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인사이트는 경차 이상의 연비를 소형차 사이즈의 차체에서 실현했다. 험하게 몰아도 실연비가 15km/L 이상 나오고 연비 모드로 운전하면 어렵지 않게 20km/L를 넘긴다. 동력 성능은 1.3리터급 엔진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반면 가격은 중형급이고 국산 소형차만 못한 실내의 소재나 편의 장비는 단점이다. 흔히 비교되는 프리우스보다 약 1천만 원이 저렴하고 연비가 좋다는 게 인사이트의 가장 큰 무기라고 할 수 있다.
글, 사진 / 한상기 (프리랜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1999년 출시됐던 초대 인사이트는 실험적인 성격이 강했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 뒷바퀴를 덮은 커버나 일반 자동차와는 사뭇 다른 스타일링 등의 요소는 양산차라기 보다는 컨셉트카 같았다. 보디 형식도 2도어 쿠페여서 판매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프리우스와는 지향점이 조금은 달랐다.
인사이트는 출시 이후 업그레이드에도 소극적이었다. 프리우스가 3세대로 발전하는 동안 인사이트는 10년 만에 풀 모델 체인지 됐다. 실적에도 큰 차이가 있었다. 프리우스가 누적 판매 1백만 대를 돌파했을 때 인사이트를 포함한 혼다의 모든 하이브리드는 프리우스 판매의 25%에 불과했다. 판매 대수만 놓고 본다면 라이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초대 인사이트는 2006년 단종될 때까지의 판매 대수가 1만 7,001대에 불과했다.
혼다는 2세대 인사이트로 승부수를 던졌다. 구형에 비해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보디 형식이다. 판매에 한계가 있었던 2도어 대신 5도어 해치백을 택했다. 프리우스와의 대결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가격도 공격적이다. 미국 내 가격은 프리우스보다 20%가 저렴하다.
시빅 하이브리드 기반의 신형 IMA(Integrated Motor Assist) 시스템은 구형 대비 코스트를 절반으로 줄인 게 가장 큰 특징이다. IPU의 경우 구형은 모듈의 수가 11개였지만 2세대는 7개로 대폭 줄였다.
혼다가 2세대 인사이트를 출시하면서 내건 목표는 연간 판매 20만대이다. 이중 절반은 북미에서 판매한다는 계획이었다. 실제로 작년 4월 자국 시장에 출시됐을 때는 하이브리드로는 처음으로 일본 월간 판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혼다가 월간 판매 1, 2위를 모두 기록했다.
올해까지 2세대 인사이트의 누적 판매는 20만대를 넘었지만 당초 목표에는 미치지 못한 실적이다. 프리우스와의 상대적인 열세도 여전했다. 이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형식에서 오는 효율의 차이가 크다. 프리우스는 인사이트보다 힘이 더 세지만 공인 연비는 더 좋다.
혼다는 토요타와 함께 가장 먼저 하이브리드를 내놓은 메이커지만 아직도 마일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후발 주자들이 전기차 모드까지 지원하는 하이브리드를 내놓은 것과 비교가 된다. 따라서 준비 중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2012년에는 중형급 사이즈에도 적용할 수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나온다.
EXTERIOR
인사이트는 생각보다 차가 커 보인다. 적어도 전면에서 보면 소형차 이상이다. 하지만 수치를 보면 사이즈는 국산차 기준으로 소형차에 해당된다. 전장×전폭×전고는 각각 4,395×1,695×1,435mm, 휠베이스는 2,550mm으로 굳이 비교하자면 엑센트(4,370×1,705×1,455mm, 2,570mm)보다 전장을 제외한 사이즈가 조금씩 작다. 대신 트레드는 전폭 대비 넓은 편이다.
디자인의 테마는 에어로 애슬리트이다. 근육질의 디테일로 디자인을 구성했다는 혼다의 설명이다. 육각형 그릴은 혼다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고 있으며 프런트 엔드는 연료 전지 모델인 FCX 클래러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연료 전지와 하이브리드 모두 친환경 차로 분류되니 같은 패밀리 룩을 채용했다고 해야겠다. 반면 전반적인 실루엣은 CR-Z와도 비슷해 보인다.
리어의 디자인은 여전히 일반 자동차와는 다르다. 프리우스처럼 에어로다이내믹을 염두에 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넓게 퍼진 리어 엔드는 어떻게 보면 조금 둔해 보이기도 하다. 루프 라인은 B 필러 앞에서부터 완만한 라인을 그리며 트렁크로 떨어진다. 트렁크 리드 일부가 유리로 된 것은 벤츠 C 클래스 스포츠 쿠페와 비슷하다. 이 때문에 후방 시야가 조금 가리기는 하지만 크게 불편한 정도는 아니다.
