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차려 먹고도 빈둥대다가 조금 일찍 나선다.
비끼골로 걸어 두방산에 다녀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범재등 송씨 가족묘 뒤의 비는 송면장의 부친과 조부묘다.
만송 몽섭은 부친이고 조부는 봉암 주용이다.
만송의 비는 송재열 찬이고 이계인의 글씨다.
봉암의 글씨는 이백순이 찬하고 이계인이 썼다.
송면장의 비는 길 윗쪽에 증조부 묘 등 아래에 있다.
헐망을 떨다 걸음을 바삐 해 대추나무골 임도로 접어든다.
시멘트와 자갈이 깔린 임도는 경사지고 둥글게 구부러졌다.
금방이 땀이 난다.
호흡에 따라 걸음을 센다.
이런 경사쯤은 호흡과 걸음을 느끼지 못하고 걸어야 하지 않나?
봉두산을 건너다보며 걷다가 조금 더 걸으니 고개를 넘어가며 조성들판과 호남정맥줄기를 본다.
마치마을은 나무 아래 숨어있다.
얼마전 일식 현식 형과 올랐던 가파른 임도로 들어선다.
마가목 조림지에서 조망을 한번 얻고 거친 숲속으로 들어간다.
두방산에서 병풍산가는 등산로를 만나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병풍산 쪽을 택한다.
세시쯤 길을 나섰으니 1시간 40분 걷고 1시간 20분걸려 돌아오면
바보 퇴근 전인 6시 쯤 귀가하겠다.
병풍산에 도착하니 4시 반을 지난다.
비조암이 금방이겠지만 참고 병풍산 갈라진 바위사이로 올라간다.
잎새주 뚜껑을 따 반만 마시려는데 뚜껑이 바위 사이로 깊게 사라져 버린다.
할 수 없이 소주를 다 마신다.
날개가 큰 검은 독수리 한마리가 비조암에서 다가와 산록을 날아 내 주변을 맴돈다.
폰으로 찍으려하지만 어림없다.
여자만을 내려다보며 소주를 다 마시고 일어선다.
다음엔 일찍 나서 비조암까지 다녀와야지 하면서 비조암을 돌아본다.
임도 갈림길에서 능선으로 계속 나간다.
송장고개에서 넘어오는 고흥기맥 길은 한참 걸어 만난다.
내리막 능선을 걸어 임도를 옆에 두고 산을 계속 걷는다.
임도로 내려서며 바닥에 주저앉아 봉두산 위에서 붉어지기 시작하는 해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