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피곤함 때문인지.... 정말로 푹 오랫동안 잤습니다. 시차로 인해 일찍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상외로 모닝콜을 듣고서야 겨우 일어났네요. 잠을 잘 자야 성지순례도 잘 할 수 있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묵은 숙소는 하이파에 있는 스텔라마리스라는 갈멜 수도원입니다. 경치도 좋고 다 좋은데..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조금 춥고 불편한 것들이 몇 가지 있네요. 편한 것만을 찾으려고 성지순례를 한 것은 아니지만... 이로 인해 약간의 콧물 훌쩍임이 생겼습니다. ㅋㅋㅋ (지금은 멀쩡합니다)
하이파는 엘리야와 연관된 곳입니다. 엘리야가 시종들에게 지중해 바다 위에 구름이 떠 있는지를 물어보지요. 바로 그곳이 여기 하이파라고 합니다. 그래서 엘리야가 기도했다는 돌 위에 성전을 세웠네요.
이제 카르멜산으로 이동합니다. 엘리야가 바로 이곳에서 바알 예언자들과 대결해서 승리했던 곳이지요. 혼자의 몸으로도 450명이나 되는 당시에 제일 잘 나가단다는 바알 예언자들과 대적했을 때, 두렵지 않았을까요? 그런데도 그는 450명을 거뜬히 물리칩니다. 바로 하느님 한 분을 굳게 믿었기 때문이지요. "주님이야말로 하느님이십니다." 우리가 늘 고백해야 할 말씀입니다.
이제 나자렛으로 이동합니다. 예수님께서 출생후 잠시 이집트로 피난했던 때를 제외하고는 태아에서부터 유년기를 거쳐 성년이 되기까지의 일생을 보낸 고향이지요. 이 역사적인 곳에서 저희는 우선.... 식사하고... 주님탄생예고 대성전에서 조금 떨어진 성 요셉 성당에서 '주님탄생예고 대축일' 미사를 봉헌합니다. 성모님과 요셉 성인의 굳은 믿음을 묵상합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 그러나 하느님의 뜻이기에 순명하는 그들의 믿음과 다른 저의 부족한 믿음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 뿐입니다.
이제 카나로 이동합니다. 바이런 시인이 이 카나의 첫 기적을 두고 이렇게 시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유명하지요.
"물이 님을 만나 얼굴이 붉어졌네."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우리는 주님을 만나서 언제 얼굴이 붉어졌습니까? 당연한 듯이 주님께서 다 알아서 내가 원하는대로 해줘야 한다는 기복적인 신앙만을 내세우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어떠한 설레임도 없이... 그래서 얼굴이 붉어지지 못하는 뻔뻔함을 갖춘 모습에 이제야 얼굴이 붉어집니다....
이 카나에서 3쌍의 혼인갱신식이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리고 성가정 이루시고 그 사랑 영원하시길 기도합니다.
첫댓글 가까이 다가 갈수록 저도 성지순례하는 기쁨, 행복함을 느끼는 시간입니다.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정성 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하는 모든 분들께도 피곤치 않도록 평화로운 쉼을 이루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