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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왕이 크게 기뻐하고,
"그러면 제 의복을 고쳐서 선관의 모습을 하고
내 공문(公文)을 가지면 도증에서 의심을 받지 않으리라."하고,
그를 만반 차비를 해 주었더니,
소년이 초공 이선을 향하여 절하고,
"소생은 수부의 왕자로서 일광로(日光老)의 제자이온데
스승의 명을 받들고 상공(相公)을 모시고 가려고 왔읍니다."
이 선이 반색을 하고 용왕을 향하여,
"데리고 온 수행원은 어찌 하오리까?"
"그 사람들과 배는 도로 돌려보내시오."하고,
용왕은 수신(水臣)을 불러서 영거(領去)에 보내라고 분부하더라.
초공 이 선이 지금까지 죽을 고생을 함께 한 수행원들을 하직해 보내자
용궁의 왕자가 벌써 가벼운 배 한 척을 대령하고 있기로,
이 선이 그 배에 오르자 순시간에 어디로인지 달려가더라.
번개같이 달리는 배 안에서 왕자가 이 선에게,
"공(公)은 진세속객(塵世俗客)이라 선경(仙鏡)을 임의로 왕래하지 못하시리니
먼 도중에 많은 물신령이 검문할 때는,
제가 부왕(父王)의 공문을 빙자하겠으니 저 하는 대로 하십시오."하고,
알려 주었고 회회국(回回國)에 이르니
사람들이 바다로 다니지 않고 뭍으로 돌아다녔는데,
그 나라를 지키는 왕의 성명은 정성(井星)으로서 성품이 매우 온순하더라.
왕자가 왕을 찾아가소 보고
부왕의 공문을 드리니,
왕이 즉시 통과허가의 인을 찍어 주고,
나와서 초공을 만나 보고 공경하고 전송하더라.
또 한 나라에 이르니 이 나라의 사람들은
밥을 먹지 않고 꿀만 먹고 살았으며,
왕의 성명은 필성(畢星)으로서 이 선의 선조의 후예였으니,
왕자가 대궐에 들어가서 공문을 드리니,
왕이 즉시 인을 찍어 주고 친절하게 충고하여,
"그대 태을을 인도하여 가거니와 이 앞의 길이 가장 험하니 부디 조심하라.
우리는 하늘의 이십팔수(二十八수?)로서 상제께 죄를 짓고 이 땅 위로 귀양을 와서 살고 있다.
다음의 수성(水星)을 만나면 가장 통과가 어려울 테니 조심하라."
용왕의 왕자는
이 호밀국(好密國)의 왕에게 사례하고 떠나서
그 다음의 유리국(유璃國)에 이르니,
이 나라 사람들은 의관과 물색이 주옥 같으나,
누리거나 비린 음식을 먹지 않았으며
왕의 성명은 기성(箕星)이라하니라.
왕자가 공문을 보이려 들러가니 대뜸 책망하어 말하되,
"이곳은 선경이라 범인(凡人)이 함부로 출입하지 못하는데,
어째서 잡인(雜人)이르 데리고 왔느냐?"하고,
용왕의 왕자를 본 체도 하지 않으매,
초공 이 선을 인도하여 가는 사연을 고하니,
왕이 빙그레 웃으면서,
"이번은 그대 낯을 봐서 통과를 허락하마."하고, 공문에 인을 찍어 주니,
왕자는 겁이 나서
곧 떠나서 다음 나라 교지국(交趾國)에 이르니라.
그 나라 사람들은
오곡(五穀)을 먹지 않고 차(茶)만 먹고 살기 때문에
모두 짐승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으니,
왕의 이름은 규성(奎星)이라
성질이 사나와서 타국 사람이 국경을 범하면,
누구를 막론하고 시비(是非)를 가리지 않고 잡아죽였으므로,
왕자가 이 선에게 이 나라를 통과하기 어려울지 모르니
조심하라고 말한 뒤에, 왕에게 청하려고 궁궐로 들어가서 공문을 보이자,
"봉래산 영지(靈地)로 제가 태을을 데리고 가지만,
그는 이미 인간으로 귀양간 자인데, 왜 이곳을 지나려고 하느냐?"하고,
노해서 왕자와 이 선을 잡아다가 구리성 안에 가두기로,
왕자가 초공에게 안심시키면서,
"규성왕이 본디 성질이 사나와서 아무의 말도 듣지 않으며,
내가 선생께 청하러 갔다 오겠으니 잠깐 여기서 기다리시오."하고,
살며시 구리성에서 도망해 나와서
용궁의 일광로에게 고지국에서 이 선이 잡혀서 갇힌 사정을 일리니,
"그 왕이 본디 거북이라 내가 가지 않으면 안되겠다."
