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학동에 내리니 11시 반이다.
대왕김밥집에 들어가 3,000원주고 김밥 한줄을 산다.
길을 건너 증심사 가는 버스는 금방 온다.
운림중 앞에서 내려 무등산다님길로 들어선다.
침석대까지 서서히 걷는다.
침석대라 크게 한자로 쓰고 세로로 '침류수석'이라고 썼다.
침석은 돌베개이고, 침류수석은 '흐르는 물을 배게삼고 돌로 양치질 한다.'이니
해학이 보인다고 해야 할까?
정자 뒤로 올라 바위 아래 기도드린 흔적에 가 본다.
이끼가 많고 바람꽃은 안 보인다.
바위 끝에 샘이 있고 낙엽 사이 도룡농 알이 동그랗게 말려 있다.
옆의 바가지로 물을 떠 마신다. 시원하다.
새인봉 봉우리가 바로 보인다. 기도하는 이들이 좋아했을까?
계곡 옆 길을 따라 걸으며 고개는 오른쪽으로 돌려 꽃을 찾는다.
금방 하얀 바람꽃이 반겨준다.
여기저기 피어나 반겨준다.
다 찍을 욕심으로 왔다갔다 한다.
하나도 제대로 보지 못한지도 모른다.
계곡으로 내려가 파란 이끼를 보며 작고 하얀 폭포?를 잘
찍어보려는데 안 된다.
예전에 보았던 곳에서 복수초를 찾아도 없다.
다리를 건너 계곡을 오른쪽으로 두고 걷는데 노랗게 빛나는 복수초가 반긴다.
새인봉으로 오르는 삼거리에서 배낭을 벗고 간식을 먹는다.
배낭에 들어있는 작은 캔맥주를 참고 아낀다.
바위에 앉아 김밥을 반쯤 먹으며 여유를 부린다.
물 속에 알을 잔뜩 낳아 둔 개구리 두마리는 몸이 홀쭉하다.
건너편에 노랑 복수초가 보인다.
모자인 듯 지나가는 이들은 그냥 지나친다. 말하려다가 간섭인 듯해 참는다.
출입통제 안내를 지나 길이 사라진 숲속으로 들어간다.
이정표도 있고 길이 또렷했는데 멧돼지가 파헤치고 썩은 나무들이 넘어져
길이 사라져 버린 듯하다. 하긴 사람을 못 오게 하는 구간이다.
예전에 가득했던 복수초는 보이지 않는다.
큰 나무들이 하늘에 잔가지를 가득 뿜어내고 있어 그 아래쯤에서 보았는데 없다.
포기하고 위로 올라간다.
낙엽에 미끌리고 잔돌에 미끌리며 나무 가지를 잡으며 부러진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오르는데 앞쪽에 갑자기 노랑 꽃밭이 나타난다.
하나를 찍다 둘을 찍고 가득 찍어보기도 하지만 꽃을 제대로 살려주지 못한다.
김해김씨 묘지를 지나 흐릿한 길을 찾으려해도 안 보인다.
오른쪽 능선을 짐작하고 방향을 바꾼다.
반쯤 내려가며 능선에 닿으니 옛등산로의 한참 윗쪽이다.
날도 흐리고 시간도 늦었으니 서석대는 포기하고 마집봉으로 내려간다.
새인봉이 건너다 보이는 바위 사이에 앉아 간식을 또 먹는다.
맥주는 금방 바닥이 난다.
탑봉을 지나 선교로 내려가는 능선에서 길마가지를 여러그루 만난다.
싱그러운 맛은 없고 끝물이지만 노랑 술이 보여 좋다.
바보가 벌교라고 해 벌교 시간표를 확인하니 그리 여유가 없다.
아파트에 들러 얼른 샤워하고 컴퓨터를 챙긴다.
자치샘 삼거리에서 내려 화순정류장에 뛰어 가 표를 사니 벌교가는 우등버스가 금방 들어온다.
조금 일찍 나온다던 바보는 방문교사가 오셨다고 사무실로 걸어갈 때까지 아직 연락이 없다.
불을 끄고 나온 그에게 배가 고프다고 짱뚱어탕을 먹자고 역전으로 가니 불은 켜졌는데 문이 닫혀있다.
머시기식당에 가서 외국쇠고기를 구워 나만 술을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