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으로서의 금,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담당부서외자운용원 운용기획팀장 최완호등록일2024.04.30 조회수4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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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시장에서 금 가격이 지난해 4/4분기 이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금은 2024.4.19일 트로이온스당 2,392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후 4.26일 현재 2,338달러에 거래되며 짧은 기간동안 26.5%(23.9월말 대비) 급등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2013년 이후 금 매입에 나서고 있지 않아 시장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이 투자수익 창출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비판적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은행은 최근의 금 투자의사결정 배경과 향후 금 투자 방향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금은 채권, 주식 등 전통적인 투자자산에 비해 외환보유액
운용대상으로서의 유용성이 크지 않다.
우선 한국은행은 위기시 대외지급준비금으로서 외환보유액을 운용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 투자를 신중하게 결정할 수밖에 없다. 외환보유액은 그 가치가 안전하게 유지되고 상시 현금화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 추구는 안전성과 유동성이 달성되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다. 이에 높은 수익이 기대되더라도 가격변동성이 큰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 금은 위기시에도 가치보전 가능성이 높은 안전자산으로 여겨지지만 역사적으로 높은 가격변동성을 보여왔다. 과거 금은 주식과 비슷한 수준의 변동성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은 대체로 주식에 미치지 못했으며, 결과적으로 금은 대부분의 기간에서 주식보다 낮은 위험조정수익률[1]을 보였다. 또한 금은 미 국채 수익률과 높은 상관관계[2]를 보여왔기 때문에 분산투자 효과 및 외환보유액 운용 취지를 고려한다면 전통적인 투자자산에 비해 외환보유액 운용대상으로서의 유용성이 크지 않다.
금은 채권, 주식에 비해 유동성이 높지 않은 자산이다. 2023년중 자산별 일평균 거래규모[3]를 보면 금은 미 국채의 21.4%, 미 주식의 31.6% 수준으로서, 유동성이 낮은 자산을 필요시점에 즉시 현금화하는 데에는 거래비용, 거래상대 탐색 등에 많은 어려움이 수반된다. 또한 2022년 이후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의 높은 수준에서 등락하고 외환보유액은 4,000억달러 초반대까지 줄어들었다. 이와 같은 시기에는 수익을 추구하여 새로운 투자대상을 찾아나서기 보다 외환보유액의 유동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4] 한편 이자, 배당과 같은 현금흐름이 없고 보관비용이 발생하는 금의 특성은 장기보유 목적의 투자를 제약[5]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표 1. 주요 자산1)의 위험조정수익률
| 10년간 ('14.4월~'24.3월) | 20년간 ('04.4월~'24.3월) | 30년간 ('94.4월~'24.3월) |
금 | 채권 | 주식 | 금 | 채권 | 주식 | 금 | 채권 | 주식 |
수익률2) | 5.7 | 1.0 | 10.9 | 8.6 | 2.5 | 8.0 | 6.0 | 4.1 | 8.6 |
변동성3) | 11.8 | 5.6 | 12.8 | 16.2 | 5.0 | 15.3 | 15.3 | 5.5 | 16.6 |
위험조정 수익률4) | 0.5 | 0.2 | 0.8 | 0.5 | 0.5 | 0.5 | 0.4 | 0.8 | 0.5 |
주: 1) 채권은 Bloomberg 미 국채 지수, 주식은 S&P500 지수
2) 연율화된 기간중 수익률(%)
3) 월별 전년동월대비 수익률의 표준편차
4) 수익률/변동성
자료: Bloomberg
그림 1. 외환보유액 규모 및 원/달러 환율
자료: 한국은행
최근 금 가격은
주로 불확실성이 큰 지정학적 리스크에 기인하여 상승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음으로 최근 금 가격은 주로 불확실성이 큰 지정학적 리스크에 기인하여 상승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금 가격 상승을 주도한 금 매입 상위 국가 중앙은행에는 중국[6], 러시아, 터키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대부분 미달러화 의존도를 낮추려 하거나 전쟁 등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은 국가들이다. 한편, 금 가격이 급등한 2023년 이후를 보더라도 금매입 상위 5개국 비중이 87.5%를 차지하는 등 금매입 수요가 중앙은행 전반으로 확산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그림 2. 최근 5년간 금 매입 상위 중앙은행1)
주: 1) 일부 국가는 재무부 등의 보유분도 포함
자료: World Gold Council
그림 3. 중국의 금과 미 국채 보유 규모
주: 1) 중국인민은행 보유분
2) 중국 전체 보유분
자료: 미 재무부, World Gold Council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금 가격 고평가에 대한 견해가 우세하다.
