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1편. 어른아이가 되는 시간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의 행복한 기억이 있다. 골목을 누비며 뛰어다니고, 작은 비밀 아지트를 만들어 우리만의 비밀 기지로 삼았던 유년 시절의 기억.
세월이 흘러 그 꿈 같던 시간은 점점 흐릿해지고, 우리는 어릴 적 농담처럼 어느새 어른이 되어 무미건조하게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여기 어른의 모습으로 아이처럼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세상을 향한 호기심을 안고, 꿈과 희망으로 가득한 미래를 그리는 어른아이들의 이야기. 이들이 초대하는 동심과 환상의 나라로
특별한 시간 여행을 떠나본다. 1부. 골목에 대하여
3월 13일 (월) 밤 9시 30분
부산의 오래된 골목 지도를 그리다
부산의 오래된 골목에서는 기억 속 살아 숨 쉬는 청춘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잊고 살았지만 잊을 수 없는 기억 한편의 아스라한 추억. 가수 김범룡에게도 그 골목에 배어있는 추억이 있다.
히트곡 <바람, 바람, 바람> 주인공 이자 반짝이는 이십대를 함께한 친구의 고향, 부산. 그 시절 남포동은 불타는 청춘들이 모이는 젊음의 메카였다. 그 일대에 늘어서 있던 수많은 극장과 노점들은 자취를 감추었지만, 곳곳에 남아있는 오래된 골목들은 세월의 손때를 간직한 채 그곳에 머물러 있다.
어릴 적 보았던 자갈치 아지매가 여전히 반겨주는 자갈치 시장 골목, 어시장 한편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킨 어상자 골목부터 빛바랜 헌책 가득 아련한 추억이 불어오는 헌책방 골목.
많은 것들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생겨나는 세상 속 변함없이 골목을 지키며 살아가는 골목 대장들과
가장 ‘부산스러운’ 골목이 간직하고 있는 기억 속 청춘을 만나 본다. 2부. 바람, 바람, 바람
3월 14일 (화) 밤 9시 30분
인생에 불어오는 따뜻한 봄바람
가파른 해안 절벽 위, 바위 틈새에 피어난 꽃처럼 다닥다닥 작은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 부산 영도의 흰여울마을은 과거 피란민들이 돌투덩이 바닷가 산길에 집을 짓고 살던 곳이다.
비바람에 무너지면 다시 덧대고, 무너지면 다시 덧대기를 반복하며 70년 세월을 견뎌온 마을은 어느새 부산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되어 매일 찾아오는 낯선 이들을 반긴다.
이처럼 거칠면서도 따뜻한 부산의 바닷바람을 업고 이제 막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 인생이 있다. 동해와 남해가 만나 북풍과 남풍이 모두 불어 사계절 내내 높은 파도가 넘실거리는 송정 해수욕장.
그 바다 위에서 만난 은발의 서퍼 양영숙 씨는 예순아홉의 나이가 믿기지 않는 실력으로 바다 위를 시원하게 질주한다. 한평생 가족을 위해 살았던 그녀에게 자유를 안겨준 건 인생을 닮은 파도가 불어오는 부산의 바다였다.
오늘도 먼바다를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그녀에게
거품 같은 인생을 진정으로 즐기며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본다. 3부. 늦으니까, 더 뜨겁게
3월 15일 (수) 밤 9시 30분
요트를 몰고 아름다운 바닷길을 안내하는 선장, 이현건 씨는 뜨거운 이중생활에 한창이다. 선착장에 준비된 오토바이를 타고, 드넓은 해안도로를 거침없이 누비는 그. 오토바이의 엔진 소리만 들으면 가슴이 뛴다는 그는 도시에서 일만 하며 살아온 50년 세월을 청산하고, 가슴 뛰는 두 번째 인생의 문을 열었다.
인생을 더욱 즐겁게 해줄 그만의 보물들을 한데 모으기 시작한 그의 아지트에는 1910년부터 1930년까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올드 바이크의 향연이 펼쳐지고 매일 아침 향하는 편백나무 숲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눈부신 세상이 가득하다.
남해의 푸른 산과 바다를 누리며 인생의 맛을 알게 해준 새로운 인생을 가능케 한 건, 묵묵히 그의 모험과 도전을 지지해주는 아내 덕분.
그 응원과 사랑에 힘입어 인생의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정으로 세상을 탐험하는 66세,
피 끓는 청춘과 아름다운 비경 속을 거침없이 질주해본다.
4부. 매일 매일이 좋은 날
3월 16일 (목) 밤 9시 30분
천년 고찰 노승의 비범한 놀이터
고려시대에 창건된 사찰로, 남해에서 가장 높은 산인 망운사의 정상에 위치한 망운사.
사찰의 지주인 성각 스님은 매일 아침 조금 위험한 그만의 놀이터로 향한다. 가파른 산길을 거침없이 오르며 그가 향한 곳은, 망운사 정상의 아찔한 절벽 끝.
남해의 크고 작은 섬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손 한 뼘 바위 위에서, 스님은 하늘과 바다의 넓이만큼 드넓은 세상을 마주한다.
스님의 또 다른 특별한 놀이터는 ‘도화지’. 사찰로 돌아와 손에 목탁이 아닌 붓을 쥔 스님은 하얀 도화지 위에 선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보기만 해도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그림을 통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맑은 마음을 지니게 해주는 스님은 어른이 되어도 간직해야 할 동심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벼운 배낭 하나 메고 떠나는 망망대해의 무인도, 세존도로 향하는 스님의 모습엔 어릴 적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아이의 기대와 설렘이 가득하다.
어릴 적 순수함을 지니고 자연의 일부가 되어 그만의 놀이터에서 살아가는 성각 스님의 세상을 만나 본다. 5부. 내 이름은 스텔라
3월 17일 (금) 밤 9시 30분
숲속의 소녀, 스텔라의 정원 팔공산 자락, 동화 속 작은 세상이 펼쳐진다. 버려진 땅을 일구어 아름다운 정원을 가꾼 신성화 씨는 어릴 적 농부였던 아버지에게 자연스레 땅의 섭리를 배웠고, 어른이 되어 ‘스텔라’라는 이름을 스스로 지어주었다.
단발머리 삽살개 ‘담덕이’, 정원 입구의 두 그루 벚나무 ‘앨리스’와 ‘그레이스’는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 스텔라의 하루는 매일 아침, 담덕이와 정원을 둘러보며 온실 속 허브들에게 간밤의 안부를 묻는 것으로 시작된다.
대지 위 모든 생명이 꽃처럼 아름답다는 그녀에겐 온갖 허브와 나무들, 대나무숲에 사는 길고양이 서든리까지 저마다의 온기를 가지고 따뜻한 손길을 나누며 세월을 함께 통과하는 고마운 존재들이란다.
키다리 아저씨처럼 그녀의 세상을 지켜주는 남편이 만들어준 정원 안쪽의 비밀 부엌. 향긋한 허브잼과 갓 구운 빵 냄새가 솔솔 풍기고, 무사히 겨울을 난 허브들이 기지개를 켜는 봄날.
동화보다 더 동화 같은 이야기, 스텔라의 숲속 작은 세계를 만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