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꽃향기 속에서(478) – 고마리
1. 고마리
2024년 9월 29일(일), 강남구 세곡동 세곡천
세곡천은 온통 고마리의 세상이다.
고마리는 물가에 사는 아주 작은 풀꽃이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은 마치 고마리를 두고 지은 시 같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당시삼백수(唐詩三百首)』에서 몇 수 골라 함께 올린다.
『당시삼백수(唐詩三百首)』는 청나라 건륭제 때 손수(孫洙, 1711~1778)가 편찬한 당시 선집이다.
93. 옥에 갇혀서 매미를 노래하다(在獄詠蟬 幷序)
낙빈왕(駱賓王, 619?~687?)
西路蟬聲唱 가을에 매미가 우니
南冠客思侵 죄인의 몸 향수에 젖는다
那堪玄鬢影 어찌 견디랴, 검은 머릿결이
來對白頭吟 백발의 노래 부르게 된 것을
露重飛難進 이슬이 무거워 날아가기 어렵고
風多響易沉 바람이 심하여 소리가 쉬이 잠긴다
無人信高潔 고결한 마음 믿어줄 사람 없으니
誰爲表予心 누가 나의 속마음 드러내 줄까
* 병서(幷序)
余禁所禁垣西 내가 갇힌 감옥의 담 하나를 두고 서쪽이
是法廳事也 곧 사법관의 가운데 뜰이다
有古槐數株焉 늙은 괴나무 몇 그루가 있는데
雖生意可知 비록 살려는 뜻은 알만하나
同殷仲文之古 은중문의 늙은 당나무와 같고
而聽訟斯在 송사 여기서 들으니
卽周召伯之甘棠 곧 주 소백의 감당나무이다
每至夕照低陰 매번 황혼이 되면 나지막이 그늘이 지는데
秋蟬疏引 가을 매미가 노래를 한다
發聲幽息 그 소리 그윽하여
有切嘗聞 절절함이 묻어온다
豈人心異於曩時 어찌 사람의 마음이 예전과 달라
將虫響悲於前聽 벌레 소리마저도 더 슬프게 들리는가
嗟乎 아
聲以動容 소리로 사람의 용모를 움직이고
德以象賢 덕으로 사람의 어짐을 닮아
故潔其身也 자신의 몸을 깨끗이 한다
稟君子 군자의 행실을 바탕삼아
達人之高行 사람의 높은 행실에 이르게 되어
蛻其皮也 그 껍질을 벗는다
有仙都羽化之靈姿 신선이 날게 되는 신령스러움이 생기는구나
候時而來 때를 기다려 그 때가 와서야
順陰陽之數 음양의 술수에 따르고
應節爲變 절기의 변화에 응하여
審藏用之機 은퇴하고 등용되는 기미를 살핀다
有目斯開 눈을 뜨고
不以道昏而昧其視 도가 혼미하다 하여 그 시선을 흐리게 하지 않고
有翼自薄 날개가 있어도 스스로 엷게 하며
不以俗厚而易其眞 세속이 후하게 대접해도 그 진실을 바꾸지 않는다
吟喬樹之微風 높은 나무의 미풍을 읊으니
韻資天縱 그 자질이 자연스럽고
飮高秋之墜露 높은 가을하늘의 떨어지는 이슬을 마시니
淸畏人知 맑음을 남들이 알까를 두려워한다
仆失路艱虞 길을 잃어 고생하고
遭時徽纆 죄수가 되는 불행한 때를 만났도다
不哀傷而自怨 마음이 슬프고 아프지는 않아도 스스로 원망스러운데
未搖落而先衰 흔들려 떨어지지 않아도 먼저 쇠락해지는구나
聞蟪蛄之流聲 쓰르라미의 울려퍼지는 소리 듣고
悟平反之已奏 상소가 이미 올려 졌음을 깨닫는다
見螳螂之抱影 당랑이 살기를 가졌음을 보고
怯危機之未安 위가가 편안하지 못할 것이 두려워진다
感而綴詩 시절에 느끼어 시를 지어
貽諸知己 여러 친구들에게 준다
庶情沿物應 바라노니, 정이 경물에 따라 응하여
哀弱羽之飄零 연약한 날개의 흔들려 떨어짐을 슬퍼하고
道寄人知 남이 알게 알리어 전해주어
憫餘聲之寂寞 남은 소리의 적막함을 불쌍히 여겨주었으면 한다
非謂文墨 이것은 단순히 문장일 뿐 아니라
取代幽憂云爾 나의 그윽한 근심을 취하여 대신하고 있을 뿐이노라
94. 진릉 육승상의‘조춘유망’시에 화답하여(和晉陵路丞早春游望)
두심언(杜審言, 648?~708)
獨有宦游人 홀로 타관에서 벼슬하는 사람
偏驚物候新 경물과 기후에 특별히 놀라노라
雲霞出海曙 구름과 노을이 바다에서 피어나는 아침
梅柳渡江春 매화와 버들꽃잎 강 건너는 봄이로구나
淑氣催黃鳥 맑은 봄기운 꾀꼬리 재촉하고
晴光轉綠蘋 개인 햇볕은 푸른 개구리밥으로 옮아간다
忽聞歌古調 홀연히 들리는 노래는 옛노래
歸思欲沾巾 고향 가고 싶은 마음에 눈물이 수건을 적신다
첫댓글 아주 자그마한 꽃봉오리.
그 속에 완전체를 이룬 꽃송이가 신기합니다.
아무리 작아도 갖출 것은 모두 갖추고 있음에 …
세곡천의 고마리가 다른 어느 곳의 그것보다 더 예쁜 것 같습니다. ^^
자세히, 또 오랫동안 보고 있으면 우리의 꽃들은 너무 너무 예쁩니다... 작은 꽃 봉우리 하나에 우주가 녹아있는 것 같아요...
아울러 알고 나면 더욱 보고 싶고, 보면 사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