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여튼 한국사람들 남의 것 따라하기 참 좋아한다.
황리단길이 무엔고?
서울의 경리단길이 명소로 각광 받자 망원동엔 망리단길, 송파동엔 송리단길, 수원 행궁동엔 행리단길, 부산 해운대엔 해리단길.
우후죽순처럼 마구마구. 그리고 경주 황남동엔 또 황리단길. 미치겠군.
왜 그리 개성들이 없는지.
개성은 없더라도 이름은 좀 다르게 하지 이 무슨... 유치뽕이다.
정동진에 이어 전남 장흥은 정남진을 만들더니 인천은 또 정서진....
경주.그와 헤어진 도시.어느 한 장소를 두고도 사람마다 얽힌 사연은 숱하기 마련이지.사랑하던 사람과 마지막 밤을 보낸, 내게는 이별의 도시였다. 무더위가 극성이던 여름이었다.여름이 끝나고 창문으로 서늘한 바람이 들고 깊은 산 중턱엔 벌써 나뭇잎이 발갛게 물들 무렵 그에게서 이별의 편지가 도착했다.그럴 거라 이미 각오는 했었지만 허탈하고 섭섭한 건 사랑의 깊은 여운이었겠지.
지나가는 바람이라 여기자 그랬죠. 그럽시다. 그리고 바람은 이미 지나갔습니다. 이젠 억지 친구로도 남을 수 없으니 정말 아득한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힘들고 외로울 때 위로가 되어준 사람으로 내 안에 남아 있을 겁니다. 당신도 당신 나름의 의미로 나를 추억해주길 바랍니다.어차피 끝이 보이는 길이었으니 여기까지가 그 끝이라 해서 문제 될 것은 없겠지요. 고맙고 미안합니다. 잘 살아 갑시다. 안녕.
여러 날 봄가뭄이 지속되더니 주말 이틀 비가 내렸다. 일기예보를 듣고 우산이랑 옷까지 챙겨 경주로 가다.비가 오긴 했는데 좀 시원하게 뿌려주면 좋을걸. 비옷은 필요 없고 작은 우산만으로 피하게 찔끔거렸다.이른 시간이어서인지 비가 내려서인지 황리단길은 인적이 거의 없다.한적한 길을 홀로 걷는 게 좋다. 내 몸에 밴 고독이 편안하다.이름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은 황리단길은 나름 좋았다. 아기자기 예쁘다. 다른 곳에 없는 기와 고가들이 공존하고 있어 나름의 독특한 운치가 있다. 오후로 접어들고 비가 누꿈해지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차와 사람이 뒤엉켜 혼잡스럽다.아, 같이 어울린다는 것도 하나의 고행이다.
출처 ; 나를 찾아 길 떠나는 도보여행 | 경주 황리단길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