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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마이너와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는 '빈곤과 차별의 시대를 넘어 장애인운동의 전망 찾기'라는 주제로 연속 특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29일 첫 강의를 시작으로 9월 18일까지 격주 목요일에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진행됩니다. 비마이너는 전 강의 내용을 요약해 싣습니다. _ 편집자 주
1. 국가에 맞서는 '인권'과 '인권들'(정정훈 수유너머N 연구원)
2. AIDS 인권운동과 장애인운동, 어떻게 만날까(윤가브리엘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대표
3. 장애와 질병에 대한 여성주의적 관점(황지성 여성주의 장애학 연구자)
4. 어떤 복지국가를 만들 것인가?(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5. 관계에서 피어나는 놀이 - 장애문화예술교육의 길 찾기(최선영 로사이드 프로젝트 기획자)
6. 국가와 싸우는 밀양의 목소리를 듣다(이계삼 밀양송전탑대책위 사무국장)
7. 활동지원서비스 시장화, 문제점과 대안 찾기(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원)
8. 왜 장애인권리보장법인가?(남병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는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제도화되었다. 올해로 벌써 8년 차에 접어든 것이다. 그동안 이 서비스는 제공기관의 수와 정부 지원 예산 등 모든 측면에서 엄청난 성장을 보여왔다. 물론 이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중심이 된 장애인운동이 이뤄낸 성과였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한가? 이 서비스가 제공되는 방식과 시스템 자체에 문제는 없는가?
활동지원서비스를 비롯한 사회서비스 영역 전반이 정부에 의해 하나의 산업으로 커나가는 방식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무엇보다도 ‘바우처’(특정 복지 서비스에 대한 이용권. 복지 전달방식에 있어서 현금과 현물의 중간형태)이다. 바우처는 사회서비스에서 서비스 제공인력, 중개기관, 서비스 이용자 간의 관계를 사실상 결정짓는 엄청난 제도적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지난 9월 4일 비마이너와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의 연속특강 일곱 번째 강사로 나선 사회공공연구소 제갈현숙 연구원은 바로 이 바우처 시스템을 우리나라 사회서비스 시스템의 시장화와 질적 악화를 가져오는 가장 핵심적인 기제로 지목하고, 바우처 방식을 벗어나는 사회서비스의 새로운 방식을 고민할 것을 제안했다.
제갈 연구원은 기존에 가족이 담당해 오던 '돌봄'이 애초에 담고 있던 가치는 (이윤 동기와 같은 ‘자기지향성’이 아닌) ‘타인지향성’이라고 강조하면서, 사회적 책임으로 제도화된 돌봄서비스가 이 ‘타인지향성’의 가치를 담아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나라에서 사회서비스는 이런 가치와는 정반대인 ‘산업적 목적’에서, 즉 고용없는 성장 시대에 일자리 창출이라는 과제로 추진되어왔다고 비판했다. 그래서 초기 사회서비스 인프라 투자에서 국가재정을 투입했음에도, 복지 전달체계는 완전히 시장적 방식으로 도입하면서 이 사회서비스의 기본 틀 자체를 왜곡해 왔다고 지적했다.
제갈 연구원은 바우처 방식은 단시간 안에 사회서비스 인프라를 급속하게 확장시키기 위한 방식이었다면서, 이를 위해 서비스의 공공성이 아니라 이윤추구를 목적에 둔 각종 개인 사업자들이 대거 진출할 통로를 열어주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것이 공급자들 간의 경쟁을 통한 서비스 질 향상이 목적이라 했지만, 실상은 서비스 질과는 무관한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는 한편,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중개기관, 활동보조인 그리고 이용자에게 떠넘기면서 '복지재정 누수 방지'라는 명분을 앞세워 부정수급자 색출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 제갈 연구원의 비판이다.
그는 또 최근 중증장애인 화재 사망 사건 이후 벌어진 장애인계의 투쟁으로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의 총량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인 변화이나, 서비스 양의 증가만큼 서비스 제공 노동자의 노동권이 함께 상승하지 못하는 고질적인 문제를 지적하면서, ‘타인지향성’의 가치를 담보한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비롯한 노동권 향상이 필수적인 과제임을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서비스 제공 기관의 난립상을 과감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위한 사회적 표준과 공공성을 담지한 새로운 복지 전달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강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