즉시 구름을 타고 구하러 달려 왔고,
왕자는
먼저 와서 또다시 몰래 구리성에 들어가서 이 선과 함께 갇혀 있었더니,
일광로가 와서 규성왕을 보고
이 선의 사정을 말하고 양해를 구하기를,
"그분은 본디 태을인데 천상에서 옥황상제께 득죄하고
인간으로 내려와서 고초를 겪음으로써 천상의 죄를 속죄하고,
봉래산으로 약을 구하러 가는데,
만일 태을이 가는 길을 지체시키면
황태후의 병을 구하지 못할 터이니 지체 말고 곧 놓아 드려라."
"그렇사옵니까?"하고,
규성왕이 이 선과 용왕의 왕자를 석방하고 공문에 인을 찍어 주므로,
그들이 다시 배를 타고 갈 적에 물 가운데서 홀연 오색구름으로 탑을 쌓았는데,
그 위에 선관 두 명이 앉아서 풍악을 울리고 있더라.
"동편에 앉은 분이 우리 스승이시고 서편에 앉은 이가 규성왕이옵니다."하고
왕자가 말하매,
이 선이 부러워하며 앞길이 멀고 험함을 한탄하여 마지않더라.
"우리도 멀지 않아서 그렇게 될 것이니 안심하고 기다리시오."
왕자의 위로를 받으면서 한 곳에 이르니,
부희국(富喜國)이라는 땅인데,
사람들의 키가 열 자나 되고 사람과 짐승을 잘 잡아먹는 무서운 풍습이 있었으니,
왕의 이름은 진성(軫星)인데 수성(水星)중의 끝의 동생[末弟}이니라.
왕자가 성중으로 통과 허가를 맡으러 들어가면서,
"제가 성중으로 가면 필연 이 나라 사람들은 공을 침해할 것이니,
급하거든 이 부적(符籍) 의 영험으로 물리치시오." 하고 성중으로 들어갔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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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공문을 보고 곧 인을 찍어 허가하였으나,
이 선이 왕자를 보내고 관역(官驛)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이 나라 사람들이 몰래 와서 이 선을 헤치려고 습격하니,
이 선이 당황해서 왕자가 주고 간 부적을 공중에 던지자
갑자기 풍랑이 일어서 폭한들은 물에 빠져 죽고,
이 선이 탄 배는 어디론지 달려서 걷잡을 수 없게 되더라.
이 선은 폭한들의 박해는 비록 피하였으나
왕자와는 만나지 못하게 되었으므로 크게 낙망하고 어쩔 줄을 몰라 할 때
물 속에서 홀연히 술에 취한 신선이 고래를 타고 나타나서 이 선의 배를 막고 힐난하기를,
"네 모양을 보니, 신선도 아니요 속객도 아니요 용왕도 아닌데,
어디서 용왕의 배를 훔쳐 타고 어디로 가느냐?"
"나는 중국 병부상서 초국공 이 선인데, 황태후 병환이 중하시와,
황제께서 나를 명하여 봉래산에 가서 약을 구하러 가는 중이니
부디 길을 가르쳐 주십시오."
"흥, 가소로운 소리 작작하라.
제가 병부상서라면 옛글도 보지 못하였는냐?
삼신산(三神山) 십주(十州)란 말이 다 허무하다.
불사약(不死藥)을 구하려면 진시황(秦始皇)과 한무제(漢武帝)도 못한 일을
네가 어찌 봉래산에 갈 수 있겠느냐?"
"비록 지극히 어려운 일일지라도 군명(君命)을 받자왔으니
죽을 때까지 얻으러 가겠읍니다."
"그런 몽상은 그만 두라. 내가 탄 이 고래가
구만리장천(九萬里長天)을 순식간에 왕래하되,
아직 봉래산은 보지 못하였으니,
아무튼 나와 함께 찾아보겠느냐?"하고,
선관은 이 선이 탄 배를 고래에게 끌리고 정처없이 가면서,
여러 가지로 참지 못할 고통을 당하며 갔으며,
선관 한 명이 파초선(芭蕉船)을 타고 오면서 시선을 부르며 묻기를,
"그 배는 어디로 끌고 가는가?"
"이 손[客}이 나에게 술집을 가리켜 달라고 보채서 끌려간다."
"허허허, 그거 참 좋구나. 나도 한몫 껴 볼거나."
선관도 농을 하면서 이 선을 향하여 빈정대니,
"너는 술값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
"농들은 그만두시오. 나는 황제의 명으로 봉래산의 선약을 구하러 가는 사람인데
이 선관에게 봉변을 당하고 있사옵니다."
이 선은 은근히 새로 나타난 선관에게 구원을 호소하였더니,
선관이 껄껄 웃고서 묻기를,
"너는 동행하는 선관을 모르느냐?
당현종(唐玄宗)시절에 한림학사 이태백(李太白)이다.
이 기회에 그가 좋아하는 술에 취하도록 함께 먹고 싶으나,
술값이나 넉넉히 가져 왔느냐?"
