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보길도 노화도 신지도 완도 해남 다녀왔습니다 민박집이 너무 좋아 선전합니다
보옥민박
해남 땅끝 마을에서도 한참 배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는 보길도 땅끝 마을 보옥리, 후박나무 군락이 어우러진 뾰족산 아래 맑은 날에도 햇빛 한 줌 들지 않아 짙은 그늘 캄캄한 동백나무 숲에는 동백이 지천으로 떨어지고 마을 사람들이 손수 만든 의자에 앉으면 아침 안개 속에서 나락들락, 독도처럼 외로이 솟아 있는 치도를 돌아 밀려드는 파도가 쉼 없이 부서지는데 수박 같은 둥근 돌들이 둥글둥글 어울려 소리치는 공룡알 해변, 수세식 화장실을 일흔 넘은 아저씨가 새벽 같이 일어나 손수 빗자루에 물걸레 들고 청소하는 곳, 다른 곳에서는 여름 한 철 장사라고 몇 곱씩 받지만 사시사철 몇 년 전 금액을 올리지도 않고 받는 곳, 여주인 두툼한 손으로 마구 퍼 주는 손수 만든 반찬, 모두 섬에서 키운 나물이며 채소, 바다에서 뜯은 해초, 섬에서는 너무 귀한 참기름 덤뿍덤뿍 부어 솜씨 있게 척척 무쳐 내고, 완전히 자연산 열기며 놀래미, 전어며 돔, 가자미 멸치 꽁치 고등어 같은 고기를 찜이며 구이, 회까지 한 상 가득 내놓는 정이 넘치는데, 덤으로 보옥리 이장인 바깥주인 손수 가꾼 분재 구경은 온전히 공짜이니 밥 먹고 뒤뜰로 차 한 잔 들고 돌아가면 아름드리 거대한 화분에 섬에서 자라는 나무와 야생화까지 아우르는 수목원, 대문에서부터 안마당 거쳐 뒤뜰까지 발 디딜 틈 없이 소나무, 동백나무, 후박나무, 느티나무, 소사나무, 회화나무 분재들이 뒷산 암반 위에서 자라는 동백나무 숲까지, 소나무와 어우러져 하나의 거대한 수목원을 이루니, 그냥 소일 삼아, 수양하는 마음공부 삼아 나무가 나무같이 스스로 크는 만큼 돌봐 주는 정성, 대처에서 온 손님들이 사고 싶어 해도 아무 말 없이 웃으며 자식처럼 키우는 이장님, 수목 분재원 자랑 들으며 뒷산으로 오르는 뒷마당 높은 바위 언덕 평상에 앉아 치도며 동백숲, 뾰족산 바라보면서 세상만사 모두 잊고 그냥 푹 쉬었다가 가는 것 또한 행복 아니리 세상에서 버림 받았거나 막장 같은 세상에 절망한 사람이라도 여기와 삼복염천에도 시원한 바람이나 쐬고, 아침 일찍 뒷산에 올라 맑은 날이면 저 멀리 제주도가 보인다는 보옥리 앞 바다 망망대해에 다시 앞날을 그리다보면 세상일 지친 이들이 다시 힘을 얻어 가나니 오, 세상 무서울 게 무엇이리. 전화번호가 등록되어 있지 않아도 손님들이 인터넷으로 스스로 선전해 주니 아름아름으로 소문이 나 스스로 전화하고 찾아오는 사람만 받아도 방이 오히려 모자랄 지경이라 놀러온 대학생에게 배웠다는 안주인의 더듬거리는 다 낡은 컴퓨터 한 대뿐 아니라 이불이며 수건, 치약과 칫솔, 커피나 정수기, 늘 개방해 놓은 거실에서 마음대로 쓰게 하는 인심이 너무 좋아 식사 시간 끝나면 서울에서 회사 다닌다는 젊은 부부가 반찬 맛이 너무 좋다며 손수 설거지까지 도와주는 보옥민박, 여기 와서야 비로소 고산 선생이 세연정을 짓고 어부가를 읊은 뜻을 알겠네.
첫댓글 와~~~눈이,,,눈이 넘 아파요
글 보니 새삼스럽네요. 아깝게 찍은 새벽 풍경 사진 다 날리고 잃은 것만 가득하다 생각했는데 그래도 형님은 시 한편 건졌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