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 회의 때 모 선배가 제안한 ‘보정 속옷 체험’. 앗, 그거 입기조차 힘들다는 코르셋 아냐? 민망하게 온몸의 상태를 공개해야 한다는 말인데… 하지만 어쩌랴. 군살을 잡아주고 굽은 허리 를 세워준다는 보정 속옷이 요즘 최고 인기라는데. 쎄씨 에디터가 마음 가다듬고, 몸 던져 경험해봤다. 어떻게 입는지, 효과는 있는지.
이미 몇 달 전 다이어트 스타킹 기사를 쓰면서 코끼리 다리임을 만천하에 공개했는데 또다시 동글동글 몸매를 공개하라고? 에디터가 무슨 힘이 있나. 독자가 원한다면 통닭 같은 몸매라도 공개해서 글을 써야 하는 것이 에디터의 임무이거늘. 민망함을 제쳐놓고 조심스럽게 자료 조사에 임할 수밖에. 인터넷으로 자료를 뒤적이다 발견한 것은, 어떤 속옷이 어울리는지 알아볼 수 있는 속옷 브랜드의 사이트였다(www.vivien.co.kr). 현재 입고 있는 속옷의 종류와 상태를 측정해 보디 지수를 찾아내는 것. 비정상적인 체형을 보정하려면 어떤 속옷이 적절한지 정확하게 짚어준다. 조심스럽게 몸 이곳저곳을 만져가며 측정해본 결과! 음, 절망적이다. 복부 비만에 하체 비만까지 겹쳐 ‘올인원 플러스 거들’을 입으라는 지시문이 떴다. 민망함을 무릅쓰고 매장을 찾았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불어난 엉덩이와 뱃살(에디터를 게으르다 구박하지 마라. 잦은 야근의 결과물이니). 가슴 또한 처져 전신에 보정을 가해야 한다는 잔인한 말을 듣고야 말았다. 물론 인터넷 사이트로 1차 측정을 해보고 온 터라, 비슷한 대답이 나올 것을 예상하긴 했지만 ‘가슴까지 처·졌·다·니!’ 점원이 추천해준 옷은 가슴을 업해주고, 허리 라인을 잡아주는 올인원, 그리고 심각한 수준에 이른 허벅지까지 뒤덮어줄 수 있는 거들이었다(이런 디테일한 내용까지 써야 하나 자괴감이 들기는 하지만, 독자를 위해 리얼리티를 살리려 한다). “엉덩이도 처지셨네요. 거들 착용하는 습관을 꼭 들이세요!”
올인원이라고 들어는 봤는지, 입어는 봤는지. 어깨 끈부터 아랫도리까지 일체형으로 연결된 거들을 연상하면 된다. 어떻게 이 거대한 몸이 다 들어갈 수 있을까 걱정스러울 정도로 쫀쫀한(?) 옷. 먼저 점원이 가르쳐준 대로 올인원에 양발을 넣고 슬슬 끌어올리기 시작한다. 난관은 엉덩이 부분을 지날 때. 브래지어 끈을 잠근 상태로 팬티처럼 활용한다고 상상하면 쉽다. 무겁게 올라가던 속옷이 헉(!) 소리가 나면서 허리까지 쑤욱 올라온다. 다음 어깨 끈을 올리고 다시 허리 부위의 옷매무시를 매만지고. 엉덩이 부분으로 다시 끌어내려 아랫부분의 똑딱이 단추를 채웠다. 느낌 그대로다. 글만 봐도 숨이 턱(!) 막히지 않는가? 위아래로 올리고 내리고를 반복하다 보니 산소 부족으로 하늘이 노랗다. 아니, 온몸을 조여주는 탄력 때문에 숨이 갑자기 헉(!) 하고 멈춰버렸다. 거울을 보니, 털 뽑힌 칠면조다. 한 마리의 칠면조. 엉덩이와 허벅지를 위한 사각 거들을 덧입었더니, 마치 완전무장 갑옷을 입은 장군이 된 것 같다. 허리가 곧추서고 당당한 자신감마저 드는 것이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신체 치수에 맞는 속옷 세트를 주문했다. 거들이 본인의 치수보다 조금 작아 허리는 그대로 두고, 엉덩이 부분만 조금 늘린 사이즈로 주문. 일주일에서 10일 정도 후면 몸에 꼭 맞는 제품들을 받게 될 것이라 했다. 보정 속옷은 살이 저절로 빠지는 속옷은 아니라고. 체형을 바르게 잡아주는 역할을 할 뿐이지, 지방을 줄이고 싶다면 보정 속옷 착용과 함께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해야 한다고 한다. 2년 정도 착용하면 신체의 비틀어진 부분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단다. 얼마나 지났을까. 브랜드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키가 165cm 이상인 사람은 올인원의 길이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 올인원 대신 올인원의 효과를 그대로 볼 수 있는 보디 셰이퍼와 거들로 대신해보라 한다. 초보자에게는 훨씬 덜 부담스럽고 편리하다고. 생각해보니 그렇다. 올인원을 입고 마감 책상에 앉아 있을 에디터의 모습을 떠올려봤다. ‘으악!’ 화장실 갈 때는 또 어떻게 해야 하나. 똑딱이 단추를 아래에서 풀었다 채웠다를 반복하는 번거로움. 담당자의 추천으로 피팅했던 올인원을 포기하고 보디 셰이퍼와 거들을 받았다.
