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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인터뷰기사.hwp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되는 지난 8월 13일, 며칠전 페이스북 친구가 된 위영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을 금속노조 앞에서 만났다. 지회장의 얼굴은 구릿빛으로 그을려 있었고, 금속노조 조끼도 제법 잘 어울리는 듯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출범한 이후 누구보다도 분주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지회장이기에 인터뷰도 여유를 부릴수 없었다.
위영일 지회장은 지난 20여 년을 삼성전자서비스 부산 동래센터에서 일했다.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삼성의 협력업체에서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사협의회를 구성하고 근로자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런 권한도 없는 협력업체로부터 얻어 낼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삼성전자서비스는 근로기준법상의 최소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조차도 협력업체를 폐업시키는 조치로 짓밟아 버렸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가 형식적으로 협력업체 체계로 운영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책임과 운영, 관리와 감독 등 일체의 권한은 삼성전자서비스에 있었다.
‘노조는 사회의 불평불만 분자들이나 하는 것이다.’
‘노조를 하는 사람들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인생에 실패한 사람들이다.’
삼성으로부터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들어 왔다고 한다. 물 흐르듯 가만히 있으면 회사가 알아서 다 해 준다는 감언이설에 청춘을 바친 직장이지만, 달라진 것은 더욱 열악해진 노동조건이었다. 박봉과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는 노예 같은 생활이었다. 삼성이 말하는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다. 노동조합의 필요성은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지만 쉽게 결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삼성이 말하는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에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조합들과의 소통을 통해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붙었다.
“분노와 배고픔이 노조를 결성할 수 있게 한 근본적인 힘이었다.”
집이 부산이지만 생활은 서울에서 한다. 하루 24시간이 짧게 느껴지고 야속하게 흘러간다고 한다. 불과 1개월 만에 조합원이 세 배로 늘었고, 전국 각지 동료들로부터 상담과 간담회 요청이 쇄도하고 있어 다 소화해 내지 못할 정도로 바쁘다고 한다. 그러나 지회장에게서 피곤한 기색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즐겁고 새로운 힘이 솟는다고 말한다.
두 아이의 아빠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었던 지회장이 이제는 조합원과 노동조합이라는 새로운 가족이 생겨났다고 뿌듯해한다. 그동안 억눌려 왔던 권리를 이제는 되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겨났다. 그러나 지회장은 무척이나 신중하고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노동조합을 결성한 것은 과거의 권리를 되찾기보다는 미래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미래의 권리는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조직력을 확대,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기에 ‘튼튼한 노조’를 만드는 활동에 집중하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회장과의 대화를 통해 ‘삼성맨’이라는 베일에 가려졌던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의 실태와 그와 같은 현실을 극복하고자 노동조합의 깃발을 올리게 된 굳은 결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회장의 말처럼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을 무너뜨리고 승리하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눈앞에 성큼 다가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우선 노동조합 출범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또한 소중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린다.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삼성전자에 1992년도에 입사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삼성전자에서 분사하기 전이었다. 1998년에 삼성전자서비스가 삼성전자로부터 분사했다. 분사한 삼성전자서비스가 삼성전자서비스센터를 협력업체 체제로 전환하여 운영하면서부터 근로조건은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임금수준도 크게 저하되었고, 하루 15시간 넘게 일해도 받아가는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않는다. 휴게시간조차도 보장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열악한 근로조건에 대한 불만은 너나할 것 없이 쌓여 왔다. 그렇다고 제대로 주장할 수 있는 안정된 대화 창구가 보장된 것도 아니었다. 동료들과 뜻을 모아 힘들게 노사협의회를 구성하고 대표로 참석했다. 그러나 최소한의 요구조차도 외면하는 현실에서 노사협의회의 한계를 인식하게 되었다. 노동조합의 필요성은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으나, 삼성의 논리나 왜곡된 사회 여론의 영향으로 정서적 반감도 컸다. 그런데 동료들과 많은 대화를 진행했고, 그러다 보니 노동조합을 결성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바꿔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함께 인식하게 되었다. 그 결과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되었다.
* 협력업체 체제로 전환된 이후 근로조건이 급속도로 악화되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자세하게 설명해 달라.