"몸에 푼전이 없으니 어찌 하겠소."
이 선이 고소(苦笑)를 하고 난처해 하는 모양을 본 적선(謫仙) 이태백이,
"돈은 없더라도 네가 가진 옥지환이 술값에는 족할거다."하고,
어디론지 이 선의 배를 끌고 갈 적에
멀리서 옥퉁소 소리가 은은히 들려오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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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백이 미소하면서,
"동자야, 우리 저 풍류 소리를 따라 가 보자꾸나."하고,
옥퉁소 소리 나는 곳으로 급히 달려가 보니,
한 명의 선관이 칠현금(七絃琴)을 물 위에 띄우고
그 위에 타고 앉아서 옥퉁소를 불고 있다가,
"아, 반갑다, 태을이 아닌가. 재미가 어떤가?"
이 선은 모를 선관이 자기를 알아 보는 것이 의아스러워서,
"진세속객이 어찌 선관을 알겠읍니까?
나는 가는 길이 바쁜데 이 이태백의 넋이라는 선관이 잡고 놓지 않아서 큰일났습니다."
"허허허, 이 손이 제 아내가 준 옥지환을 팔아서 나에게 술을 사 준다고 종일 끌고 다니면서,
술을 종내 사주지 않아서 화가 터진 판이다."하고
이태백이 농을 하자,
동빈 선관도,
"허허허, 너희들이 서로 끌려 다닌다 하니,
마치 까마귀처럼 암놈·숫놈을 모르겠구나."하고 웃으니,
이때 홀연히 선녀 一명이 연엽주(蓮葉舟)에 술을 싣고 왔으므로
동빈 선관이 묻기를,
"선녀는 어디서 오시오."
"두목지(杜牧之) 선생이 친구를 만나려고 옥화주로 가셨으므로 그리 가나이다."
"그건 정녕 태을을 만나기 위함이 아닐까."
적선[李太白}이 손을 들어서 달려오는 배를 가리키며
저 배가 아닌가 하였으므로 일동이 그 쪽을 보니,
한 선관이 소요관(逍遙冠)을 쓰고,
자색 학상의(鶴상依)를 입고
일엽주(一葉舟)를 바삐 저어오면서 초공이 선을 향하여,
"태을아, 반갑다. 그동안 인간의 재미가 어떤고? 우리 술이나 먹자."하고
서로 권하여 잔을 들고 있었는데,
문득 공중에서 청의동자(靑衣童子)가 내려와서 고하기를,
"안기선생께서 스승님을 곧 궁중으로 청하옵니다."
"우리들은 곧 가야겠는데 이 태을은 어찌할까?"하고 동빈 선관이 묻자,
두목지 선생이,
"장진이 내 학을 빼앗아 타고 봉래산으로 갔으니,
내 궁장(弓匠)을 데려다 두고, 학을 타고 쫓아가리다."
이 말에 모두 기뻐하면서 초공 이 선에게 이별을 고하더라.
"우리 이제 이별하니 섭섭하지만 멀지않아 다시 만나볼 거다."
두목지는 초공 이 선을 데리고 갔는데,
이윽고 어느 곳에 이르니,
큰 산이 하늘에 닿도록 높고 그 주위에 상서로운 구름[祥雲]이 서려 있었으니,
두목지는 이 선에게,
"이 산이 봉래산이니 구류선을 찾아서 선약을 구하라."하고
홀연히 돌아갔으므로,
이 선이 바라보니
산천이 형용할 수 없이 아름다와서 탄식하여 마지않고,
"이태백의 시에
<삼산은 반락 청천의요,
이수는 중분백로주[三山半落靑天外 二水中分白露洲]라 하였더니,
짐짓 허언(虛言)이 아니로다."하고,
산수로 완상(玩賞)하면서 산중으로 수리(數理)를 들어가자,
그곳에서 용왕의 왕자가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이 선이 놀라고 기뻐하니
용왕의 왕자가,
"나는 이상서가 가신 곳을 몰라 이태백을 만나서 물었더니,
두목지가 인도해서 봉래산으로 가셨다기에 여기 와서 기다린 지가 오래됩니다."
"그 두 선관들이 술을 사라고 진반농반 졸라대서 정말 땀을 빼었다."
"하하하, 그 신선들이 모두 이상서와 전생의 벗이신고로 반가와서 농을 한 것입니다.
만일 그 신선들을 만나지 못하였으면 어찌 이 봉래산에 도달하였겠읍니까?"하고
깊은 산중으로 점점 들어가서, 한곳에 이르니
큰 바위들이 하늘을 찌르고 서 있었으므로
왕자가 이 선을 업고 그 험지를 순식간에 올라가서 내려놓고,
"나는 배에 돌아가서 기다릴 테니 빨리 약을 구해 가지고 배로 돌아오시오.}
{요행히 약을 얻을지라도 이 높고 험한 산길을 나 혼자 어떻게 내려가겠는가?"
