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은 어떤 형태의 그림자를 원할까
이만영
구름 일부를 베어왔다
뜻밖에도 아니, 뜻과 밖 어느 곳이었을까
매듭을 푼 결말이 술술 풀리는 일
나는 이미 읽혀버렸고
고양이 구름은 꼼짝하지 않았지
올 풀린 꼬리가 실종의 유일한 단서야
내가 나라는 살아있는 증거
꼬리에 꼬리를 물려면 격리된 독방이 필요할 거야
유리창 너머로 안방이 손바닥처럼 접히고
꼬리를 끊고 도망치는 창문 틈 구름을 바라볼 때
침대 위에는 눈물 자국이 남았지
식탁 위를 떠가는 구름을 모아 푹신푹신한 저녁을 차리기 위해
숟가락으로 선인장 껍질을 벗겨본다
벗길수록 맑게 읽히는 이름 혹은 추상명사들
거실에서 나를 만난 사람은 없고 골목은 목덜미처럼 자꾸 줄어든다
하늘을 벗겨 새털을 쇠털처럼 세어 봐
구름이 구름을 끌어들이고
구름은 구름의 그림자를 빠져 달아나고
참 이상도 하지
벽 속으로 새털구름은 자꾸만 태어나고
발을 모으면 뭉쳐지는 꿈
누군가 내 꿈을 밟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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