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葬地)로 가는 도중에 관 속에서 살아난 썬다싱의 이야기. 하나님의 형제를 사랑했던 사람의 사랑의 이적!
불란서 선교사인 뻬레쟝이 인도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때의 일이다. 인도의 촌 가운데 하나인 피트라는 그의 광대한 교구의 일부였다.
그곳 주민들은 대개 고대의 우상들을 섬기고 있었는데, 수개월 동안 선교활동을 벌인 결과 겨우 나이가 많은 한 사람의 개종자만을 얻을 수 있었다. 그의 이름은 썬다싱이었다. 그의 친척들과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이 노인을 경멸하고 반대하였으나, 썬다싱은 오랫동안 계속 피트라의 유일한 기독교인으로 남아 있었다.
어느 날 뻬레쟝이 마을로부터 수백 마일 떠나가 있을 때, 장사꾼을 통해 한 장의 편지가 그의 손에 전해졌다. 그 편지는 썬다싱이 보낸 것이었다.
“저는 곧 세상을 떠나지 될 것 같습니다. 내 친척들과 이웃들이 내 신앙을 위협하고 방해하고 있습니다. 제발 곧 오셔서 제가 죽기 전에 그들에게 설명 좀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뻬레쟝은 곧 말 위에 올라 피트라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가 가야 하는 길은 험준한 산과 깊은 계곡을 통하는 길이었다. 그런데다 도중에서 폭풍을 만나 그의 말과 그의 생명이 큰 위협을 당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썬다징이 죽기 전에 피트라에 도착하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한편 피트라에서는 썬다싱이 그의 마지막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그의 아내와 자녀들, 그리고 가까운 친척들이 있었다. 그들이 가슴을 치며 슬피 우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가 끝내 조상들의 종교로 돌아오지 않고 기독교인으로 죽어 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마을의 의사가 손을 들어 모든 것이 끝났음을 알렸다. 울음소리는 더 커졌다. 그 마을 신당(神堂)의 제사장이 그의 시신에 약물을 뿌리고, 새 옷감으로 몸을 감고 썬다싱의 양턱을 벌려 윗니와 아랫니 사이에 동전을 하나 물려주었다. 그 돈은 영혼이 다른 세계로 갈 때 필요한 여행비용이었다.
다음 날 아침 집으로부터 장례 행렬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애곡(哀哭)하는 사람들은 구리종을 흔들면서 이상한 노래를 불러댔다. 관을 운반하는 사람들이 길 모퉁이를 돌아서는 순간, 땀을 흘리며 달려오는 말 탄 사람과 부딪칠 뻔하였다. 그 사람은 뻬레쟝이었다.
관을 운반하는 사람들이 놀라 갑자기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너무 갑작스럽게 정지하는 바람에 그들이 관을 떨어뜨릴 뻔했고, 그래서 관 속에 누워 있던 노인의 몸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 순간 관 속에 있던 썬다싱의 입에서 기침 소리가 울려나왔다. 그 소리를 듣고 관을 운반하던 사람이나 주변에서 애곡하며 따르던 사람들이 모두 놀라 공포에 질렸다. 어떤 사람은 그 시체 안에 귀신이 들어간 것이라고 외쳤다. 그러자 그들은 모두 관을 집어던지고 달아나 버렸다. 관 옆에 남아 있는 사람은 오직 뻬레장뿐이었다.
이 선교사는 기침소리를 들었을 때 이미, 산 사람만이 기침을 할 수 있는 것이기에 썬다싱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금방 알았었다. 그는 또 그 지방의 장례식 습관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관을 운반하는 사람들이 놀라 관을 흔들어댄 바람에 여행비용으로 치아 사이에 끼어 넣은 동전이 목으로 떨어지게 되었고, 그것이 숨통을 막아 기침을 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베레쟝은 얼른 관을 열어 썬다싱의 입을 벌리고는 동전을 끄집어냈다. 큰 신음소리를 내면서 썬다싱은 조용히 눈을 떠 뻬레쟝을 올려다보았다.
하마터면 생매장될 뻔했던 썬다싱이 며칠간을 더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 기간은 뻬레쟝이 그의 친척들과 마을 사람들에게 기독교 신앙을 전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고, 그래서 썬다싱도 그의 신앙 가운데서 편안히 눈을 감을 수가 있게 되었다.
이것이 이적일까, 아니면 우연일까? 피트라 마을 사람들은 페레쟝이 죽은 자를 이적적으로 살린 것이라고 믿었다. 여하튼 그 사건 이후 베레쟝은 피트라에서 많은 개종자를 얻을 수가 있게 되었다. 만약 이것이 이적이라면, 그것은 하나님과 형제를 사랑했던 사람의 사랑의 이적일 것이다.
무엇이 삶을 아름답게 하는가
김득중
삼민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