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대구 달서구 본리동에서 무소속으로 구의원에 출마한 김철희 후보는 특별한 문구를 새긴 점퍼를 입고 선거운동에 나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참고: 매일신문 정운철 기자, 2014년 5월 27일자 보도) 등에 ‘칼끼없다 김철희’라고 쓰인 점퍼였는데요. 옆에 김주범 후보가 등에 쓴 ‘쫄지마’는 ‘위협적이거나 압도하는 대상 앞에서 겁을 먹거나 기를 펴지 못하다’라는 뜻을 나타내는 ‘쫄다’를 부정명령문으로 씀으로써 ‘두려워 말고 기죽지 말자’라는 의미로 쓴 것을 알 수 있는데요. 김철희 후보가 쓴 ‘칼끼없다’는 그 의미를 바로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발음은 억세지만, 선거운동 중 본인의 이름 위에 새긴 말인 만큼 ‘뭔가 좋은 의미의 말’이 아닐까요?
KTX 매거진 2014년 12월호에 대구의 모 막창 업체 광고가 실렸습니다. 먹음직스러운 막창 사진과 함께 커다란 글귀가 한눈에 들어오는데요. 무엇인가요? 또 ‘칼끼없다’네요! 대구의 대표 먹거리인 막창 광고에 쓰인 만큼 이 말은 확실히 대구 지역 방언인 것 같습니다. 도대체 이 ‘칼끼없다’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다행히도 광고주는 ‘칼끼없다’는 문구 아래에 친절하게 그 뜻을 풀이해 놓았습니다.
[칼끼없다는 대구 경상도 사투리로서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만큼 최고다’는 의미입니다]
‘최고다’, ‘끝내주다’를 뜻하는 경상도 방언으로 가장 잘 알려진 말은 ‘직이다’가 아닐까 싶어요. ‘직이다’는 ‘죽이다’에서 변형된 사투리임을 바로 유추할 수 있는데요. 방언사전에도 실려 있지 않은 ‘칼끼없다’의 ‘칼끼’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대구·경상도 사투리를 살펴보면 ‘칼(혹은 카)’이 들어간 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세히 관찰하면 ‘~렇게 할’이 ‘칼’이 되고, ‘그런(그러한)’이 ‘칸’이 되고, ‘~고 한’이 ‘카(칸)’가 되는 것임을 알 수 있는데요. 이를 어절축약 현상이라고 합니다. 즉, 경상도 지역 방언의 특징 중 하나인 어절축약 현상에 따라 축약 부분이 강하고 억센 느낌의 ‘ㅋ’으로 바뀌어 사용되는 것이죠.
이 같은 이치로 보았을 때, ‘칼끼없다’를 표준어로 바꾸자면 ‘(그러)할 것이 없다’가 됩니다.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만큼 최고다’라고 풀이해 준 뜻을 염두에 두고 더 세밀하게 바꿔본다면 ‘이러쿵저러쿵 말할 것이 없다’가 되겠네요!
여러분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최고다’, ‘끝내준다’를 어떻게 말하고 있나요? ‘칼끼없다’와 같은 뜻을 가진 다른 지역 사투리를 알고 계신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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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삼각산의 바람과 노래 원문보기 글쓴이: 흐르는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