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간단하게 나온 자료들을 보면서 유라는 이 학교에 재학 중인 강진우라는 학생의 사진을 유심있게 들여다보면서 고개를 갸웃했고 한편으로는 의문을 가졌다.
‘회장님은 왜 이 아이를 만나겠다고 하는거지?’
급하게 조사하긴 했지만 어느 정도 정보는 충분히 모았다. 그러나 하루만에 되지는 않았기에 이틀이라는 시간을 더 써야만 했다. 유라는 그 학생과 회장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턱이 없었기에 이 학생을 만날 때까지 일단 보류하도록 마음을 먹기로 했다.
유라는 비서실에서 서류를 재차 확인한 뒤 그의 신상정보를 훑어보았다.
나이와 이름은 이미 알고 있는 부분이었고...... 그의 집안 사항과 가족은 몇 명인지 확인하기 위해 적힌 내용을 확인해보다가.......
-강진우 밑으로 1살차이의 여동생이 있음. 현재 해운대학병원에서 치료중. 그의 아버지인 강민영은 교통사고로 사망. 그의 어머니인 윤미연은 현재 두 자식들을 버린 것으로 추정. 그리고 다른 남자와 재혼을 한 것으로 추정.
개인적으로 어딘가에 의뢰를 했는지 자세하게 적혀있었고 뭔가 굉장히 암울해 보이는 기록이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잡다한 내용들이 속속 들여 적혀있었고 그 내용 역시 암울하고 어두운 내용이었다. 왠지 모르게 그에게 동정이 가는 그녀였으나 마지막에 적힌 내용은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되는 내용이었다.
-현재 사립 세인트 고등학교에 재학중이며 성적이 좋은지 장학금으로 학교를 다니고 있음. 학교 선생들에게도 좋게 평가를 받고 있음.
하지만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였기에 쉽사리 눈을 땔수가 없었다. 하지만 의문이 아직 풀리지 않았기에 그 서류를 들고 회장실로 발걸음을 옮기는 그녀였다.
똑!똑! 철컥!
그렇게 회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회장이 유리로 된 벽너머로 보이는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서있었고 아직 점심이 되기까지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그리 많이 보이지 않았다.
유라가 기척을 보이자 그 늙은 노인은 뒤를 돌아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조용히 서있는 유라를 바라보았고 그녀가 내미는 몇장의 프린트를 훑어보았으나 마찬가지로 유라와 똑같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허어..... 이런 환경에서 자란 젊은이가 그렇게 밝은 표정을 지으며 살다니 잠시 본 것뿐이지만 그 위압감은 보통이 아니었어. 허허 나 자신이 감탄 할 만도 하군.... 내눈은 틀리지 않았어.’
“저어....회장님?”
“허허허 유라양 지금 당장 세인트 고등학교로 갈 준비좀 해주게. 이 학생을 만나봐야 겠어.”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지금은 회사의 상사로서의 부탁이기 때문에 군말 없이 따라야만 했었다. 그래서 허리를 한번 숙이고는 생긋 미소지어 보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가시죠 회장님.”
“자 그럼 이문제...... 강진우 나와서 풀어보도록!”
분위기가 딱딱하면서도 그렇게 해야만 하는 공간, 바로 학교이면서 교실이 아닌가 싶다. 중간고사가 끝나서 어느 정도 여유가 있으면서 축 늘어지는 시기이지만 이 검푸른 머리색을 가진 소년만큼은 그런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
교과서를 가지고 나와 칠판 앞에서 풀긴 하는데 그를 보는 시선이 매우 남다른 몇몇의 인간들이 있었다.
딱~ 딱따악 딱딱딱
고요하면서도 왠지 모르는 이 엄숙함 속에서 분필과 흑판이 부딪히는 소리만이 크게 울려 퍼질 뿐 숨소리조차도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진우는 흑판을 향해 선생님이 내준 문제를 풀고 있다가..........