"돌아가실 때는 쉬울 것이니 근심 마시오."하고 가니,
이 선이 혼자 더 높은 산으로 올라가니, 한 노인이 검은 소를 타고 오다가
이 선을 보고 묻기를,
"그대는 어떤 사람인고?"
"나는 중국 병부상서 초국공 이 선이온데 구류선을 찾고 있읍니다."
노인이 그 말을 듣더니,
"그럼 저 침향(沈香) 나무 숲으로 들어가면
높은 바위에서 바둑을 두는 신선이 있을 테니 물어보라."
이 선이 기뻐하고 그곳으로 가 보니
과연 선관들이 바둑을 두고 있더라.
이 선이 그들 앞으로 가서 절하고 보이니,
"그대는 어떤 사람인데 감히 이곳에 들어오느냐?"
"인간 병부상서 이 선이온데, 구류선을 뵈옵고자 왔읍니다."
그러자 청의선인(靑衣仙人)이 의아히 여기고 물으니,
"황태후의 병환이 중하셔서 황제의 명을 받들고 약을 구하려고 왔읍니다."
이번에는 홍의선인(紅衣仙人)이 위를 가리키면서,
"구류선을 보려거든 저 상봉(上峯)으로 올라가 보라."
"황태후 위중하시와 신자(臣子)로서 군명(君命)을 지체치 못하겠으니
약을 곧 얻어 가게 해 주십시오."
"우리는 약을 모른다."
이 선이 인간의 재주로는 올라갈 수 없는 상봉을 쳐다 보고 한탄하고 있을 때,
홀연히 청학(靑鶴)을 탄 신선이 오면서 이 선에게,
"자네를 오래간만에 여기서 만나니 옛 생각이 그립구나.
그래 자네는 인간의 재미가 어떠하며, 설중매[梅香}를 만나 봤느냐?"
"인간으로서 고생할 뿐인데 전생에 알지 못하던 설중매를 어찌 알겠읍니까?"
"허허허. 자네는 인간으로 귀양가더니 천상(天上) 시절의 일을 다 잊었구먼."하고,
동자에게 차를 부어라 하여 이 선에게 전하였고,
이 선이 그 차를 받아 먹으니 즉시 정신이 상쾌해지면서
천상의 태을진군으로서 득죄(得罪)한 일과
봉래산에 올라가 능허선의 딸 설중매와 부부가 되어서 살던 일과,
옛친구라는 이 신선이 자기의 수하(手下)로 지내던 기억이 어제같이 소생하므로,
이 선이 길게 탄식하고,
"나는 그때 갑자기 죄를 짓고 인간으로 귀양가서 고행(苦行)이 자심한데,
자네들을 모두 무고하니 다행일세. 그런데 설중매는 어디 있는가?"
"능허선 부부는 인간 이부상서 김 전 부부요,
설중매는 양왕의 딸이 되었으니, 장차 자네의 둘째 부인이 될 것일세."
☆☆☆
이 선이 긴 한숨을 쉬면서 묻기를,
"능허선 부부와 설중매는 무슨 죄로 인간으로 갔는가?
또 어찌하여 월궁소아(月宮小娥=淑香)는 김 전의 딸이 되고,
설중매는 양왕의 딸이 되었는가?"
"능허선 부부는 방장산(方丈山)에 구경갔다가
상제께 꿀진상을 늦게 한 죄로 인간으로 귀양갔고,
자네 아내 설중매는,
자네가 소아를 흠모하는 줄 알고 항상 소아를 잘투하더니,
전생의 그런 원수로 후생에 소아와 부부가 되어서
서로 간장을 썩게 한 셈일세.
그리고 설중매는 상제께 득죄한 일은 없으나,
부모와 자네가 인간으로 내려갔으므로 보려고 양수에 빠져 죽었으므로
후생에 귀하게 되어 양왕의 공주로 태어났던 것일세."
"아, 이젠 알겠네.
그 양왕의 딸과의 혼사를 거절하다가, 양왕이 보복으로 나를 죽이려고
봉래산의 선약을 구하도록 나를 보내라고 황제께 명하게 한 것이로군.
나는 죽어도 설중매와 혼인을 하지 않고 소아[淑香}만 사랑하려고 하였지만,
하늘이 정하신 일이니 피할 수 없는 운명임을 알게 되었네."
"아차, 자네가 돌아가 때가 늦었으니
이 약을 갖고 가서, 여기서 내가 주더란 말을 말게."
하고, 그 신선이 세 가지 선약을 주므로,
이 선이 사례하고 묻기를,
"이 약의 이름이 무엇인가?"
"작은 병에 든 물약은 환혼수(環魂水)요,
금빛약은 개언초(開言草)요,
또 한가지가 우화환(羽化丸)일세.
