곳이 과거 간첩선을 발견한 곳인데 그 자리에 전망대가 세워졌다”는 해설을 들으며 뜨거운 뙤약볕 속을 걸었다.
전망대에 도착해 그가 가리킨 곳을 보니 저 멀리 절벽 바위 위에 노란 꽃이 피어있는 선인장이 보였다. 여기저기를 가리키던 그가 갑자기 펜스를 넘어 절벽 위로 올라섰다. 그를 쳐다보는 것만 해도 아찔한데 넘어오라며 손짓을 하는 게 아닌가. 떨리는 다리로 그의 곁에 다가서니 손으로 풀숲을 들춰 푸른 해안선인장을 보여주었다. 그러더니 “이게 과거 초병들이 다녔던 길”이라며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이어진 길 같지도 아닌 길을 성큼성큼 걸어 저쪽 바위로 다가갔다. 따라가려니 발밑은 깎아지른 절벽이고 길도 위태로워 보여 주저하는데 강 해설사가 빨리 오라고 재차 재촉했다.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조금만 중심을 잃으면 그야말로 해운대구 인구소멸에 동참할 판이다. 그놈의 해안선인장이 뭐라고….
간신히 초병의 길을 지나 눈에 들어오는 선인장을 떨리는 다리로 간신히 사진을 찍었다. 그러고 보니 해안선인장은 바위 위 흙이 조금 덮인 곳에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은 강한 햇빛에 눈이 가려 더 떨렸다. 강 해설사는 “해안선인장은 원산지로 보이는 멕시코 서부에서 북적도해류를 따라 이동한 씨가 다시 쿠로시오해류를 타고 한반도 남부에 상륙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 시기가 오천 년 이상 일만~이만 년 전쯤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국의 인식 부족으로 해안선인장 군락지가 점점 훼손되어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았다”며 “어쩌면 곧 사라져 버릴지도 모를 정도다”고 크게 아쉬워했다.
그는 또 “해운대와 달리 제주도에선 월령리의 선인장 군락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반면 해운대는 해수욕장 주변의 경관과 빌딩 숲에 가려 바위틈에 묻힌 자연은 귀하고 소중해도 눈길도 주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강 해설사는 “이 선인장 서식지의 최대 해수면 높이와 동삼동 신석기 패총 발굴지의 높이를 비교해 보면 동시대(신석기시대)보다 다소 연대를 높게 볼 수 있으나, 청사포 구석기 유적지(거주지)의 유물 분포 높이보다는 다소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다”며 해안선인장 정착 시기를 추정했다.
3년 전에 해안선인장 서식지를 보호해 줄 것을 해운대구청에 요청했으나 해운대구청은 시청으로, 시청은 다시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으로 연락하라고 해 중도에 그만둔 적이 있다고 한다. 강 해설사는 “현재 3년 전에 비해 해안선인장이 80% 정도 사라진 상태라 보호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며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 제주도 월령리 선인장 군락… 천연기념물로 지정 · 보호
해안선인장(Opuntia stricta)은 5~8월 사이에 노란색 꽃이 피며 열매는 짙은 보라색으로 익는다. 열매는 4~6cm 크기로 자라며 열매 내에는 붉은색 점액질 과즙과 0.5mm 크기의 씨앗이 십수 개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 한림읍 월령리에 해안선인장 군락이 자생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제주도 해안가와 마라도 등에서 자생하고 있다. 월령리의 선인장 군락은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2020년까지는 한국에 서식하는 선인장이 해안선인장 1개 종으로 알려져 해안선인장과 제주백년초(왕선인장), 그리고 내륙에 서식하는 후미푸사선인장(천년초)까지 구분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백년초’라고 불렸다. 이는 해당 식물이 모두 선인장속(Opuntia)에 속하며 외부 형태학적 특징이 유사한 데서 기인한다. 그런데 백년초박물관 김제국 대표는 ‘백년초’는 해안선인장이 아닌 제주백년초(왕선인장)만을 칭하는 말이며 서귀포시 일대 주민들의 증언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하였다. 2020~2023년 사이에 학술 조사를 통해 정확한 분류가 이루어졌고, 월령리 선인장은 ‘해안선인장’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 위키백과 등 참조 ]
◇ 미포~청사포 해안선인장 군락지가 보호되어야 하는 이유
이처럼 해안선인장이 고유 이름을 부여받는 데도 오랜 시일이 걸렸지만 정작 더 중요한 사실은 이 선인장이 부산 미포~청사포 해안가에도 군락을 이뤄 서식한다는 사실이다. 제주도만이 유일한 자생지라 알려져 있는 해안선인장이 제주도보다 더 북쪽인 미포~청사포 해안에 서식한다는 사실은 학술적으로나 희귀성으로나 부산과 해운대 해변의 가치를 더욱 높일 것이 분명하다.
해안선인장은 외래종이 생태계에 해가 되지 않고 정착한 긍정적 예시이며, 높은 건조 및 염분 저항성은 기후위기대응 식물로 연구 대상이다. 현재 제주도는 국가유산청과 함께 해안선인장을 활용한 관광상품 개발 등을 통해 지속적 보존 관리에 나서고 있다.
어쩌면 미포~청사포 해안선인장 군락지는 이미 천연기념물로 보호하는 제주도보다 더 귀한 자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해운대구청은 물론 부산시 차원에서 보호에 즉각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이다. 그와 함께 해안선인장 군락지의 훼손을 방지하고 서식지 확장에 힘을 보탤 범시민 단체가 하루빨리 결성되길 희망한다.
/ 예성탁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