딩~동~댕~동~
그러다가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고 그의 문제 푸는 모습을 지켜보던 선생님도 책을 덮고는 진우를 자리로 보내고는 교탁에 서서는 알림사항을 전달해주었다.
“자 다음시간에 30페이지 문제들 시킬 거니까 예습 해오도록 해라. 반장 인사해.”
그러자 진우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형식적인 인사를 하고는 점심시간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점심시간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남달리 시작하는 것이었다.
점심 도시락조차 꺼내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다가 몇몇의 여학생들이 그의 자리 주위에 빙 둘러서더니 그에게 무슨 용건이라도 있는 듯 일부러 그의 책상 위에 엉덩이를 깔고 앉는 여학생이 말을 걸었다.
“어때? 강진우 오늘도 할래? 물론 돈은 준비 되어있어. 어떻 할거야?”
의미를 알수 없는말...... 이미 그의 반 학생들은 밖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나간 듯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실은 그의 주위에 있는 이들 때문에 나간 것이었다.
새하얀 허벅지를 드러내면서 음흉한 미소를 짓는 여학생. 그러면서 슬슬 진우의 손을 잡아 자신의 다리 쪽으로 손을 다가가게 하려 했지만 진우는 그 손을 뿌리쳤다.
그의 행동이 의외였는지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진우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의 귓가에 바싹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왜 이러는 거지 강진우? 돈 안필요해? 우린 단지 네 녀석의 군침 도는 몸이 필요할 뿐이야. 항상 그러다가 안그러다니 무슨 이유라도 있는거야?”
누군가가 이런 대화를 처음 접하게 된다면 대충 상황을 짐작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뭐가 아쉬워서 이렇게 해야하는지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그 다음 대화를 들어보면 짐작 할 것이다.
“하~! 기가 막혀서 너 지금 네 처지가 어떤 처지인줄 잘 알텐데? 돈 필요하지 않아? 우리가 원하는 대로만 해준다면 이 거금은 하루만에 버는건데.....”
초록색 종이 지폐와 하얀색 지폐 한 장을 펄럭이면서 그의 책상 앞에 놓는 그녀. 사실 진우는 그리 심하게는 아니지만 은밀히 이 욕구불만 여자들에게 몸을 팔고 있다. 흔히들 상황이 뒤바뀐게 아니냐고 생각한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이지만 어딜 가나 예외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니까.
3학년 2학년 줄줄이 섞여 있다. 특히 3학년 같은 경우는 남녀 공학 입학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또래 모두 여자였고 그렇기에 이성인 남자에게 더욱 관심이 많은 법이었다.
진우는 이 비릿하게 웃음 짓는 여성들의 시선을 한번 훑어보았다. 하지만 똑같았다 모두 탐욕에 빠진 눈빛..........진우는 자리에서 일어서 앞에 놓인 돈을 잡고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었고 그의 행동에 다들 잘 생각했다는 듯이 그의 등을 살살 어루만지며 교실을 나와 그리고 학교 건물을 나와 운동장을 지나 그들만의 장소로 향했고 교문에서는 검은색 리무진 한 대가 운동장을 지나 건물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딸깍!
유라는 차에서 내려 노인의 문을 열어주고는 그가 내리길 기다렸고 차에서 내린 노인은 보기만 해도 화려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건물을 올려다보며 흐뭇한.... 아니 흥미있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기가 사립 세인트 고등학교란 말이죠? 와아~ 진짜 귀티가 나긴 나네요.”
“유라양 부탁이 하나있는데 들어줄 수 있겠나?”
노인은 인자한 웃음을 가득 머금은체 유라를 쳐다보았고 유라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런 노인을 쳐다보았다.
“네? 아아! 네에.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런데 무엇을........”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어떠한 행동에도 간섭하지 말아주었으면 하네. 여기서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 행동 해주었으면 하네. 어떤가? 할수 있겠나?”
“알겠습니다. 그럼 어서 가시죠.”
그렇게 유라의 안내로 간 곳은 세인트 고등학교의 교장실이었다. 노인은 이제 그 소년에게 약간의 보답을 해주기 위하여 직접적으로 여기를 찾았던 것이었다.