타이어는 던롭의 SP31 A/S, 사이즈는 175/65R/15이다. 엔진 배기량이 1.3리터인 것을 감안해도 타이어가 얇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전적으로 연비에 신경 쓴 선택이다. 요즘은 기아 모닝에도 175 사이즈의 타이어가 달린다.
INTERIOR
인사이트의 가격은 생각보다 싸게 나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을 여는 순간부터는 약간 고개가 갸웃거려지기 시작한다. 일단 소형차라는 점을 감안해도 문이 너무 가볍고 실내의 플라스틱은 싼 티가 난다. 혼다가 인사이트에 바라는 점이 실내에 잘 나타나 있다.
혼다는 인사이트의 경쟁력 있는 가격을 원했고 하이브리드로도 이익을 내길 원했다. 혼다의 바람과 고심이 실내에서 보인다. 실내의 소재는 아무리 좋게 봐도 3천만 원짜리 차로 보이기 힘들다. 국산 소형차보다 못하다. 혼다 입장에서는 원가를 생각해 어렵게 결정하고 힘들게 만들었겠지만 소비자에게는, 특히 한국 소비자에게는 어필하기가 힘들다. ‘하이브리드’니까 이런 점은 양보해야 한다고 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연비가 어마어마하게 좋으면 모를까.
국내에서 단 내비게이션도 고급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도 혼다로서는 상당히 빠르게 내비게이션을 달아줬다고나 할까. 단순하게 디자인으로만 본다면 내비게이션이 없는 인사이트가 더 고급스러워 보인다. 모니터 하단으로 내려오면 플라스틱의 질이 더 떨어진다. 바로 아래의 작은 수납함이나 USB 단자는 모양새가 조금 아쉽다. 기어 레버 앞에는 넓은 수납 공간과 탈착식 컵홀더가 마련된다. 실내의 수납 공간 자체는 충분하다.
흔히 공조 장치는 센터페시아 중앙에 있는데 인사이트는 운전석 쪽으로 붙어 배치된 게 이채롭다. 위치 자체도 높아 아무래도 시야를 덜 뺐기는 장점이 있다. 상단의 파란색 액정에는 바람의 방향과 세기 조절, 바로 밑에는 오토와 내외기 버튼을 한데 모아 놨다. 사용하기에는 편하다.
인사이트의 실내는 대시보드가 쭉 뻗어 있어 시야가 좋다. 시트의 높이도 적당하다. 요즘 나온 차들은 여성을 고려해 시트 포지션이 껑충한 면이 있는데 인사이트는 그 정도는 아니다. 반면 보닛이 낮아 실내에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A 필러에는 작은 창문이 마련돼 회전할 때의 시인성을 고려했다. 직물 시트는 당연히 모두 수동 조작이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시빅과 같은 디자인이다. 스포크에는 오디오와 트립 미터 버튼이 있고 이를 통해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작동과 에코 가이드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인사이트에는 연비 운전 코칭 시스템인 에코 어시스트도 탑재됐다. 이는 운전자 간의 연비 차이를 줄이는 기술로 연비 채점 같은 재미있는 기능도 내장돼 있다.
계기판도 시빅과 같은 멀티 플렉스 디자인이다. 디지털 속도계를 계기판 위에 따로 배치한 게 특징으로 앞서 언급한 공조장치처럼 시야를 덜 뺐기는 장점이 있다. 계기판의 시인성도 좋은 편이며 컬러풀하기도 하다. 토요타의 하이브리드는 타코미터가 없는데 인사이트는 있다. 아무래도 엔진의 비중이 더 높은 시스템이라 그런 것 같다. 대신 수온계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충전과 전기 모터의 작동을 보여주는 인디케이터가 마련된다.
2열은 넓지 않다. 다른 건 괜찮지만 레그룸이 좁은 편이다. 무릎이 1열 시트에 닿는 정도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여유는 없다. 국산 소형차보다 레그룸이 부족하다. 프리우스보다 사이즈가 적기는 하지만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것 치고는 2열과 트렁크 용량은 그렇게 부족하지 않다. 트렁크는 기대 이상으로 넉넉하고 특히 좌우 폭이 충분하다.