입사 초창기인 1990년대만 하더라도 그나마 좀 더 나은 형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일하면 할수록 빚만 늘어나는 실정이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삼성전자서비스센터는 삼성전자서비스의 협력업체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체계는 ‘도급제’다. 즉 주어진 업무량에 따라 임금단가가 책정되고 해당 업무를 처리한 결과에 따라 임금이 지급되는 방식이다. 주문량이 많지 않은 비수기 때는 출근을 하더라도 정상적인 생계를 유지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빚을 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오전 7시에 출근해서 저녁 10시~11시까지 하루 15시간~16시간 일한다. 일이 없더라도 퇴근할 수 없다. 대기상태에 있어야 한다. 휴게시간도 보장하지 않고 식비조차 지원하지 않는다. 유류비 및 차량유지지, 수리비도 지원해 주지 않는다. 여름철 성수기 한철에는 많아야 월 200만 원 정도를 수령하는 실정이다. 비수기 때는 월 120만 원~13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보니 결국 빚을 내서 생활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악순환이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 정규직들도 마찬가지인가?
아니다. 본사(삼성전자서비스 소속)직원들의 근로조건은 우리와는 하늘과 땅 차이다.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삼성전자서비스센터는 본사 직원들과 협력업체 직원들이 함께 근무하는 형태였다. 직영으로 운영되는 곳은 그동안 없다가 최근에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본사 직원들은 따로 사무실 공간을 두고 사내망을 통해 우리에게 업무를 지시해 왔다. 조회 때 나와서 업무를 지시하기도 한다. 센터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업무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도맡아 하는 실정이고 본사 직원들은 관리자처럼 업무 지시를 해 왔다. 서비스센터에서 서비스 업무는 전혀 하지 않는다.
단적으로 연말이 되면 본사 직원들은 성과급 잔치를 하지만 우리는 전혀 받지 못한다. 삼성전자서비스의 품질 지수 12년 연속 1위를 누가 성취해 냈는가? 바로 우리들이다. 콜센터 업무를 비롯한 출동 외근직, 민원접수 및 상담, 자재 업무 및 엔지니어, 고장수리 등 모든 업무들이 협력업체 직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1만여 명의 협력업체 직원들이 이룬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협력업체 직원이라는 이유로 성과급 배분에서 조차도 배제되는 실정이다.
* 본사 직원들이 구체적인 업무 지시와 노무관리를 해 왔다면 위장도급이나 불법파견의 문제도 클 것 같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분명하게 불법파견에 해당한다. 직원을 모집할 때도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일할 인재를 모십니다”라고 공고한다. 그리고 삼성전자로부터 기술 교육도 받는다. 그러나 배치는 협력업체에 한다. 협력업체 직원을 그렇게 모집한다. 명백하게 취업사기다. 사실이 그러니 누가 붙어 있겠는가? 3개월만 지나면 50% 이상이 퇴직하고 1년이 지나면 1명 정도 남을까 말까한 실정이다.
또한 협력업체 직원들의 출퇴근 관리도 본사가 직접해 왔다. 본사의 사번을 받고 본사 마크가 찍힌 근무복을 입고 일한다. 심지어 각종 휴가나 병가, 경조사 등과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도 본사에 보고되고 본사에서 관리한다. 본사의 직원들이 실재 관리자로서 그와 같은 업무를 처리하고 조회 등을 통해 구체적인 업무를 지시하기도 한다. 당연히 불법파견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해서 지난 6월 25일에 본사를 대상으로 한 진정서와 고발장을 접수했으며, 8월 6일에는 공대위(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고용 근절 및 근로기준법 준수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함께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도 진행했다. 본사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이를 외면함에 따라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본사가 단체교섭에 나서지 않을 경우 계속해서 법적 대응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노동조합을 출범시킬 당시 500여 명 이상이 가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적은 인원이 아닌데 어떻게 소통하고 규합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근본적인 힘은 분노와 배고픔이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본사의 비인간적인 처우와 근로기준법조차도 지키지 않는 무책임함에 분노가 표출된 것이다. 또한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열악한 임금수준과 빚을 내면서 까지 일해야 하는 현실적인 배고픔도 크게 작용했다. 모두가 분노와 배고픔에 시름하고 있었기에 힘 있게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체적으로 소통 공간을 마련한 것도 중요했다. 노사협의회 근로자 대표를 하면서 전국적으로 소통을 확대해 나갔다. 노사협의회를 통해 초과근무수당이나 주5일제 등을 얻어 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다른 지역의 동료들로부터 문의와 상담이 빈번하게 이루어졌고 자연스럽게 노동조합으로 뭉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연대단위의 힘도 컸다. 인터넷 공간에 ‘2013년 또 하나의 전태일 열사가 있습니다. 바로 삼성전자서비스 직원들입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외부 인사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글이 순식간에 확산되었고 도움의 손길도 넓어졌다. 이런 모든 요소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된 힘으로 작용했다.