똑똑!
“들어와요.”
중년 틱한 굵은 톤의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왔고 유라는 노인의 편의를 위해서 대신 문을 열어주어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니 책상에 앉아서 근무를 하고있는 교장으로 보이는 남자를 볼수 있었고 그 남자는 유라와 노인을 보고는 일단 자리에 일어서서 누군가 살피다가 그 노인의 정체를 알아챘는지 눈을 크게 뜨고는 그에게 인사하였다.
“아....저기 혹시 혜원그룹의 회장님이신..... 문승현 회장님 아니신지요.”
“허허허 이 사람이 맞소만..... 허허허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이 학교의 교장이 맞는지 확인을 해보고 싶습니다만.....”
“예에! 제가 이 학교의 교장인 최민 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어쩐 일로.....아! 일단 자리에 앉으십시오.”
그렇게 이사장의 권유로 자리에 앉은 문승현 회장은 자신이 이틀 전 밤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주었고 그의 지갑과 함께 그 학생을 잠시 불러 내달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을 끝으로 교장의 안색이 약간 흐려지는 듯 했다. 문승현회장과 그의 비서 한유라는 그 이유를 몰랐기에 고개를 갸웃했고 이내 교장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었다.
“강진우군은 분명 우리학교의 우등생이고 모범생입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약간 꺼림칙한 소문이 있더군요. 제가 교장인 관계로 학생의 개인신상정보는 볼수 있었기에 우리학교의 우등생의 정보도 한번쯤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아이의.....부모가 없더군요. 학비야 저희 학교측에서 장학금으로 면제를 해주고 있습니다만 다른 쪽의 금전적인 문제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을 하려는가 하더니 이런 말이었다. 그건 자신들도 서류를 보아서 대충 알고 있었는데 교장의 말은 그걸로 끝난게 아닌 것 같았다.
“최근 학교에서 들리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게 강진우군이 다른 여학생들에게......에 그러니까 쉽게 말해 몸을 팔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확인 결과 그 소문은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긴 평범한 사람은 다니기 힘든 학교이죠. 그 여학생들 대부분이 의사니 변호사니 하는 엄청난 수입을 거두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 이렇다할 벌을 주지도 못하는 입장입니다. 돈이라는게 사람을 나락으로까지 떨어뜨리게 만들더군요. 그래서 저희 쪽에서도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면목 없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면서 씁쓸한 표정을 짓는 교장을 비롯하여 문승현회장과 비서 한유라도 놀라는건 마찬가지였다. 이해가 갈지도 몰랐지만 유라의 입장에서는 남자도 그렇게 여자처럼 성매매를 할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긴...... 프로필을 봤을 때 약간 어려운 환경에서 살고 있는 듯 했다. 아르바이트도 기본이 2,3개였고 동생까지 보살펴야 한다니...... 어떻게 보면 정말로 인간다운 인간이 어떤지를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분명히 잘못된거였다. 돈이 아무리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그런 인간 같지도 않은 여자들에게 몸을 팔다니......그녀의 상식으로서는 이해할수 없었다.
“면목 없지만 이게 현실입니다. 돈 앞에선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존재가 인간이지요.”
하기사 그런 애들이 부모 덕분에 잘사는데 무엇이 부족함이 있겠는가? 괜히 엉뚱한 쪽으로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이런 결과가 있긴 하다만 말이다.
문승현 회장은 그애 에게 더욱 어두운 현실을 바라다보니 꼭 그애를 동정보다는 이제 구제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어떻게든 그애를 자신의 옆에 있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자신에게는 자식들 마저 세상을 떴을 뿐더러 자신도 얼마 살지 못할 운명이었지만 더 단축 시킬 운명을 그 소년이 더 연장시켜주었다.
하늘에 신이 존재한다면 분명 그를 도와줘라는 신의 계시였을까? 문승현 회장은 알쏭달쏭한 표정을 짓고 있는 비서를 보며 그냥 씁쓸한 미소를 줄뿐이다.
