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생환위, 새만금 신공항 부동의 촉구 거리미사
천주교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이하 대전 생환위)가 24일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거리 미사를 봉헌하고 새만금 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부동의와 백지화를 촉구했다. 이날 환경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재보완하라고 국토교통부에 다시 돌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부 앞에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전주교구 사제단 등 45개 단체와 개인들로 구성된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의 천막 농성장이 있다.
이번 미사는 지난 10월 환경부가 국토교통부에 새만금 신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이하 환경영향평가서)을 보완하도록 했는데, 단 28일 만에 국토부가 부실하고 사실과 다른 보완서를 낸 데 따른 것이다. 생환위는 미사에 앞서 손팻말 시위도 진행했다.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가 24일 환경부 앞에서 새만금 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부동의와 백지화를 촉구하며 거리 미사를 봉헌했다. (사진 제공 =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개발 논리로 상처 입고 죽어가는 뭇 생명....
하느님은 무엇을 바라실까, 성탄의 기쁨 나누며 알려야
이날 미사를 주례한 김대건 신부(대전 생환위 부위원장)는 “성탄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여러 사람을 만날 텐데, 그때 이 자리에서 만난 하느님과 하느님이 바라시는 것이 무엇인지도 주변에 널리 알리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김 신부는 신앙인들에게 가장 큰 축제인 성탄절을 앞두고 전례와 성사에서 하느님을 체험하는 것 못지않게 삶의 현장까지 하느님 체험이 확장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우리 행동이 세상에 반향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포기하지 말고 끊임없이 의지를 펼쳐, 개발 논리로 상처 입고 죽어가는 뭇 생명과 이 땅의 회복을 위해 함께 기도하길 청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달도 안 돼 작성된 국토부 보완서가 얼마나 허술한지, 개발 논리로 이미 정해 놓은 것에 짜 맞추는 요식행위임이 빤히 드러난 상황에서 환경부의 결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 제2공항 반대 경험에서 희망을 봤지만, 가만히 있어도 이들이 움직일 것이란 기대치만 높으면 안 되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월 2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열린 '새만금 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환경부 부동의 촉구 전국 집회' 모습. (사진 제공 =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미사를 공동 집전한 정우석 신부(관평동 성당 주임, 생환위 위원)는 우리 편리함이 아니라 새만금의 수많은 생명을 지키고 그 생명들과 어떻게 상호보완할 수 있을지를 강조했다.
정 신부는 “하느님께서는 다양한 생명들이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하고 서로에게 봉사해야 한다고 불러주셨으니 응답해야 한다”면서 “우리 하나하나는 작지만, 나비효과처럼 한목소리, 한 발걸음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테니 각자 자리에서 생명을 선택할 용기를 청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동행동 김지은 공동집행위원장(전북녹색연합)은 “새만금 지역은 30년째 간척사업이 진행되면서 갯벌 대부분이 매립돼 도요물떼세를 비롯한 조류와 어류 대부분이 이미 사라졌고 얼마 남지 않은 생명들이 수라갯벌로 모여드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라갯벌은 새만금에 남은 마지막 갯벌이자 멸종위기종인 저어새, 흰발농게 등 수많은 생물의 마지막 생명 터전”이라면서 경제, 환경 등에서 새만금 신공항의 부당함을 설명하고 연대를 요청했다.
이어 석일웅 수사(작은형제회)도 “우리는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를 떠나 우리가 마음먹고 싸울 생각을 한순간 이긴 것”이라면서 “현장에 나온 이 순간 하느님나라를 구현하는 것이란 생각으로 지치지 말고 함께하자”고 말했다.
미사 전 진행된 손팻말 시위 모습. (사진 제공 =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새만금 신공항, 애초부터 환경 타당성 없는 사업
환경부는 지난 10월 20일 국토부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세계자연유산인 서천갯벌의 보존과 관리에 미치는 영향 ▲조류, 항공기 충돌 평가의 예측방식, 결과 등의 적정성 검토 ▲사업 예정지 및 인근 법정보호종 서식지의 보전 가치 평가 등을 보완하도록 했다.
국토부는 11월 17일 ▲신공항 사업이 서천갯벌의 보전과 관리에 미치는 영향이 없거나 미미 ▲신공항이 기존 군산공항과 가깝고 영향권의 90퍼센트가 중복돼 조류, 항공기 충돌 평가는 운영 중 공항 평가 모델(기존 공항 모델)이 합리적 ▲사업계획지구 내 흰발농게(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1개체 발견, 육지화 및 담수화로 개체군 유지에 부정적 영향 예상을 내용으로 하는 보완서를 환경부에 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전문기관의 검토 등을 거쳐 동의, 조건부 동의, 부동의 가운데 하나로 협의 내용을 결정하게 되는데, 이날 환경부는 보완서를 국토부에 다시 돌려보냈다. 부동의 결정은 신공항 사업계획이 관련 법에 어긋나거나 축소, 조정돼도 환경상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경우로, 사업 규모와 내용, 시행 시기 등이 전면 재검토된다.
