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8일 성주간 목요일(요한 13,1-15)최후의 만찬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 주었으니♡
교회는 ‘주님 만찬 미사’로 ‘파스카 성삼일’을 시작한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잡히시던 날 밤에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 만찬을 하시면서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당신의 몸과 피를 하느님 아버지께 봉헌하셨다.
이 만찬에서 예수님께서는 몸소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며 그들에 대한 크나큰 사랑을 드러내셨다. 제자들과 그 후계자들은 예수님의 당부에 따라 이 만찬을 미사로 재현한다.
예수님은 당신에게 닥칠 수난을 당신의 뜻에 따라 당하신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신다. 그래서 “파스카 축제가 시작되기 전,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가실 때가 온 것을 아셨다.”고 하시며 당신 수난의 시간과 당신에게 일어날 일을 정확히 알고 계셨다. 예수님께서 ‘건너가심’은 세상에 계실 때, 하느님의 고귀함을 벗고 겸손한 모습을 취하셨으며, 우리에게 맞추어 당신을 낮추신 하느님의 말씀께서 이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가신다는 말씀이다.
즉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필리 2,7) 우리와 함께 계시던 분이 당신의 충만함(참조: 콜로 1,19; 에페 1,23)으로 돌아가신다는 의미이다.
제자들을 곧 떠나야 할 때가 오자 예수님은 그들에게 더욱 큰 사랑을 보여주신다. 그분은 그 일로 그들의 사랑이 더욱 커지고 거기에서 위로를 받아 그들이 장차 닥칠 끔찍한 일들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하신 것이다. 제자들을 ‘당신의 사람들’이라고 표현하고 있지 않은가? “그분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1절)
여기서 ‘끝까지’는 ‘그리스도다움’을 뜻한다. 그분은 죽음에 이르기까지 당신의 제자들을 사랑하셨다는 뜻이다. 그러니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 하시지 않았는가?
주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그 사랑의 증거를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에서 행하는 발 씻김 예식을 통해서 다시금 느낄 수가 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아시는 예수님이십니다. 누가 배반을 할지를 또 누가 자신을 모른다고 세 번이나 말할지를 또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제자들이 자기 살길을 찾아서 도망칠지도 알고 계셨습니다.
이날 우리는 주님의 사랑을 바라보게 됩니다. 당신의 수난과 죽음을 바로 코 앞에 두고 있음에도 제자들을 향해 또 모든 사람을 향한 사랑을 나눠주시는 주님을 봅니다. 그 사랑은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시는 장면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하느님께서 무릎을 꿇고 인간의 발을 씻겨 주시는 모습에서 그분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이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도 전해집니다.
주님께서 몸을 먼저 굽히셨습니다. 그렇다면 그 분을 따라야 하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우리 역시 형제자매들 앞에 몸을 굽혀야 합니다.
즉,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다가서야 하는 것입니다. 내가 인정받고 대접받으려는 마음을 접고 대신 사랑하겠다는 마음으로 다가서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주님의 본을 쫓아서 살아가는 신앙인의 모습이고, 주님의 사랑이 끝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