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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 코너 스크랩 수필 첫사랑 카메라 `라이카`
황종원(중앙대) 추천 0 조회 540 11.02.06 11:1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나보다 더 나이를 먹었으니 연상의 사랑이다.

 

구성 도서관에 간다.

신간 사진 잡지를 보니 일제 카메라 ‘펜’ 등이  있다. 디지털이나 아날로그 기분이 난다.

값이 만만치 않다.

탐나는 것이 많으면서 갖지 못한 청춘의 날처럼.

 

 

 

요즘 낡은 것을 버리고 새것만 찾는 모습들은 나 자신의 자화상이다.

중고가 버려지는 시대다.

버릴 때도 돈 내고 버리는 시대다.

버려도 될 만한 카메라 하나를 가지고 3년간을 헤면 이야기는 어쩌면 시간의 낭비요, 부질없다 할는지.

저마다 추억이 있듯이 이것은 나의 추억이나 우리는 저마다 이런 기억을 하나씩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굴렁쇠

외발 철사 스케이트

종이 딱지

자치기

고무 물총

나무칼

녹슨 주머니칼

아버지 자전거

 

우리는 그런 것들 가지고 놀았다.

중형차를 끌고 다녀도 나는 문득 두 발로 움직이는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싶다.

아하, 나는 그 차보다 더 좋은 차를 가지고 있구나.

가끔 그렇다.

가난은 한 세대가 지나도 때를 못 벗는다.

 

 

 

1966년 대학 1학년 때, 늘 카메라를 입에 달고 살던 아들을 지켜 보시던 어머니께서 당신의 금반지를 팔아 카메라를 사주셨다. 페추리 7S였다. 대학 등록금 15000원 하던 때, 13000원에.

아직 그 카메라를 나는 어머니를 품듯이 지니고 있다. 거의 50년 간을.

 

 

 

 

 

어느 날, 정말 말로만 들었던 카메라 라이카를 얻었다.

처음 본 괴물이었다.

말만 카메라지 그냥 고철 덩어리였다.

병든 자식 고치듯 뛰어다니며 손을 봤다.

집구석에 라이카 말고도 이름깨나 있는 카메라를 고쳐보고자 하는 분들에게 제가 겪은 시간과의 싸움이 흥미를 줄는지.

재활용은 역사의 연속이고 추억의 실존이다.

 

 

 

 

< 만남 >

 

그런 카메라가 있는 줄은 알고 있기는 하였다.

카메라의 잡지에서 드물게 보고 신문의 짧은 기사에서 더러는 카메라에 대하여 뭘 좀 안다는 사람들 끼리 대화에서…….

그것은 나의 카메라가 아니고 나와는 영 다른 남의 손아귀에 있는 유별난 것이고 어딘가 가까이 하기는 영 다른 존재인 양 하였다.

나에게는 캐논이라든지 미놀타 라든지 하는 카메라가 조금 더 현실성이 있었다.

그 참에…….

아는 이가 라이카를 나에게 주었다.

처가 쪽으로 친척이었다. 이제 그는 폐암으로 고인이 되었다. 그는 라이카가 되어서 내 옆에 있다.

그이 병문안을 가서 이말 저말 하다가 카메라 얘기를 하자니 그는 자기는 안 쓰는 카메라라며 가지고 가란다.

고장이 나서 쓰지 못하니 어떻게 가지고 가서 해보라는 것이다.

라이카는 라이카였다.

낡아도 철저히 낡았다.

몸 틀 거죽은 여기 저기 구멍이 좀 구멍인지 나 있고 필름을 넣을 수도 사진이 찍히지 않는 그냥 쇠뭉치였다.

썩어도 준치라지 않는가?

카메라라면 라이카라지 않은가?

 

요즘 다기능 카메라라면 가격이 제법 쏠쏠하다. 일제 중 고급에 속하는 니콘 4150만 원이 넘고 라이카 구형 중고도 100만 원이 훌쩍 뛰어넘을 때다.