POWERTRAIN & IMPRESSION
파워트레인은 혼다의 독자 기술인 IMA 시스템이 핵심이다. IMA는 다른 하이브리드에 비해 엔진의 비중이 높다. 즉, 전기 모터는 엔진의 보조 역할에 그쳐 출발 시 개별적인 구동력을 만들지 못한다. 구조가 간단하고 시스템의 경량화가 가능한 것은 좋은데 풀 하이브리드에 비해 효율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인사이트의 시스템은 구형에 비해 24% 컴팩트하다. 1.3리터 가솔린 엔진은 89마력, 전기 모터는 12마력의 힘을 발휘하고 변속기는 CVT가 기본이다.
시동은 일단 자동차와 같다. 풀 하이브리드는 시동이 아닌 READY 상태지만 인사이트는 일반 자동차처럼 동일한 아이들링 상태가 된다. 기통당 배기량이 작아서인지 아이들링 시 소음은 크지 않다. 의외로 조용한 편이다. 반면 시트나 운전대로는 작은 진동이 전달된다.
클리핑 현상은 강한 편이고 저속에서 운전대는 다소 묵직하다. 초기 가속은 나쁘지 않다. 외지 기록을 보면 인사이트의 0→100km/h 가속 시간은 11초 정도다. 이 정도면 빠르진 않아도 크게 부족하다고는 할 수 없다.
가속 페달을 조금만 깊게 밟으면 전기 모터가 즉각 힘을 보탠다. 전기 모터는 특성상 0 rpm에서 최대 토크가 나오기 때문에 반응이 빠를 수 밖에 없다. 이론적으로 보면 엔진과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할 수 있다. 초기 가속은 괜찮지만 속도가 높아지면 아무래도 배기량의 한계가 있다. 100km/h 정도부터는 속도가 느리게 올라간다. 시승 코스가 짧고 일차선 국도라서 120km/h 이상을 내볼 수는 없었다.
ECON 모드를 누르면 엔진의 출력을 제어하고 스톱-스타트의 영역도 확대되며 에어컨도 절전 모드로 바뀐다. 자동 연비 모드인 셈이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ECON 모드는 자동으로 해제되고 천천히 달리면 다시 복귀된다. 가장 좋은 연비를 원한다면 ECON 모드를 적극 이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짧은 시승 코스를 열심히 달렸더니 연비는 15.9km/L가 나왔다. 열심히 달린 것치고는 꽤 잘나온 셈이다. 배기량이 작다보니 가속 페달 힘껏 밟고 다녀도 기본적인 연비가 높게 나온다. 전기 모터는 40km/h까지는 단독으로 구동력을 제공한다고 하지만 가속 페달을 아주 약하게 밟아도 엔진이 시동되는 것을 막기가 어려웠다.
인사이트는 프리우스처럼 방음이 부족하다. 40~50km/h 정도의 낮은 속도에서도 하체에서 올라오는 소음이 많다. 프리우스 운전한 경험을 생각해 볼 때 비오는 날에는 더 시끄럽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체는 생각보다 튀는 편이다. 타이어의 공기압이 높지 않나 싶다. 연비 위주의 모델에 얇은 타이어인 것을 감안하면 인사이트의 핸들링은 괜찮다. 노면을 잘 붙잡고 돌아나간다. 무게 중심이 낮은 것도 한 몫 하지 않았나 싶다.
인사이트에서 하이브리드의 딜레마를 느낄 수 있다. 연비 이외의 부분에서는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 연비가 좋긴 하지만 비슷한 가격대 또는 더 싼 차가 제공하는 편의성이나 소재의 품질을 양보해야 하는 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1.3리터 엔진으로 경차보다도 좋은 공인 연비를 소형차 사이즈에서 실현한 것은 높게 평가해 줄 일이다.
혼다 인사이트 주요 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 4,395×1,695×1,435mm
휠베이스 : 2,550mm
트레드 앞/뒤 :1,490/1,480mm
차량중량 : 1,240kg
트렁크 용량 : 408리터
엔진
형식 : 1,339cc 직렬 4기통 SOHC i-VTEC
보어×스트로크 : 73×80mm
압축비 : 10.8:1
최고출력 : 89마력/5,800rpm
최대토크 : 12.3kg.m/4,500rpm
전기 모터 : 10마력
최대 토크 : 17.0kg.m/1,000~1,700 rpm
구동방식: 앞바퀴굴림
트랜스미션
형식 : CVT
기어비 : 3.172~0.529
최종감속비 : 4.20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토션 빔 액슬
브레이크 앞/뒤 : 디스크/드럼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타이어 : 175/65R15
성능
0-100km/h : --
최고속도: --
최소회전반경 : --
연료탱크 : 40리터
연비 : 23.0km/L
이산화탄소 배출량 : 102g/km
가격 : 기본형 2,950만원, 고급형 3,09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