지금 자네가 세상으로 돌아가면 황태후가 벌써 승하하였을 것이니,
자네가 가진 그 옥지환을 황태후 시체 위에 얹어 두면 썩은 살이 다시 소생할 것이니,
그 물약을 입에 칠해 드리게.
그래서 혼백이 돌아온 귀에 개언초를 쓰면 말을 하실 것일세."
"그리고 이 우화선은 어디 쓸 약인가?"
이 선이 남은 한 가지 약의 용도를 물으니,
"자네가 감추어 두었다가 나이 七○이 되거든 七월 보름날에,
소아와 하나씩 나누어 먹게."하고,
신선은 또 차 한 잔을 권하므로 이 선이 받아 마시니,
비로소 해변에서 용왕의 왕자가 기다린다는 생각이 문득 깨달아졌으므로,
이 선은 선인에게 사례하고 당황히 왕자 있는 곳으로 간즉,
왕자가 이 선을 등에 업고 순식간에 남해 용궁으로 돌아오매,
용왕이 그를 반갑게 맞고 잔치를 베풀어 여행의 고초를 위로하더라.
"이번에는 용왕님 덕분으로 봉래산을 잘 다녀왔읍니다만, 또 천태산을 가르쳐 주십시오."
하고, 이 서니 간청하기로,
용왕이 또 왕자를 불러서
천태산으로 인도해 드리라고 명하였으니,
왕자는 곧 이 선을 배에 태우고 출발하여 어느 곳에 이르자,
"이곳이 천태산이니,
약을 구하려면 마고선녀(麻姑仙女)를 만나서 청하면 쉬울 것이옵니다."하고,
왕자가 이 선에게 가르쳐 주었고, 봉래산 갈 때보다는 아주 쉽게 온 이 선은,
거기서 홀로 산중으로 찾아 들어가니,
도중에서 큰 시내를 만났는데 물 속이 퍽 깊어서
건널 수가 없어 물가를 방황하고 있을 때,
문득 동쪽에서 소년 한 명이 사슴을 타고 오매,
이 선이 반갑게 여기고 길을 물으려고 하였으나,
소년은 사슴을 채찍질해서 나는 듯이 가버렸으므로 물을 수도 없었으며,
하는 수 없이 원망스럽게 바라보고 다시 방황해 가지니,
소나무 밑에 한 노인이 해진 누비옷을 입고 바위에 걸터앉아 있기에,
이 선이 노인 앞으로 가서 절하고,
"저는 중국 병부상서 초국공 이 선이온데,
황명을 받자와 약을 구하러 왔다가,
배가 고프고 갈 길을 모르니
인가를 가르쳐 주면 기갈을 면할까 하오니,
마고 선녀의 집을 가르쳐 주시면 약을 얻어가겠사옵니다."
"이 깊은 산골에 인가가 어디 있으랴.
또 내가 여기 있는 지 五만년이 되었으나
마고선녀라는 이름은 금시초문이다."하고,
바위에서 일어나니,
이 선이 다시 물으려는 순간에 노인은 홀연히 자취를 감추고 말았고,
이 선이 또다시 방황하고 있을 때,
또 한 명의 노인이 석장(錫杖)을 짚고 저쪽에서 오기에
이 선이 그의 앞으로 가서 절하고 마고선녀의 집을 물으니,
"여기서 물 하나만 건너면 옥포동(玉浦洞)이 있으니 거기 가서 찾아보라."
{물이 깊어서 건너 갈 수 없사옵니다.}
노인이 짚고 있던 석장을 시내 위에 던지자,
순간에 변해서 다리로 되더라.
그러므로, 이 선이 사례하고 물을 건너서 가보니
노인은 간데 없고, 공중에서 외치는 소리만 들리더라.
"나는 대성사(大聖寺) 부처인데
너에게 길을 가르쳤으니 잘 찾아가거라."
이 선은 공중을 향하여 사례하고
산 속으로 가는 도중에 또 한 노인이 바위 위에 앉아 있으므로,
이 선이 절하고 옥포동 가는 길을 물었으나,
노인은 대답도 하지 않고 긴 목청을 뽑아 노래 부르면서 바위 위에 누워 버렸으며,
이 선이 민망히 여기고 어쩔 줄 모르고 있을 때
한 선녀가 청학을 타고 손에 천도(天桃)를 들고 와서,
이 선이 선녀에게 절하고 옥포동을 물었더니,
선녀가 황망히 답례하고,
"당신은 누구시며, 옥포동에는 왜 가려고 묻습니까?"
"마고선녀를 만나서 선약을 얻어 가려고 그럽니다."
"당신은 길을 잘 찾아가지 못할 것입니다.
내가 이 산중에 있은 지 오래로되 천태산 마고 선녀를 보지 못하였습니다."
"아아, 그러면 이 산의 이름은 무어라 합니까?"