“그런데 지갑을 돌려줄 목적이라면 이렇게 직접 찾아오지 않으셔도 될터인데.... 그 소년에게 무슨 특별한 볼일이라도 있으십니까?”
“허허허 특별한건 아닙니다.. 단지 그 소년에게 부탁을 하나 할까해서 불러 달라고 했을 뿐입니다.”
똑똑똑!
그때 노크소리가 들려왔고 세사람 모두 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들어와요.”
철컥! 끼이이익!
문이 열리자 긴 머리를 하나로 묶고 하얀색 면바지에 베이지색 블라우스를 입은 여성과 하얀 와이셔츠가 여기저기 구김져있는 옷차림을 한 검푸른색 머리카락을 가진 남학생이 들어왔다.
“교장선생님 부르셨습니까?”
소년의 옆에 있는 여자가 교장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고 교장도 잘왔다는 표정을 지으며 앞에 있는 문승현 회장을 소개했다.
“아 이효연 선생님. 잘 와주셨습니다. 회장님 이쪽은 강진우군 학급의 담임선생님을 맡고 있는 이효연 선생님이십니다. 이효연선생님 이쪽은 혜원그룹의 회장님이신 문승현회장님이십니다.”
“아! 네에....처음 뵙겠습니다. 진우의 담임선생님인 이효연이라고 합니다.”
교장의 소개에 문승현은 짧은 목례를, 이효연이라고 불리는 여성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리고 옆에 서있는 강진우는 문승현을 보고 본 기억이 있는지 짧은 탄성을 터뜨리며 그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교장은 아무래도 자리를 피해줘야 될 것 같은지 네사람을 진학 지도실로 안내했다.
그리고 두사람이 마주보고 앉아 있는 이 공간에서 진우는 뭐가 그리 신기한지 그 문승현을 쳐다보았고 당사자인 문승현 회장은 여전히 뜬 것 같지 않은 눈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저어.... 어쩐일로.”
“아...... 강진우 학생이 이틀전에 회장님을 구해주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말도 없이 그냥 가버려서 제대로 이야기도 나누지 못하신 것 같아서 말이죠. 마침 학생이 지갑을 떨어뜨리고 가서 쉽게 찾을수 있었게 되었는데, 회장님께서 아무래도 하실 말씀이 있는 것 같아서 찾아뵈었습니다.”
비서 유라의 말에 강진우는 그녀가 내밀어준 지갑을 보고는 허탈한 표정으로 그 지갑을 보았고 재빨리 손을 뻗어 그 지갑 안에 있는 내용물을 확인했다. 그런데 그가 찾는건 돈보다는 학생증 뒤에 숨어 있는 사진들이었다. 다행이 다 있는지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유라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해주었다.
“정말 고맙습니다.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허허허 아닐세. 자네가 내 생명을 구해준 것치고는 인사 축에도 못 미치는거지. 자.....그런데 강진우라고 했던가?”
“예.”
진우의 인사에 문승현이 직접 말을 걸었고 무언가 할말이 있는지 그의 눈치를 살피다가 이효연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담임선생님. 잠시 이 학생과 단둘이 이야기하고 싶은데 가능하겠습니까? 이야기가 끝나고 찾아뵙겠습니다.”
“네? 아아! 네... 그러면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의 말에 유라와 이효연은 잠시 자리를 피하게 되었고 둘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진우군 내가 자네에게 부탁을 하나 하고 싶은데.... 해줄수 있겠나?”
“네?”
나긋나긋한 목소리. 어딘가 모르게 포근한 목소리를 낸 문승현은 진우의 반응을 보고는 다시 계속 말을 이었다.
“자네....내가 혜원그룹의 회장으로써 부탁하는 것일세. 내밑으로 들어오지 않겠나?”
!?
그의 말은 지금까지 소극적으로 삶을 살아온 진우에게는 크나큰 시련 플러스 행운이 되는 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