마지막으로 현재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금 가격 고평가에 대한 견해가 우세하다. 최근 금 가격 상승의 한 요인이었던 미국 금리인하 기대가 약화되면서 가격 급등세가 진정되었으며, 금 가격이 상승하면서 투기적 목적의 금 선물 매입 포지션[7]이 크게 누적되어 있어 향후 포지션이 청산될 경우 추가적인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이외에 단기 급등에 따른 가격 부담, 미달러화 강세 시 금 가격 약세 경향 등을 고려해 주요 투자은행들도 금 가격의 추가 상승 여력은 크지 않다고 전망하고 있다.[8] 한편, 최근 금 가격과 미국 실질금리의 관계[9], 구리/금 가격비율과 미 국채 금리의 관계[10] 등이 그간 장기시계의 추세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이 지속될지 여부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림 4. 금 선물 포지션
자료: CFTC, Bloomberg
그림 5. 금 가격 및 금리인하기대1)
주: 1) 연방기금금리 선물에 내재된 24.12월 정책금리 수준
자료: Bloomberg
그림 6. 금 가격 및 미 국채 실질금리1)
주: 1) TIPS 10년물 금리
자료: Bloomberg
그림 7. 구리/금 가격비율과 미 국채 금리
자료: Bloomberg
외환보유액 증가 추이, 국내 외환시장 전개 상황, 국제 금시장 동향을
보아가며 금 투자의 시점 및 규모를 결정하겠다.
금은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 미달러화에 대한 투자 대안으로서의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 시계에서 투자대상의 하나로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성공적인 금 투자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사항들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 특히, 금은 일단 매입하면 평판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중앙은행이 유동성 목적으로 매도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투자시기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한국은행은 향후 외환보유액의 증가 추이 등을 보아가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 추가 매입을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외환시장 전개 상황, 국제 금시장 동향 등을 점검하면서 금 투자의 시점 및 규모를 결정하도록 하겠다.
[1] 일정기간의 수익률을 변동성(표준편차)로 나누어 산출하며 위험수준 대비 수익률을 나타낸다.
[2] 최근 10년간(‘14.4월~‘24.3월) 금과 미 국채 수익률간 상관계수는 0.45로 같은 기간 미 국채와 주식간 상관계수(0.09)보다 높게 나타났다. 상관관계가 높은 자산 비중이 늘어나면 자산간 위험분산효과가 감소한다.
[3] 미 증권산업금융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중 미 국채 및 주식의 일평균 거래규모는 각각 7,605억 달러, 5,146억 달러였으며, 세계금협회가 발표한 같은 기간중 금 거래규모(일평균)은 1,626억 달러였다.
[4] 이는 2011~2013년 금 보유를 확대했을 당시 환율이 1,100원대에서 안정되고 외환보유액도 3,000억 달러를 넘어 빠르게 늘어났던 것과는 대조되는 상황이다.
[5] 예컨대 현재 미 국채 10년물(‘24.4.26일 4.66%)에 투자할 경우 10년간 원금의 절반가량을 이자로 회수할 수 있는 반면, 금 투자 시 같은기간 현금흐름을 수취할 수 없다.
[6] 시장에서는 중국인민은행이 미달러화 의존도 축소, 위안화 국제화 등을 위해 미 국채 비중을 줄이면서 금 투자를 확대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7] 전문투자자(Managed-money)의 금선물에 대한 매입-매도 포지션을 활용하여 시산하였다.
[8] 한국은행(외자운용원)이 금년 4.22~24일중 실시한 11개 투자은행 대상 서베이 결과, 글로벌 투자은행의 금년 상반기 금 가격 전망치(평균)는 트로이온스당 2,278달러로 현 수준(2,338달러, 4.26일)을 하회한다.
[9] 미 국채 실질금리는 금 투자의 기회비용의 성격을 갖고 있어 장기적으로 금과 음의 상관관계를 보여 왔다.
[10] 안전자산인 금(분모)과 실물경제활동을 대변하는 구리(분자)의 가격비율은 일반적으로 안전자산 선호현상 발생시 하락하고, 실물경기 호조시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 미 국채금리와 동행하는 모습을 보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