☆☆☆
이 선이 놀라서 크게 탄식하니,
"이 신의 이름은 옥포산이요,
골 이름은 천태동이지만 날이 이미 저물었으니,
내 집에 가서 머무르고 내일 찾아보십시오."
이 선이 고마와하며 노선녀를 따라 간즉,
좌우에 기화요초(琪花瑤草)가 난만하여 향내가 코를 찌르고,
도원경(桃源境) 선간(仙間)의 청 삽살개가 한가롭게 짖고 있더라.
이 선이 선녀의 인도로 집안에 들어가니,
아담한 집이 티끌 하나 없이 정결하고,
나와서 맞는 노선녀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가니,
"내 집이 과부집이라,
손님 대접할 사람이 없어서 내가 직접 대접하니 허물치 마시오."
노선녀가 황금교의를 동서편으로 갖다 놓고,
이 선에게 동편 좌석에 앉기를 청하기로,
이 선이 그 상좌를 굳이 사양한즉 노선녀가 노하여,
"당신이 내 말을 듣지 않으니 나도 당신 가실 길을 가르쳐 드리지 않겠사옵니다."
이 선이 민망히 여기고 권하는 대로 동편 교의에 앉았더니,
노선녀는 시녀를 시켜서 팔진미(八珍味)를 권하기로,
이 선이 음식을 먹어보니 이화정의 노파집 음식 맛과 같더라.
이 선이 내심으로 혹시나 하는 생각이 나서,
"천태산이 어디입니까?"
"나도 천태산이란 산 이름이 금시초문이니,
수고롭게 허행을 하지 마시오. 필경 내 말에 따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들을 만한 까닭이 있으면 듣겠사옵니다."
"나도 명산(名山)에 있을 뿐 아니라,
명사의 아내가 되어서 가장 영화롭게 지내다가 남편이 득죄하여 이 땅에 왔다가,
남편이 세상을 떠나므로 어린 딸과 함께 돌아갈 길이 없어서 그 냥 살아 왔더니,
그 후에 딸이 장성하였으나 적당한 곳을 정하지 못하여 수심으로 세월을 보냈는데
오늘 천행으로 당신을 만나서 보니 첫눈에 대군자(大君子)라 청하는 바이니,
결코 위험한 길을 가지 말고, 나의 좋은 백년의 손[客]으로서 사위가 되어 주지 않겠소?"
이 선이 공손한 대답으로 사양하고,
"대단히 고마운 말씀이오나,
나는 군명을 받들고 끝까지 다니다가 선약을 구하지 못하면
차라리 죽을지언정 결코 불충지귀는 되지 않겠사옵니다."
"당신의 말이 매우 정대(正大)하지만, 속이 막힌 옹졸한 말이오,
속담에 죽은 정승이 산 개 만 못하다 하는데
무슨 까닭으로 고생만 하다가 비명원사(非命怨死)한단 말이오.
내 비록 빈곤하나 노비(奴婢)가 三천여 명이요,
전답이 수천 결이니 궁핍하지 않게 대접할 수 있사옵 니다."
그러나 이 선은 굳이 사양하고 민망스러워하더라.
이윽고 산공야정(山空夜靜)하여 천지가 모두 괴괴히 잠들었는데,
선녀가 시녀를 시켜서 옆방을 정하게 소제하고 이 선을 인도하여 편히 쉬라고 권하더라.
이 선이 거기서 그날 밤을 편히 쉬고 다음날 아침에 보니
그 편하게 잔 집은 간데 없고 몸이 시냇가에 누워 있지 않는가?
이 선이 황홀한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다가,
한참 후에야 정신을 가다듬고 일어나서 고국을 생각하고 시를 지어 읊었으며,
수십 보를 걸어가니,
한 노파가 광주리를 옆에 끼고 길가에서 산나물을 캐고 있으므로,
이 선이 가서 절하고 찬태산을 물으니,
"여기 이 산이 바로 당신이 넘어온 천태산이라."
"옥포동은 어디 있습니까?"
"여기가 바로 옥포동이라."
이 선이 기뻐하고 다시 묻기를,
"그러면 마고선녀의 집은 어디입니까?"
"내 눈이 어두워서 몰라 보겠는데 당신은 누구십니까?
내가 바로 그 마고선녀이옵니다."
이 선이 반가와서 두 번 절하고,
"나는 낙양 북촌의 이 선이온데 노선(老仙)을 찾아 약을 구하러 왔는데,
왜 나를 못 알아보십니까?"
"아, 정말로 그러십니까? 서로 이별한 지 오래고,
또 나이가 많아서 선망후실(先忘後失)하여 생각이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숙향낭자는 무사히 잘 있사옵니까?"
☆☆☆
이 선이 숙향의 무사를 알리고,
숙향이가 써 보낸 편지를 전하니,
"하하하, 내가 당신을 떠 보느라고 모른 체 했소이다."
