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치마’ 사랑의 영원한 가치를 깨닫게 한다
첫 치마/ 김소월
봄은 가나니 저문날에,
꽃은 지나니 저문 봄에,
속없이 우나니 지는 꽃을,
속없이 느끼나니 가는 봄을.
꽃지고 잎진 가지를 잡고
미친듯 우나니, 집난이는
해 다 지고 저문 봄에
허리에도 감은 첫치마을
눈물로 함빡히 쥐어짜며
속없이 우노나 지는 꽃을,
속없이 느끼노라 가는 봄을.
“첫 치마는 옛날 말로, 시집간 여자가 부엌에 처음 들어갈 때 입는 치마를 말한대요.
보통 친정어머니가 만들어 준다지요.”
시집간 딸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면서
첫 시작을 사랑으로 살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다
仁의 義로 살아 덕을 쌓고, 예를 다고, 敬을 다하라
‘삶은 아름다운 여정'이다.
“모든 것에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라고!”
“모든 것에는 숙성할 시간이 필요한다”
친정 엄마의 사랑이 가득한 치마의 가르침이다
“행복이 안방에 들어오면 치맛자락으로 낚아채야 한다.”
‘첫 치마’
엄마의 간절한 기원
딸의 행복을 기도한다
시집간 날 첫시간 입는 치마
가족의 행복을 위해
첫 밥을 짓는다
엄마는
“모든 것에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라고!”
“모든 것에는 숙성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인생길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 인내라는 봇짐에
숙성된 모둠의 시간이 들어 있다
참고, 기다리고, 견디어라
행복이 미소 짓는다
다시금 새겨 듣고 답하라
아름다움을 통해 ‘영원한 가치’를 깨닫게 한다.
첫 순간이지만 태양빛을 머금었던 ‘황금 첫 치마’
행복의 씨앗을 심기를
모든 사람들의 꿈도 황홀하게 빛나기를 소망해 본다.
석삼년을 이겨내고
행복을 꿈꾸며
아름다운 삶의 씨앗을 뿌려 풍성한 열매를 맺어
행복한 삶을 살라는 엄마의 기원 ‘첫 치마’
새 색씨가 첫 치마를 입고 앞치마를 두루고
희망을 캐 올린다
이야기를 듣고 시를 읽으니 더 슬퍼졌다.
그냥 슬픈 게 아니라 흐느끼는 “집난 이”가 된 것처럼 슬펐다.
봄은 가나니, 꽃은 지나니, 속없이 우나니, 속없이 느끼나니-.
우리말을 두 손으로 빚어내듯 표현하는 소월의 솜씨도 놀랍지만
본가를 떠난 신부를 “집난 이”라 칭하는 말도 서늘하다.
집을 나간 이라니.
왜 옛날엔 여자를 두고 시집으로 ‘간다’ 했을까?
새 삶을 꾸리는 건 남자나 여자나 마찬가지인데.
젊고 새로운 시를 칭송하는 시대라지만
언제나 이런 시 앞에서 무너진다.
누구 앞에서도 무너지지 말자,
마음을 여미던 시간이 무색하도록. 커피도 음악도 좋았지만 이날
‘첫 치마’ 한 장에 무릎이 꺾였다.
겨울을 향해 가고 있는 요즘 새벽녘 일출이 시작되면
동촌 금호강 철교 위를 달리는 전철이 황금빛으로 물들며 마법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새벽녘 동촌 금호강 철교 위를 달리는 전철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순간,
일상은 잠시 멈추고 마법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떠오르는 태양빛이 전철에 부딪혀 만들어낸 황홀경은
신데렐라의 마차처럼 현실을 잊게 만들었다.
동화 속 한 장면처럼 황금빛으로 빛난 전철은 빌딩 숲으로 사라지며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그 아름다움은 뇌리 속에 깊이 박혔다.
이른 아침 전철 안에는 회사원뿐만 아니라 대학생, 취업준비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타고 있다.
그들은 자신이 계획한 소중한 하루를 머릿속에 되뇌며 꿈을 향해 전진할 것이다.
이때 어슴푸레한 새벽녘, 사각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태양빛은
그 꿈으로 가는 길을 응원해 줄 것이다.
동촌 금호강 철교 위에서 바라본 풍경은 소중한 삶의 철학을 담고 있었다.
자연 속에서 ‘삶의 주기성’을 발견하게 하고,
찰나의 아름다움을 통해 ‘영원한 가치’를 깨닫게 한다.
순간이지만 태양빛을 머금었던 ‘황금 전철’처럼
모든 사람들의 꿈도 황홀하게 빛나기를 소망해 본다.
사계절의 변화는 익숙하면서도 매번 새롭다.
밤이 길어지고 낮이 짧아지는 요즘,
거리에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가을에서 겨울로 자연의 시계가 흘러감을 느낀다.
그렇게 천천히 변화하는 계절은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사한다.
첫 치마
사랑을 알게 하는
영원한 가치를 깨닫게 한다
강물의 여정은 빗방울이 빗물이 되어, 도랑물이 개울물, 개울물이 냇물,
냇물이 강물이 되어 여행하여 바닷물이 된다
바람 불면 갈대에서 비파(琴) 소리 울리고 물이 맑아 천천히 잔잔하게 흐르는
호수 같은 금호강(琴湖 물)을 고향 삼아 살아온 온갖
생명들과 더불어 지속적인 생명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첫 치마’를 입으면서 마음을 다듬어라
‘경청하기'
‘식별하기'
‘소풍 즐기’
‘여행하기’
‘담소 나누기’
‘삶은 아름다운 여정'이다.
“모든 것에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라고!”
그 말씀을 내 나이 칠십이 넘어서야 다시금 새겨 듣고 답한다.
“그렇죠. 모든 것에는 숙성할 시간이 필요한 거죠.”
인생길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 인내라는 봇짐에
숙성된 모둠의 시간이 들어 있다
행복이 미소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