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극히 불안하다. 밤에 잠이 잘 안온다. 그리고 화가 많이 난다. 아마도 분노조절장애에다가 불면증까지 겹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코로나 탓일까. 물론 코로나도 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 이 나라 돌아가는 상황이 나를 이렇게 만드는 것 같다. 정부 여당입장에서는 왜 우리가 요즘 집중타를 맞는가 억울할 수도 있다. 우리도 나름 최선을 다하는데 왜 동네북 신세가 됐을까 한탄스러울 수도 있다. 뭔가 잘해보려고 하는데 오히려 왜 우리만 혼내는가. 답답할 것이다.
나는 아니 우리국민은 지난 2017년 4월 엄청난 변화를 경험했다.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탑승하고 있는 이 항공기가 조종사의 황당한 실수 아니 근본적으로 무능력으로 인해 항공기 운항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그래서 탑승객들이 마음을 합쳐 비상착륙하기로 결정했다. 탑승객 가운데 일부 조종 기술이 있어 허허벌판에 비상착륙을 했다. 다행히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조종사 부조종사를 비롯해 승무원들이 교체됐다. 조종사는 이런 저런 이유로 회사에서 쫒겨난 것은 물론 법의 심판을 받았다.
탑승객들은 환호했다. 그 살떨리는 항해는 너무 끔찍했다. 조종사가 조종석을 비우는 것도 흔했던 상황이라 정말 언제 추락할 지 모를 지경에서 겨우겨우 운항한 것을 탑승객들은 알았다. 그래서 제 정신 가지고 조종석을 잡을 것이다라고 믿을 기장을 선택했고 그 기장은 호기롭게 조종석을 잡았다. 승무원들도 새로운 마음으로 탑승객을 모시겠다면서 성의를 다 보였다. 항공기 안의 좌석 커버 색깔도 바꾸고 비상시를 대비한 산소공급기도 새로 갈았다. 항공기는 기분좋게 태평양을 지나면서 점차 안정된 분위기 속에 식사시간도 갖고 와인도 한 잔하고 커피도 한 잔씩 하는 여유를 가졌다.
그런데 뭔가 요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승무원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승무원팀장과 보안요원사이에 미묘한 긴장이 흘렀다. 보안시스템을 새로 정비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생긴 모양이다. 처음에는 탑승객들이 잘 몰랐는데 점차 고성이 오가더니 급기야 주먹다툼까지 한다. 탑승객들은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난기류를 만났다. 항공기가 휘청휘청한다. 벼락이 항공기를 때리고 먹구름이 항공기를 위협한다. 하지만 기장은 안심하라 아무일도 아니다 잘 운항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기장이 처음 조종석을 잡았을 때는 기장이 자주 등장해 주변 상황을 잘 설명드리겠다고 밝혔는데 운항이 시작하고 얼마부터인가 그런 방송도 하지 않는다.
승객들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진다. 기내식에서 쥐가 나왔다며 난리를 치는 일도 일어났다. 새로운 항공식사 업체로 교체했는데 그 조리사가 욕심을 내다가 음식을 망친 것 같다. 음식을 먹지 못하고 버리는 사태가 속출한다. 그 업체 사장은 기장이 신임하는 그런 인물 아니든가. 일부 탑승객들은 기장을 불신하기 시작한다. 아니 처음 탑승할 때부터 기장을 믿지 못하는 그룹이 꽤 있었는데 그런 그룹이 주축이 돼서 기장 교체를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근처 공항에 내려 기장 그리고 부기장을 바뀌야한다고 소리를 높인다. 다른 쪽에서는 그냥 가자 그리고 기장이 잘 해 낼 것이다라는 말을 한다. 양측은 서로 자기 주장을 펴며 설전을 벌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보안요원가운데 한 명이 나선다. 나 이런 분위기에서 이런 역할 못하겠다고 말이다. 자기는 승무원팀장에게 핍박을 당했다며 보안요원의 권한을 빼앗는 이런 시스템속에서 더 이상 근무가 힘들다며 차고 있던 권총을 기장에게 반납하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안그래도 기장을 교체하자고 주장하는 측은 그 보안요원을 새로운 기장으로 삼으려 마음 먹는 모양이다. 하지만 보안요원이 기장 수업을 받았겠는가. 그냥 총쏘고 범인 잡을 줄만 알았던 보안요원 아닌가. 그런 상황속에 수많은 탑승객이 탄 항공기는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불안한 운항을 오늘도 계속하고 있다.
무슨 항공기 사고와 관련한 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실상은 지금 이 나라의 형국이 바로 이렇다. 지금 한국 항공기의 기장은 10여 년전에 부기장을 맡았던 사람 아니던가. 당시 기장은 특히 종부세를 필두로 한 부동산 개혁과 기자실 폐쇄라는 것을 필두로 한 언론 개혁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날아가다가 야당의 반대 그리고 기자들의 지적 등 엄청난 난기류를 만나 제대로 운항하지 못하고 겨우 근처 공항에 착륙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러면 그당시 부기장은 다시는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각오로 특단의 조종기술을 9년이라는 세월을 바쳐 노력했어야 했다. 그리고 승무원들의 공명심 그리고 섣부른 서비스로 탑승객들 불편하게 하는 일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항공기를 안전하게 모는 것이 중요하지 한번 이렇게 해 볼까 하고 곡예비행하는 것이 과연 기장다운 태도인가. 정말 9년이라는 퇴사기간동안 한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 기장도 승무원들도 마찬가지다. 시뮬레이션 방에서 밤을 새워 온갖 상황에 대비한 조종 훈련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전혀 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니 항공기 조종기술이 전혀 없는 보안요원보고 새 기장이 되라고 하는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것 아닌가.
하지만 문제는 다음 공항에서 항공기가 착륙하고 새기장을 선임해야 하는데 대부분 조종기술과 믿음을 주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금 항공기 조종 교체를 기다리는 일부 기장 후보들도 탑승객들의 과반이상의 믿음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항공기 조종은 정말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조종기술과 전혀 무관한 보안요원이 시간을 준다고 탁월한 조종기술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천만에 만만에 말씀이다. 물론 부기장을 잘 영입해 기장의 부족함을 메우면 된다고 주장한다면 그런 탁월한 기술을 가진 이가 부기장에 만족하고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기장감도 없는데 부기장은 어떨런지 다 아는 사실아닌가.
항공기 운항 조종기술은 하루 아침에 터득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요즘 잠이 안온다는 것이다. 이 항공기가 내가 내리고 싶다고 내려지는 그런 물체가 아니지 않는가. 운명처럼 타고 그 목적지까지 가야하는 대체재가 없는 유일한 교통수단 아닌가. 그런데 항공기를 능수능란하게 조종할 기장이 그렇게 없다면 가슴 아픈일이 아니고 뭐겠는가. 물론 현재 몇몇 기장후보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고 하지만 탑승객들의 상당수가 믿지 못하고 다른 회사 기장을 영입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 항공기는 앞으로 제대로 순항할 수 있을까. 불의의 사고로 추락하는 엄청난 사태를 빚지 않을까... 내 친구들과 우리 아이들과 손주들이 타고 있는 항공기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우려에 우려가 드는 날이다.
2021년 3월 9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