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당내 토론 없이 불쑥 합의..기대 배반"
국민의힘 "남는 재원 있으면" 수습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여야 대표 회동에서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전국민 확대에 합의한 사실이 알려지자 야당 내 반발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이 대표는 "남는 재원이 있으면 지급 대상 범위를 전 국민으로 확대하자는 것을 검토하자는 취지"라고 수습에 나섰고 양당 합의는 사실상 백지화됐다.
양당 대표는 12일 여의도 한 한정식집에서 만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동이 끝난 지 1시간 20여분이 지난 후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합의 내용을 사실상 번복했다.
황보 수석대변인은 "오늘 양당 대표 회동의 합의 내용은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손실을 입으신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대상과 보상범위를 넓히고 두텁게 충분히 지원하는데 우선적으로 추경재원을 활용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후 만약 남는 재원이 있을 시에 재난지원금 지급대상범위를 소득하위 80%에서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것까지 포함하여 방역상황을 고려해 필요 여부를 검토하자는 취지로 합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당의 일관된 입장인,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확대에 대해 송 대표가 공감을 했고 방역상황을 고려해 소비진작성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행정비용 등을 고려해 그 범위를 80%에서 100%까지 늘리는 것을 검토한다는 내용에 동의했다"며 "추경의 총액을 늘리는 내용 등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의 힘은 그간 대선을 앞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매표 행위"라고 비판해왔다. 이 가운데 이 대표가 송영길 민주당 대표를 만난 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다는 소식에 당내 반발이 나오자 수습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으로 당내 경제통으로 꼽히는 윤희숙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적 당운영을 약속해놓고 당 철학까지 맘대로 뒤집는 제왕이 되려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4차 대유행이 시작된 지금 소상공인 시름이 어디까지 깊어질지, 5차 6차 유행은 오지 않을지 아무도 모른다. 이들을 떠받치기 위해서는 당장 막대한 지출이 필요할 뿐 아니라 앞으로도 얼마나 더 들어갈지 모른다"며 "무엇보다 당내토론도 전혀 없이 그간의 원칙을 뒤집는 양당 합의를 불쑥하는 당대표를 보게 될 지 몰랐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젊은 당대표의 새로운 정치를 기대한 수많은 이들의 신뢰를 배반했다"며 이 대표에 직격탄을 날렸다.
조해진 의원도 페이스북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황당한 일"이라며 "우리 당의 기존 입장은 반대였다. 이준석 대표가 당의 기존 입장과 다른 합의를 해 준 경위가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전 국민 지급을 통한 소비촉진은 코로나 방역에 역행하는 것이고 실제적 피해자에 대한 보상, 지원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이 대표가 당내 소통에 좀 더 노력해야 하고 발언에 신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양당이 합의했지만 국민의힘이 100여분 만에 이를 번복하면서 합의는 사실상 백지화됐다. 이에 따라 13일부터 시작되는 추경안 심사 역시 진통을 겪을 예정이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또 다른 글을 올려 "오늘 회동에서 방역수칙 강화로 2인 제한이라 배석자라 없다보니 회동 후 전화로 다른 방에 있던 대변인들에게 전화상으로 간략하게 발표내용을 전달하고 대변인들이 먼저 그 내용을 기반으로 브리핑을 했다"며 이같은 회동 특성상 합의 내용이 충분히 설명되기 어려웠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민주당 송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야당은 물론 여당 및 정부에서도 반발이 있거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야 대표 간 합의는 상생과 협치 차원에서 존중돼야 한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결단을 뒷받침 해주길 바란다"고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