* 삼성은 무노조를 경영 방침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시도가 있었고 노동조합을 무너뜨리기 위한 삼성의 탄압과 회유도 많았다. 삼성과의 싸움이 만만치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동안 삼성을 대상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하고자 했던 선배들의 힘과 눈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선배들께 감사드린다.
말씀하신 것처럼 삼성은 무노조를 경영 방침으로 정하고 있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노조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던 이병철 창업자의 노사관이 크게 작용해 왔다. 그러나 삼성은 일개 기업일 뿐이다. 대한민국의 헌법위에 군림할 수 없다. 헌법을 준수하고 근로기준법을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 6월 7일 신경영 선언 20주년을 맞아 삼성그룹 임직원에게 “100년 기업을 넘어 영원한 초일류 기업을 만들자”고 했지만 아무리 초일류 기업이라고 해도 예외일 수는 없다.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는 자유를 빼앗을 수는 없다.
특히 우리가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된 과정은 마치 민중봉기와도 같다. 큰 물결이 일어나는 이치와 마찬가지다. 누가 등 떠밀어서 노동조합을 결성한 것이 아니다. 분노와 배고픔이 우리를 한마음 한 뜻으로 똘똘 뭉치게 했다. 이것이 삼성이 어떠한 탄압과 회유책을 쓰더라도 우리를 무너뜨릴 수 없는 이유다.
또한 우리가 지금 주장하는 것은 그동안 잃어버린 과거와 현재의 권리일 뿐이다. 그동안 억눌리고 묵살당해 온 권리들을 노동조합을 통해 이제야 당당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을 결성한 이후 조합원들도 자신감과 승리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하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을 무너뜨리고 승리하는 사례를 만들고자 한다.
* 노동조합니 출범한 이후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 특히 초기 국면에는 조직력과 교섭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본다. 노동조합 출범 이후 변화돤 상황은 어떤가?
노동조합이 출범한 이후 조직력은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다. 500여 명 남짓하던 조합원도 불과 1개월 만에 1,500여 명에 이른다. 지금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전국 모든 지역에서 간담회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안정된 조직 체계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 과제이다. 조직력을 확대, 강화시켜 나가기 위한 조직 사업을 중심에 두고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중이다.
교섭은 조직력과 그 크기에서 형성되는 투쟁력에서 발현된다고 생각한다. 조직력 확대, 강화되면서 자연스럽게 교섭력도 형성될 것이다. 교섭력을 높이기 위한 투쟁 역시 중요하다. 따라서 본사가 단체교섭에 나서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조급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기다리지도 않을 것이다. 본사에서 제 발로 교섭테이블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본사를 교섭테이블에 앉히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시도해 나갈 것이다. 1인시위를 비롯한 진정, 고소, 고발, 근로자 지위인정소송은 시작에 불과하다.
* 지회장님 어깨가 무척이나 무거울 것으로 판단된다. 초대 지회장으로서 향후의 과제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당연히 그동안 억눌리고 묵살당해 온 우리들의 빼앗긴 권리를 되찾는 것이다. 그러나 조급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것을 생각하기보다는 노동조합의 기틀을 튼튼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미 뼈대는 형성했고 살을 붙여 나가는 일이 중요한 시기이다.
노동조합의 기틀을 튼튼하게 형성해야 과거와 현재의 권리를 넘어 미래의 권리를 얻어 나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이 힘을 상실하면 과거의 권리에만 집착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우리가 노동조합을 결성한 것은 과거의 빼앗긴 권리를 되찾는 것에 머물지 않고 미래의 권리를 얻기 위함이다. 노동조합을 통해 그 미래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집중해 나갈 것이다.
투쟁!!
월간『좌파』 제 5호 2013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