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후보자의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
프로야구가 6•4지방선거 후보자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다. 유권자의 한 표를 소중히 여기는 지방자치단체장 후보자의 대응으로는 의외다. 프로야구가 가장 많은 팬을 거느리고 시민(유권자)에게 여가선용의 장을 제공하는 스포츠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다.
2012년 수원과 전북이 10구단 유치를 놓고 경합할 때 보였던 자치단체장들의 열정과 비교하면 더 그렇다. 당시 비록 실패했더라도 전주•이리•군산시가 연합한 전라북도는 물론이고, 야당 출신의 시장과 여당 출신의 도지사가 똘똘 뭉쳐 10구단(kt) 유치에 성공한 수원과 경기도 단체장의 관심은 대단했다.
최근 프로야구 숙제는 보다 안락한 관람문화를 제공하는 운동장 신•개축이다. 광주-KIA 챔피언스필드는 올해 개장, 홈팀 타이거즈의 성적에 관계없이 구장을 찾는 많은 팬들에 즐겁고 편안한 관람문화를 제공 중이다. 대전구장은 리모델링 후 홈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대구구장은 2015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모두 지방자치단체장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 덕택에 실현됐다.
남은 과제는 두산과 LG의 홈구장인 서울 잠실구장의 신•개축, NC 다이노스의 홈구장인 창원구장 건설 등이다.
창원구장은 구장 신축부지를 놓고 진해와 마산지역이 대립하고 있다. 잠실구장은 대구구장이 완공되면 부산 사직구장과 더불어 프로야구장 가운데 가장 열악한 운동장으로서 새로 건립하거나 리모델링이 절실하다. 게다가 잠실구장의 소유주인 서울시는 홈팀에게 구장 장기임대를 통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돕기는커녕 기존에 부여한 광고 대행권마저 박탈해 구단 운영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지역 지자체장 후보자들의 공약에는 이를 포함하지 않을 뿐더러 해결책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 정몽준•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자는 60가 넘는 공약가운데 야구장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토론에서도 언급조차 없다. 안상수 창원시장 후보자는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제는 야구팬들이 유권자로서 후보자에게 관심을 촉구할 때가 됐다.
관심 받기에 충분한 프로야구
프로야구는 지자체와 단체장의 관심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 답은 ‘충분하다’이다.
첫째는 콘텐트적 가치가 충분하다. 2013시즌 서울시민 1016만여명중 포털을 통해 중계되는 온라인 시청자를 제외하더라도 프로야구 중계방송 누적 시청자는 서울 인구의 74%인 743만여명이다. 이 가운데 연 19회이상 시청한 이른바 ‘프로야구 충성팬’만 해도 175만명에 이른다.
둘째는 경제적 가치다. 프로야구 전체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총 1조 1838억원 이상으로 추정(이하 출처: 국민체육진흥공단 2010, ‘한국 프로야구 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된다. 이는 프로축구(7790억원), 프로농구(1970억원), 프로배구(789억원)를 더한 경제적 파급효과보다 높은 수치다. 고용유발효과는 1만2000명 이상이 될 것이다.
서울시를 연고로 하는 3개 구단(LG 두산 넥센)으로 좁히더라도 경제 파급효과는 4250억원이며, 고용파급효과는 43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이하 출처: 딜로이트 컨설팅 2012, ‘한국프로야구 및 KBO의 지속적 성장과 발전을 위한 프로젝트’)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경제적 가치는 무시할 수 없다. 경기장 주변 지역 상권에 경기당 약 1억 9000만원에 달하는 경제 파급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추정됐다. 2013년 프로야구 평균관중수 1만1184명 중 46%인 5200여명이 1인당 36500원(2010시즌 기준 입장료 제외)의 소비를 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실제로 경기가 있는 날 야구장 주변 상가의 매출이 10~30% 증가했다. 국제일보(2013년 4월 14일자)의 보도에 따르면 NC 다이노스 홈경기가 열리는 당일 운동장 인근 홈플러스 마산점 매출이 10% 올랐다. 야구장 근처 치킨집 매출도 10% 이상 증가했다.
가족과 함께하는 프로야구
셋째는 프로야구가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하는 건전하고 유익한 여가 문화라는 점이다. 젊은 여성에 이어 가정 주부의 야구장 관람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소득편차에 따른 편중이 없는 대중 스포츠인 것도 매력적이다. 월평균소득이 100만원 이하인 저소득층부터 500만원 이상인 중산층까지 누구나 즐기고 있다.