보디 셰이퍼는 위에서 아래로 러닝처럼 입어야 한다. 역시 쫀쫀하기는 올인원 못지않다. 어깨 끈을 걸치고 쭉쭉 내려 허리춤까지 오게 하고, 가슴 부위의 매무시를 매만졌다. 양쪽 가슴을 컵 안으로 모아주고, 남은 살덩이를 차곡차곡 잘 정리해주시라! 모양을 예쁘게 만들어 넣어야 한다. 길이가 조금 긴 편이라 허리를 지나 엉덩이 윗부분을 살짝 덮어주는 디자인이다. 불룩불룩 허리 부위가 조금 비어져나왔으나 매우 안정감 있다. 올인원만큼이나 등이 곧게 펴진다. 그 위에 허리춤까지 올라오는 사각 거들을 덧입었다. 이때 보디 셰이퍼를 안에 꼼꼼하게 넣어주어야 말려 올라가지 않는다. 찰싹 달라붙는 엉덩이의 느낌이 좋다. 속옷 하나를 더 걸친셈이니 과연 입던 청바지가 들어갈까 의심스러웠는데 전혀 문제없었다. 오히려 허벅지 살에 걸쳐 올라가기 힘겨웠던 타입원 진이 쑤욱(!)하고 단번에 올라간다. 살이 빠진 건 아니지만 흐뭇하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 일부러 슬림하게 달라붙는 니트 티셔츠를 입고 외출했다. 몸이 단단해 보인다, 허리 라인이 정돈된 것 같다는 평을 들었다. 에디터의 자가 진단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가슴부터 허리 부분까지가 랩으로 잘 감싼 것처럼 변했다고나 할까. 의자에 앉아도 몇 겹으로 접히던 뱃살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이제 이 상태로 살만 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들을 하루 종일 입고 있으면 답답하지는 않을까, 피가 통하지 않아 가렵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소재가 좋아서 그런지 피가 안 통한다거나 하는 문제점은 전혀 없었다. 컴퓨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허리가 둥글게 휘면서 자라목이 되곤 했는데, 허리를 단단하게 받쳐주어서 그런지 허리가 꼿꼿이 선다. 위장을 눌러주니까, 혹여 밥을 조금만 먹게 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꼭 그렇지는 않았다. 배고픈 만큼 충분히 먹어도 위에 대한 압박감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체형이 완벽하게 보정이 되었느냐? 일단 겉보기 체형은 잘 정돈된 것 같고, 실질적인 효과는 2년쯤 뒤에나 나타난다니 시간을 더 두고 지켜봐야 할 듯. 보정 속옷을 2년간 착용한 에디터가 정말 몸짱이 되었을지 정말 궁금해질 것 같은 생각되는 사람은 2년 뒤 위에 적힌 메일 주소로 안부 메일 한 번 띄워보길 바란다. “그래서, 살은 빠졌나요?”라고.
중국제 저가 상품을 함부로 샀다가는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오히려 피부와 몸매를 망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믿을 만한 브랜드를 찾아 제대로 몸 치수를 측정한 후 구입할 것을 권한다. 저렴한 상품을 원한다면 홈쇼핑 인기 제품을 노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제조사의 공식 사이트에 들어가면 평가가 좋은 ‘베스트셀러’ 리스트들이 있어 사용 후기를 꼼꼼히 살펴볼 수 있다. 대표적인 인기 상품으로는 샤망뜨빼 니퍼 러닝 3종 세트 4만9천9백원(LG홈쇼핑), 가네보 피트 매직 5종 세트 17만8천원(현대홈쇼핑). 올인원 가격이 최소 3만원대부터 시작하니 부담 또한 적다. 전통 브랜드를 고집하고 싶다면 보정 속옷 브랜드인 비비안의 BBM 제품을 선택할 것. 가슴이 크거나 처진 체형이라면 허리선이 배꼽까지 이어지는 ‘롱브라’를 구입하자. 가슴 처짐을 막아주고 등이나 윗배에 지방이 많은 경우에도 효과가 있다. 하체 라인을 관리하고 싶다면 ‘거들 팬티’를, 하체 비만이 걱정된다면 하이웨이스트 거들(허리 부분이 가슴 바로 밑까지 올라온 거들)이나 니퍼(허리 둘레만 두르게 한 복대 스타일)를 추천한다. 딱 맞는 속옷으로 골라 입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