니콘의 기능은 사진장이라면 못다 쓸 기능이 골고루 있지마는 라이카는 기능이 너무 단순한 기계식 카메라로서 기능도 별것이 아니다. 기능이 없다는 것이 기능이겠지.

 

내 손에 들어온 기계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요즘 눈으로 보아도 기능 면에서는 커다란 차이가 없어 보였다.

렌즈는 라이츠 50밀리 F1.5라면은 요즘의 기준으로도 밝은 렌즈.

셔터 속도는 기계식으로 B.T.1 -1/1000 으로 일본제의 1/8000초의 초고속의 성능에 뒤지고 있지마는 요즘 기종인 라이카 R6와는 같은 기능이다.

독일인의 머리로는 카메라의 기능은 신구의 구별을 크게 두지 않는 모양이다.

실상 우리의 현실을 찍는데 1/8000초의 순간이 생애에 단 한번이 있기나 하랴?

군덕이 하나 덧붙이자면 1/1000초도 그다지 쓸 일이 없다.

플래시가 터지는 싱크로는 1/25초로서 요즘의 일제는 1/125라든지 1/250이라는 고속인 데 비하면 너무 늦기는 하다. 하기는 라이카 신형이 플래시 접점 1/100을 최신 기능이라고 붙여 놓았으니 1/25인들 정적인 사진 찍는 데야 전혀 불편할 리 없다.

이 카메라의 제작할 당시에는 그 정도의 플래시 속도면은 첨단 기능이었을 것이다.

 

라이카를 처음 대한 그때부터 마치 많은 세월 동안 갖고 싶어 하던 물건을 손에 넣은 듯하였다.

라이카는 마치 첫 사랑 같았다.

결코, 이룰 수 없는 사랑, 만나면서 이별이 예약된 사이.

그러나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 보면서 이미 헤어져 버린 관계에 대한 슬픔 같은 것이며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라이카였다.

 

어디 디지털카메라에 비하랴.

자존심의 극치이며, 존재의 강조가 아닌가.

디자인은 40년이 지났어도 요즘 것인양 싱싱하다.

첫 사랑은 언제나 청춘의 나이로 다가오듯 라이카는 첫사랑의 표정으로 내게 왔으니.

 

크기도 손에 딱 들어왔다.

무게는 손에 부담이 약간 오는 묵직함.

맵시는 어느 시대의 유행에도 맞는 전시대규격? 인 둥글게 궁굴렸다.

필름을 넣고 카메라의 잠자고 있는 시간을 깨우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일으키는 물건이었다.

카메라는 사진을 찍을 수 있어야 카메라이다.

그러나 말은 라이카 카메라이지마는 부품이 여기저기 빠져 있는 물건이라 지금은 단지 고철에 불과하다.

큰 숙제였다.

앉으나 서나 방법을 찾느라고 골몰하였다.

수리 점을 찾을 생각보다 내가 스스로 고칠 생각을 하였다.

카메라의 구조에 대하여 대단한 기술이 있을 더더욱 없이 무리를 시작하였다.

단조로운 일상에 그것은 작은 재미였다.

무슨 구조도라든지 사용법이 있지도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라이카에는 단 한 개의 전자 부품이 없었다.

그렇다면 요즘 애들의 로봇 맞추기와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나도 아들하고 만들기를 가끔은 해보았고 심지어는 아들이 어렸을 때는 발코니에서 아들을 피하여 혼자서 만들곤 하던 끈기도 있었으니 재미로서는 적격이었다.

감히 카메라 내부 구조를 보기로 하였다.

 

시계의 구조보다 더 복잡하다는 카메라를.

레고 조립 하나 완전하게 못 하는 내가.

, 시작이다.

 

그 뒤는 어땠는가. 2년 여를 여기저기 다녀 고쳐냈다.

필림을 넣고 사진을 찍었다.

이미 필름 카메라 시대는 지났을 때 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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