국내외와 비교해 열악한 잠실야구장
서울시는 잠실야구장으로부터 연 140억원의 수익을 얻고 있다. 야구장 광고대행권으로 103억원, 구장 사용료로 25억500만원, 주차장 수입 10억원이다. 재주부리는 ‘사람’과 이익을 챙기는 ‘사람’이 따로 있는 셈이다. 서울시는 이중 20~30%를 잠실 야구장 시설 개보수를 위해 재투자한다.
하지만 국내외 통틀어 지방자치단체가 프로 경기장을 상대로 수익사업만을 벌이는 곳은 서울시가 유일하다. 외국사례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불합리한 조치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MLB)의 사례는 잘 알려져 있다. 뉴욕 양키스는 2009년 뉴욕시로부터 새로 지은 양키스타디움을 사용하면서 연 10달러(약 1만원)의 구장 사용료를 낸다. 타 구단들도 구장 장기임대를 하는 대가로 관중 수에 따라 차등적으로 일정요금을 지자체에 납부하고 광고 및 주차 수익을 갖는다. 구단의 수입과 자산가치가 엄청난데도 불구하고 지자체 차원에서 이들에게 공적 자본 투자를 하고 있다. 프로 스포츠의 콘텐트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가치를 인정하고 그 가치가 상승된 측면을 반영한 결과다.
일본 프로야구(NPB)도 지정관리제도를 이용하요 구단에게 경기장 관리 및 운영 대행을 맡기고 수의계약 형태로 광고원, 매점운영권 등을 부여하고 있다. 지정관리제도란 지방공공단체나 외각단체에 한정돼 있던 공공시절의 관리와 운영을 주식회사 같은 영리기업이나 재단법인 등에 포괄적으로 대행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지자체와 프로야구의 상생사례로 도호쿠 라쿠텐을 들 수 있다. 구단은 프로야구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지자체와 시민들의 만족도를 높인다. 이는 다시 구단의 수익 창출로 이어지면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 라쿠텐은 2004년 창단과 더불어 지자체로부터 15년 장기임대로 구장 운영권을 받고 연간 지자체에 5000만엔(약 5억5000만원)을 납부한다. 대신 티켓 판매비와 매점 수입 등을 100% 구단이 갖는다. 구장의 네이밍권한도 구단에게 있다.
국내사레로는 최근 10구단 KT가 지자체로부터 증축(2만 3000석)하는 수원야구장을 25년간 무상임대하는 조건을 받았다. 타 지자체도 프로야구의 가치를 인식하고 미국과 일본처럼 광고권 등 상업적 권리를 구단체 부여ㅛ하고 임대료를 최소화하는 추세다.
‘야구의 메카’ 로 존재할 잠실구장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잠실야구장 현대화 방안을 비롯, 구장 관리•임대에 대해 컨설팅을 받은 바 있다. 1982년 개장한 잠실야구장은 낡고 오래돼 더 이상 관중 친화적인 구장으로서 존재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배경으로 한다.
여기에 홈팀 두산과 LG는 서울시에 빼앗긴 광고권과 높은 임대료로 인해 수익이 줄어든다. 이는 곧 야구팬 서비스 향상에 제약이 되며, 관중 수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등 악순환 구조에 빠져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컨설팅에 따르면 첫째가 합리적 구장 임대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다. 구단 차원의 지속적인 투자로 시민들이 고품질의 여가선용을 누릴 수 있도록 구장 광고권을 구단에 위임하고, 합리적인 임대료를 산정한다.
또한 체계적인 팬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임대기간을 장기화 팔 필요가 있다. 스포츠산업 진흥법에 보장된 최대 25년까지의 장기 임대가 이뤄져야 하며, 구단은 안심하고 구장 시설에 투자해 시민 문화생활의 질적 개선을 이뤄야 한다.
이에 따른 효과로 선순환 구조로 전환이 가능하다. 임대료 부담 감소와 광고수익으로 구단의 수입이 증가한다. 구단은 투자의욕이 생겨 경기장 시설과 팬 서비스애ㅔ 적극적인 투자를 한다. 팬들은 관람 만족도가 개선됨으로써 더 많이 구장을 찾게 되고 관련 상품 판매 및 주변 상권 활성화 상당한 경제, 문화적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둘째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구장을 신축하는 것이다. 단순히 야구보는 곳이 아닌 쇼핑몰 등과 연계되어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누리는 ‘도쿄돔’과 같은 대형 복합문화시설을 건립하는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