숙향의 편지를 다 읽은 뒤에 기뻐 마지않으면서,
"내가 공자를 위하여 기다린 지 오래이옵니다."하고 약을 주면서,
구정을 펴고 조용히 이야기하고 싶으나,
요전에 내가 가서 숙향낭자를 만났더니 황태후가 승하하셨다 하니,
빨리 돌아가라고 알려 주니라.
이 선이 그 약을 받아 들고 사례하는 순간에,
마고선녀는 문득 간데 없더라.
이 선이 공중을 향하여 눈물을 흘리며 사례하고 길을 찾아 어떤 강가에 이르니,
용왕의 왕자가 배를 대령하고 반갑게 맞아 주더라.
"제가 공(公)을 보내고 서해용궁에 갔더니 숙모의 말씀이,
개안주(開眼珠)로 김상서의 은혜를 갚으려고,
요전에 정렬부인[淑香}이 표진강에 와서 제사지낼 때 술잔에 담아 바쳤으니
이미 상서 땅에 가 있을 것이니,
어서 댁으로 돌아가십시오."하고,
배에 올려 태우고 눈을 감으라고 권하므로,
이 선이 하라는 대로 눈을 감았더니 이윽고 한 곳에 이르러 눈을 떠본즉,
벌써 장안성(長安城) 一○리 밖의 해경하라는 강가이더라.
이 선이 꿈인 듯이 기뻐하면서
용왕의 왕자와 이별하고 입성(入城)하매,
황제가 즉시 알현하여,
이 선이 어전에 엎드려서,
"신이 불명하와 빨리 복명하지 못하온 죄를 청하옵니다."
"그 방향도 모르는 몇 만리 길을 무사히 왕복하여
선약을 얻어 왔으니, 경의 충성이 놀랍도다.
그러나 황태후께서 이미 승하하셨으니
과연 회생(回生)의 영험이 있을는지 의심스럽소."하시고
시험하였는데, 먼저 옥지환을 시체 위에 얹으니 상
했던 살결이 산 사람의 살 같아졌고,
입에 환혼주를 바르니 가슴에 숨기가 회복되었으나,
말은 하지 못하였으므로 입 안에 개언초를 넣으니
이윽고 말을 하므로,
또 개안주로 감은 눈 위에 세 번 문지르니
눈을 뜨고 만물을 환히 보게 되어서 완전히 소생하시더라.
이런 선약의 신기한 영험을 보고 황제와 백관이 모두 놀라 기뻐하며,
황제가 이 선의 손을 친히 잡으시고,
"경은 이런 선약을 어떻게 구하였소?
그 원로의 고생은 추측하고도 남음이 있소."
☆☆☆
이 선이 전후의 경과를 보고해 올리자,
황제가 칭찬하여 하는 말씀이,
"옛날에 진시황과 한무제의 위엄으로 능히 하지 못한 것을
이번에 경이 이제 선약을 구하여 황태후를 재생케 하시게 하니,
이것은 불세지공(不世之功)이매,
짐이 어찌 그 공을 갚으며,
어찌 한시라도 잊으리요.
처음의 약속대로 마땅히 천하를 반으로 나누어 주겠소."
이 선이 엎드려 아뢰되,
"욕신(欲臣)은 사(死)라 하였사옵는데,
어찌 그같이 과도(過度)하사,
신으로 하여금 추세에 역명(逆名)을 면치 못하게 하시나이까?
바라옵건대 성상은 소신(小臣)의 미충을 살피소서."하고,
머리로 땅을 쳐서 피를 흘리며 사양하니,
황제가 이 선의 사양하는 뜻이 굳음을 보시고 상을 감하여 초왕(楚王)에 봉(封)하시고,
김 전으로 좌승상을 시키시고, 공을 다 갚지 못함을 한탄하시더라.
이 선은 부득이 사은퇴조(謝恩退朝)하여 부중(府中) 자기 집으로 돌아와,
부모와 장승상 부부와 정렬부인 숙향이 죽었던 사람을 다시 만난 듯하여 큰 잔치를 베푸니,
황제가 들으시고 어악(御樂)을 보내어 흥을 돋우어 주시더라.
☆☆☆
숙향부인이 초왕으로 봉해진 남편 이 선에게,
"길을 떠나신 후에 북창 앞의 동백나무 가지가 날로 쇠진하므로
돌아오시지 못하실까 주야로 염려되기로 대신 박명한 목숨을 끊기로 천지신명께 기약하옵더니,
하루는 꿈에 마고할미가 와서 말하기를
이상서를 보려거든 따라 오라기에 한 산골로 들어가 보니
큰 궁전에서 상공을 보고 왔사옵니다.
상공이 아무리 양왕의 딸과 혼사를 사양하셔도 이미 하늘이 정한 배필이니 아니치 못하리다."
