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를 샀다.
내 인생에서 두번째로 산 반지이며, 두번째 커플링이다.
처음 반지를 샀을 땐.... 그랬다.
"커플링 하고 싶어."
"너무 이르지 않니? 백일이라도 되면 그때...."
"그냥 지금 하고 싶은걸. 안그래도 반지 하나 살까 했으니까."
마지못해 18K 실반지를 샀었다.
그리고, 아마 그날이 내가 그 애에게 처음으로 화를 냈던 날이었을 것이다.
별로 살 마음도 없던 것을 억지로 샀다는 기분과, 못내 실반지라는 사실에 불만을 표시했던 그 애의 모습.
그런 것들이 끝내 짜증으로.....화로.....그랬다.
알고 있니?
그때 난 반지에 의미를 두는 널 이해하지 못했을 뿐인 것을
너와 헤어진 이후에도 그 실반지는 계속 내 지갑 속에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두번째 반지를 샀다.
갑자기 커플링이 하고 싶다는 말에 실반지가 어떠냐고 별 생각없이 말했을때....
"그 사람과 같은 반지라서 싫어."
파란색 보석이 하나 박힌....반드시 파란색이어야 한다던 처음 말과는 달리,
인터넷을 뒤져 나에게 보여준 반지는 실반지 같은 그런 반지였다.
내가 화낼까봐 그런걸까?
사실 난 파란 보석이 박혀있던, 빨간 보석이 박혀있던 아무 상관없는데.
그리고, 어떤 말을 하던, 어떤 행동을 하던 화내지 않을건데. 어차피 화가 나지 않는데.....
자꾸만 어긋나고, 자꾸만 오해했던
헤어짐과 매달림을 역할 바꿔가며 해야만 했던
그런 관계는 더는 없을건데.
다시는 후회하지 않을거라고, 다시는 누군갈 아프게 하지 않을거라고.
나 정말 다짐했는데.
.
.
.
.
.
그 애와 나.....우린,
개와 고양이었나봐.
꼬리를 흔드는 그 행위조차 정반대로 해석하는 그런 관계.
내가 S.O.S 를 보낼 땐 넌 웃고 있었고
네가 S.O.S 를 보낼 땐 난 구속하지 말아달라 했어.
내가 매달릴 땐 넌 다시는 아프기 싫다고 했지만
네가 매달릴 땐 난 이미 애인이 생겨있었어.
어쩔 수 없는....그러면서도 잊지 못했던.
너에게서 문자가 올 때마다, 아프고, 흔들렸던.
미안해.
이젠 안되겠어.
끝내 고집 밖에 남지 않을 이런 관계....지워버릴래.
나 다시는 나 때문에 누군가 아프게 만들기 싫어.
난 아니까.
아픈다는 게 얼마나 아픈건지, 난 아니까.
이젠 아니까....
.
.
.
.
.
반지를 샀다.
내 인생에서 두번째로 산 반지이며, 두번째 커플링이다.
그리고,
반지를 버렸다.
카페 게시글
설야이야기
반지
정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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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7
03.10.18 01:28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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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ㅡ.ㅡ 설마 또 아픔이 찻아온건
흠... 첫반지를 버렸다는 말이 아닐까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