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초 100주년 행사 뒤끝이 길다.
헌성록 기념물을 세우는데 중앙과 청송의 대표자와 임원들을 불러
의견을 묻는자리에 송회장은 나도 참석하라신다.
동강식당에서 열명이 모여 식사를 하는데 난 주류쪽에 앉는다.
송우섭 전의장이 술을 따뤄주신다.
금액을 표기하는 문제와 고인의 명의로 헌성한 이들의 문제로 이야기는
길어지지만 현식 사무총장은 결론을 빨리 낸다.
면민의 날 학교 운동장 사용문제로 화가 났던 번영회장 등에게
난 걱정말고 학교장의 번복 체면을 고려하여 한번 더 부탁해 보라고 한다.
나 교장은 부장들과 협의해 현장학습으로 전환하겠다는 결정을 위원장님께만 말한다고 했었는데.
일이 바쁜 현식이는 먼저 떠나고 송회장과 윤국장은 걸어간다.
난 얼른 차를 끌고 낙안온천으로 간다.
지난번에 다 오르지 못했던 의상릿지를 제대로 올라보자.
주차장에 차를 두고 의상으로 올라 금둔릿지로 내려오면 금둔사의 매화도 보겠다.
점심에 곁들인 소주 기운인지 몸은 힘을 내어 바위 사이를 올라간다.
눈에 익은 바위를 지나 줄이 매어져 있는 바위 아래에서 바람을 피하며 쉴까하는데
바람이 여전히 차다.
줄을 잡고 올라볼까 하는데 자신이 없다.
겁도 많고 팔과 손가락 힘은 떨어져 간다.
바위 가에 서서 윗쪽으로 이어지는 바위와 건너 원효릉을 찍어본다.
바위를 돌지 않고 바위 사이에 손가락 낄 곳이 있고 발 디딜 곳도 있다.
바위도 미끄럽지 않다.
손가락의 힘으로 날 끌어올릴 수 있도록 힘을 더 길러야겠는데 방법이 뭘까?
마애불 아랫쪽 바위 사이 작은 소나무 하나가 서 있다.
거기에 배낭을 올려놓고 앉아 낙아 마트에서 사 온 막걸릴와 캔맥주를 꺼낸다.
낙안벌과 바위를 아래 두고 술을 홀짝거린다.
햇빛에 빛나는 저수지 물결을 찍어본다.
마애불 오르는 바위는 직벽으로 길지만 몸을 양쪽으로 뻗대며 오르니 별로 힘들지 않다.
여럿의 산행 리본이 걸려있어 힘을 준다.
누군가가 지났으면 나도 갈 수 있겠지.
물이 고인 바위 형상을 누군가는 부처님이라 하던데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마애불 옆에는 검은 글씨로 명찰을 새겼다.
'나무대자비관세음보살'
대자대비한 관세음보살님께 귀의하나이다!
내 몸을 굽히지 않으니 나의 모든 인식은 거짓이다.
금강암 뒤를 지나 철사립문을 열고 금둔릿지 쪽으로 간다.
조계산 장군봉은 흐릿하지만 제모습을 보여준다.
금둔릿지의 바위는 끝까지 걸어가보면 발 디딜 곳이 나타난다.
고마운 바위들이다.
누군가 리본을 달아둬서 안심하고 지나간다.
내려가 본 길이지만 처음인 듯 신이 난다.
금전산 세 암릉길을 또 와야겠다.
다음엔 원효릉으로 올라 의상으로 내려와 볼까?
금둔사로 올라가는 길이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