숙향의 그 말을 듣고 이 선이 천태산 선녀의 집에 갔던 일을 말하고,
양왕의 딸이 알고 보니 전생에 자기의 아내였던 것을 말한즉,
숙향부인이 더욱 혼인을 권하더라.
이때에 양왕이 초왕의 부친 위왕에게 권하였으므로,
마침내 설중매[梅香}를 제 二부인으로 맞아들이기로 설정하였으니,
택일 성례하게 되어서 황제가 그 소문을 들으시고 크게 기뻐하셔서
숙향을 정렬왕비(貞烈王妃)를 봉하시고,
매향을 정숙왕비(貞淑王妃)를 봉하시었다.
그리하여 매향공주는 김승상 부부를 부모같이 섬기고,
숙향부인은 양왕 부부를 친부모같이 대접하였다.
그리하여 삼위(三位)의 부부가 화락하여 숙향부인은 이자 일녀(二子一女)를 두고
매향부인은 삼자 이녀(三子二女)를 두어서,
한결같이 소년등과(少年登科)하여 벼슬이 높고 자손이 번성하니라.
숙향부인의 장자는 태자태부(太子太傅) 겸 병부상서로 있고, 여아는 태자비(太子妃)가 돠었고,
차자는 정서대도독(征西大都督)으로 오원주천이라는 땅에 가서 오랑캐를 정벌하고 있었고,
적병을 무수히 무찌르고 어떤 적장을 죽이려고 할새
창검이 들지 않고 결박한 것이 저절로 풀렸으므로,
활로 쏘았으나 맞지 않고 도망하지도 않기로,
적병은 그러한 기적이 하늘의 도움이라 생각하고 항복하였으므로
종으로 삼아서 데리고 부중으로 돌아와서 부모께 그 사연을 자세히 고하더라.
초왕부부가 두고 친근히 부렸는데 어느 해 정월 보름에
초왕이 모든 노복(奴僕)을 불러서 뜰에서 씨름을 붙이고 유흥하였으매,
그 귀화(歸化)한 오랑캐 종이 가장 힘이 강해서
여러 사람을 이겼으므로, 초왕이 칭찬하여 마지않더라.
이때 숙향부인이 자세히 보니
그놈이 반야산에서 업어다가 마을에 갖다 두고 간 도적 같은 기억이 떠올랐으므로,
그래서 자기가 가진 수족자를 보니 역시 그 때의 도적과 방불하더라.
초왕에게 그 족자를 보이고 오랑캐 출신의 종과 비교하여 보였더니,
그 그림과 종의 얼굴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으니,
☆☆☆
초와이 신기하게 여기고 묻기를,
"너는 옛날에 반야산에서 사람을 구한 일이 있느냐?"
"그 난리 때 반야산에서 한 계집아이가
부모를 잃고 바위틈에서 울고 있는 것을
도적이 죽이려는 것을 제가 그 아이의 상을 보니
매우 비범하여 업어다 유곡촌(有穀村)에 두고 왔읍니다."
초왕이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고 그 말을 전하자
왕비 숙향이 반겨서 그 종을 불러서 그때의 은혜를 말하고 성명을 물으니,
"제 성명은 신비해로소이다."하고 대답하므로,
숙향부인은 곧 금은으로 후상(厚賞)하고
초왕 이 선도 많은 상을 내렸고,
이 일을 황제에게 아뢰자
황제가 기특히 여겨서
신비해로 하여금 평서장군진서태수(平西將軍鎭西太守)로 삼으시고
모든 도적을 진정하라고 분부하셨으므로
그 후로는 서방이 평정되어 도적이 없어지더라.
☆☆☆
어느 해,
장승상 부부 세상을 떠났으므로 예(禮)로서 후장(厚葬)하고,
매향부인의 애통하는 모양은 모든 사람을 감동시켰으며,
그 후에 위왕 부부는
또한 세상을 버리매 선산(先山)에 왕례(王禮)로 안장(安葬)했으며
그후 초왕 이 선이 七○세가 되어서
七월 보름날에 제자제손(諸子諸孫)과 가족을 거느리고 궁중에서 잔치할 때에,
한 선비가 곧장 궁중으로 들어왔으므로 초왕이 보니 그는 여등빈 선관이더라.
"그대는 어디로 해서 이렇게 오는 길이오?"
"옥황상제의 명으로 초왕을 데리러 왔으니 바삐 가십시다."
"속객이 어찌 천상(天上)에 올라갈 수 있겠소?"
"전에 봉래산에서 그 선녀가 주던 약을 지금 가지고 계시옵니까?"
그제야 초왕 이 선이 깨닫고
즉시 약을 내어 왕비 숙향과 왕비 매향께 一개씩 먹이니,
三부처(三夫妻)의 몸이 공중으로 두둥실 떠 올라가자
초왕의 三녀 五자가 망극하여 공중을 향하고 통곡하면서
왕례(王禮)로 허장(虛葬)을 지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