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평론]-이용교 박사의 복지상식 5
주거권 보장을 위해 연금주택을 건립하자
이용교(광주대학교 교수, 복지평론가)
모든 국민은 헌법상 보장된 주거권을 누릴 수 있다. 헌법 전문에는 “대한민국은...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을 담고 있다.
또한, 헌법은 거주/이전의 자유(제14조),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제16조), 재산권 보장(제23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제34조),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제35조) 등을 담고 있다. 특히 제35조는 “①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②환경권의 내용과 행사에 관하여는 법률로 정한다. ③국가는 주택개발정책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하여 모든 국민의 주거권 보장을 국가의 의무사항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의 주거권 보장 수준은 어떠한가? 주택은 넘쳐나지만 국민의 주거권은 선진국에 비교하여 매우 낮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고 해법은 무엇일까?
첫째, 주택보급율은 높아지지만 자가보유율이 더욱 낮아진다. 주택보급율은 주택수를 보통가구수로 나눈 수치인데 두 가지 계산방식이 있다. ‘종전주택보급율’은 2005년 106%에서 2015년에 118%로 올랐고, 이명박 대통령 이후에 사용되는 ‘신주택보급율’도 98%에서 104%로 올랐다. 하지만, 자가를 가진 가구의 비율인 자가보급율은 2006년 61%에서 2014년에 58%로 떨어졌다. 3016년 수도권의 자가보유율은 51%이고, 서울은 46%에 불과하다. 이 땅에 집은 넘치지만 내집이 없는 사람은 전체 가구의 42%나 된다.
둘째, 내집이 없는 사람들은 높은 임차료로 생활비가 쪼들리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 소득 1~4분위 저소득층의 평균 ‘소득대비 임대료 부담비율’은 26.7%로 5~8분위 중소득층(18.9%)과 9~10분위 고소득층(20.6%)에 비해 훨씬 높다. 또한, 소득대비 임대료 부담이 30% 이상인 가구 비중도 저소득층의 37.8%로 중소득층(13.9%)과 고소득층(21.8%)에 비해 훨씬 높았다. 가난한 사람들은 내집에서 살지 못하기에 매월 버는 소득의 26.7%를 임대료로 쓰고, 여기에 전기요금, 수도요금, 광열비 등 주거비를 추가로 지출하면 쓸 돈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그럼,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에서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거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주거정책은 분양주택 중심이었다. 주택건설업자는 국민들이 선호하는 아파트를 짓고 부담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살 집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임대할 집을 구입하였다. 두 채 이상의 집을 산 사람은 월세 등으로 수익을 얻고 더 많은 집을 구입하였다. 셋집(방)에서 사는 사람은 매월 월세를 내고, 2년에 한 번씩 임대차 보증금과 세를 더 내느라 주택을 장만할 여유가 없었다.
이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임대주택을 짓고, 민간이 적정한 수준의 임대주택을 더 많이 짓도록 주거정책을 확 바꾸어야 한다. 토지주택공사와 도시공사조차도 분양주택을 건립한 것은 ‘공공주택의 확대’란 미명하에 가장 낮은 주거에서 사는 사람들을 ‘고시원’과 같은 ‘비주거용 건물’로 내몰고 있다.
토지주택공사와 도시공사는 지금이라도 셋집(방)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진짜’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에 집중해야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출연금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짓고, 그린벨트 등을 풀어서 조성한 택지조성의 수입 등으로 임대주택을 건립하면 된다. 임대주택에 대한 적정 임대료를 확보하여 지속 가능한 수익을 내면 새로 투자할 수 있다. 건설회사들은 토지주택공사가 조성한 택지를 분양받아 집을 지어서도 수익을 창출하는데, 택지를 조성하는 토지주택공사의 부채가 매년 늘어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국민연금공단은 매년 쌓여가는 천문학적인 연금기금의 일부를 연금주택을 짓는데 활용하기 바란다. 현재 국민연금공단은 약 550조원의 기금을 적립하였는데, 그중 일부를 토지주택공사와 협력하여 연금주택을 건립하기 바란다. 연금주택은 대도시 주변에 있는 그린벨트를 풀어서 용적률이 낮은 저층 주택을 짓고, 도심 역세권과 공원주변에 고층 주상복합건물을 건립한다.
연금주택은 전세형, 월세형, 보증금과 월세의 비중을 다양하게 하여 거주자가 자신의 재산과 월소득에 맞추어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입주자를 선정할 때에는 신청자 중에서 국민연금의 가입기간이 길고, 연금액이 많은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고, 일부 비율은 저소득 고령자에게 우선권을 준다. 대도시에 연금주택이 늘어나면 연금수급자는 큰 집에서 연금주택으로 옮겨 생활비를 줄이고, 연금관리공단은 연금수급자에게 쾌적한 주택을 제공하여 주거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 대도시 주변에 건립된 용적률이 낮은 연금주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토지가격의 상승으로 수익률이 좋은 투자이기도 하다. 최근 연금기금을 주식에 집중투자하고 외국 부동산에 투자하는데, 베이비붐세대와 그 다음 세대를 고려할 때 연금주택은 새로운 투자가 될 수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http://www.lh.or.kr
이용교/ ewelfar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