공동행동은 20일 결의문을 내고, “수라갯벌 보존”, “새만금 신공항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사업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국토부가 환경영향평가를 신공항 입지에 대한 타당성 평가가 아니라 기존 공항 확장에 대한 사업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이는 심각한 오류라면서, “군산공항과 미군기지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하지 않았으므로 신공항 옆에 이미 공항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신공항의 환경 영향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새만금 신공항 예정지는 수라갯벌과 지척에 있고, 미군 소유인 군산공항과는 1킬로미터 남짓 떨어져 있다.
또 이들은 “전 세계적 철새도래지 권역”, “조류 유인 시설인 새만금호 인접”, “새만금호 해수 유통”이라는 수라갯벌의 입지 특성으로 환경영향평가는 근본적으로 보완될 수 없고, 신공항 건설은 애초부터 입지 타당성을 확보할 수 없는 사업이라고 본다.
이날 손팻말 시위와 거리미사 참가자들. (사진 제공 =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수라갯벌, 세계문화유산인 4개 갯벌과 같은 생태권역
공동행동은 여러 조사 결과를 들어 이번 국토부 보완서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위치추적기를 단 저어새(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를 통해 서천갯벌과 수라갯벌이 저어새의 주요 서식지라는 사실, 수라갯벌이 인천에서 번식한 저어새의 중간 기착지와 먹이 터이자 동아시아와 대양주를 잇는 철새 이동 경로의 핵심 기착지임이 확인됐다.
신공항 계획 부지에서 8킬로미터 떨어진 서천갯벌(충남 서천)은 고창갯벌(전북 고창), 신안갯벌(전남 신안), 보성-순천갯벌(전남 보성, 순천)과 함께 탁월한 자연적 가치로 지난 7월 세계자연유산이 됐고 모두 습지보호지역이다. 수라갯벌 역시 이들 갯벌을 잇고 있어 같은 생태권역인 셈이다.
공동행동은 “서천의 유부도가 만조가 되면 저어새와 도요새 등은 서천갯벌을 떠나 수라갯벌로 이동하므로 새만금 신공항 건설로 수라갯벌이 사라지면 서천갯벌 생태계에 악영향을 피할 수 없다”면서 “국제 멸종위기 철새들의 이동을 방해하고 주요 기착지가 사라져 철새들의 생존에 직접적 해를 끼치고 멸종이 빨라진다”고 설명했다.
신공항으로 인한 조류, 항공기 충돌 평가도 한국환경연구원(KEI)의 보완서 검토 의견은 물론 국토부의 조류 및 야생생물 충돌 위험 감소에 관한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
KEI는 보완서 검토 의견에서 “현재의 운항 편수를 볼 때, 군산공항의 조류 충돌 위험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고, 신공항 운영에 따른 충돌 위험성 증가로 국제적 보호종 등 새만금 조류생태권역에 대한 생태 환경적 부하가 높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 기준은 공항 주변 13킬로미터 이내에 조류 유인 시설 설치나 부적합한 토지 이용을 막고 있다.
국토부는 보완서에서 흰발농게가 1개체 발견됐다고 했지만 공동행동은 시민단체의 현지 조사 결과 확인된 것만 1만 개체라면서 “수라갯벌이 세계적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다양한 생물들을 부양하고 있고, 갯벌과 염습지로서의 정체성을 명백히 가지는데도 이를 부정하며 육지화 및 담수화 됐다고 규정하는 것은 버젓이 살아 있는 수라갯벌에 사망 선고를 내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공항 수요에 직접 영향을 주는 대규모 감염병 영향 등이 검토되지 않아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사업 목표 역시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신공항 건설로 미군기지가 확장되는 결과가 나온다면 중국과의 관계 악화 및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한다고 보고 있다.
한편 공동행동은 지난 10월 6일 환경부 앞에서 부동의를 촉구하며 천막 농성을 시작했으나 10월 20일 환경부가 기한을 정하지 않고 국토부에 보완서 제출을 요구하자 10월 27일 천막 농성을 잠정 중단했다가 국토부 보완이 부실함이 드러나자 12월 9일 천막 농성을 다시 시작했다.
천막 농성장에서는 세종기후행동이 천막을 지키며 환경부 공무원의 출퇴근과 점심시간에 맞춰 매일 손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