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협 홈페이지에 올라온 강연 정리입니다. 읽어볼만 한듯 해서 올려봅니다.
1. 승부조작의 정의
일단 승부조작의 정의부터 설명하겠다. 승부조작이란 선수, 감독, 심판, 또는 축구 관계자가 경기의 승부를 일정한 결과로 의도적으로 유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뜻한다. 스포츠의 본질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 최선을 다해야 하는 스포츠 정신에 정면으로 반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라 할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승부조작은 대가를 받지 않아도 범죄가 성립하고, 의도된 경기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범죄가 성립된다는 점이다. '나는 돈을 받지 않았으니까 승부조작에 관여한 것이 아니야. 원래 의도했던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니 승부조작은 아니야'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2. 승부조작의 유형
승부조작의 유형에 대해 내 나름대로 구분해봤다.
① 필수유형: 선수들이 승부조작 경기에 가담
② 확대유형: 선수와 지도자가 승부조작 경기에 가담
③ 최고 확대유형: 선수와 지도자에 심판, 그리고 협회나 연맹 관계자까지 승부조작 경기에 가담
④ 가중유형: 승부조작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경우
⑤ 악질유형: 금품수수 뿐 아니라 복권구입 또는 불법도박에까지 참여한 경우
3. 창원지검 사건의 핵심
K리그 15경기에서 승부조작이 일어났음이 밝혀졌다. 그 중 정규리그가 13경기, 리그컵 대회가 2경기였다. 15경기 중 8경기의 승부조작과 관련해 금품수수와 복권 구매까지 결부되었다.
또한 고액연봉 선수, 국가대표급 선수, 2군 선수 등 다양한 계층에서 광범위하게 관여했다. 선수들은 전직 축구선수나 선배(브로커)의 제의로 승부조작에 가담했다. 선수들은 300만원에서 2천만원을 수수했으나 그 배후의 전주(錢主)는 그 금액의 20배에서 70배까지 이득을 취했다.
이 배후세력들은 곧바로 선수들에게 접근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모르는 사람이 승부조작하자고 접근했을 때 선수들이 순순히 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수들과 친분이 있는 전직 축구선수나 선배들을 활용해 끌어들였다.
일단 한번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은 이들의 덫에 걸린 셈이다. 잘 모르고 가담한 선수들이 많지만, 한번 가담한 이상 전주나 브로커의 협박에 못 이겨 계속 범행에 가담할 수밖에 없다.
현재 프로연맹을 통해 자수한 선수들은 전원 구속하지 않고, 검찰에서 선처를 했다. 선수들 46명 중 10명이 구속됐고, 불구속으로 정식재판 회부된 선수가 33명, 벌금 기소된 선수가 3명이다. 상주 상무 소속 9명 중 3명이 구속됐고, 6명이 불구속으로 정식재판에 회부됐다.
또한 전주와 브로커 등 배후세력 총 17명 중 8명이 구속됐으며, 불구속으로 정식재판에 회부된 이가 3명, 지명 수배된 이가 6명이다. 지명 수배된 6명은 지금도 열심히 도망 다니고 있다. 우리는 반드시 이들을 잡을 것이다.
향후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이 자수할 경우 최대한 선처하되, 배후에 있는 전주나 브로커는 끝까지 엄벌할 것이다. 결국 이들을 뿌리 뽑아야 승부조작의 근원을 해결할 수 있다.
어쨌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무부는 KFA와 연계해 사전 교육을 체계적으로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4. 승부조작으로 성립될 수 있는 범죄
* 업무방해죄(형법): 어떤 경기라도 승부를 사전에 모의하는 경우
* 국민체육진흥법위반죄(국민체육진흥법):
- 복권 대상 경기의 공정성을 해친 행위를 한 경우
- 복권 대상 경기에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 요구, 약속한 경우
- 복권 대상 경기의 선수, 지도자, 심판, 경기단체 임직원 등이 복권을 구매, 알선, 양수하는 경우
* 도박죄(형법 등): 경기 결과에 연계된 불법도박에 관여한 경우
* 사기죄(형법 등): 승부조작에 관여한 선수 등이 복권, 도박을 통해 수익을 취득한 경우
5. 축구계 금품수수 구조의 원인
승부조작 못지않게 심각한 것이 금품수수다. 관행적인 금품수수는 승부조작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다.
① 심판
한번의 판정으로 선수와 학부모, 지도자에 큰 영향을 미친다. 법원으로 따지면 대법관과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흔히 지도자는 학부모에게 돈을 걷어 심판에게 로비를 한다. 목욕비나 교통비 등의 명목으로 심판에게 돈을 주는데, 이것은 잘못된 관행이며 범죄다. 경기의 공정성에 치명상을 가하는 결과를 야기한다.
경기가 끝난 후에 받았으니 결과와는 무관한 것이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분명한 범죄다. 그 심판이 이 한 경기만 보는 것이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 만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② 지도자
선수의 운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것을 무기로 선수의 학부모로부터 비공식적인 금품을 수수하거나 상급학교 지도자, 선수 이적 등과 관련해 비공식적으로 금품을 주고 받는 형태가 빈번하다. 분명한 범죄이며, 지도자로서의 청렴성에 반하는 행위다. 또한 학부모에게는 경기 승리를 위해서는 심판에게 로비해야 한다고 돈을 받아서 그것을 개인 용도로 쓰는 경우도 많았다.
③ 협회, 연맹, 구단 관계자
심판과 지도자 위에 있는 계층이다. 공적인 비용을 사적으로 유용하지 않고, 소속 선수, 구단 관계자로부터 비공식적인 금품을 주고받지 않는 문화의 정착이 필요하다.
6. 금품수수의 법적 처벌
* 배임수재죄(형법):
- 지도자가 선수(학부모)로부터 잘 부탁한다는 취지의 금품을 수수한 경우
- 심판이 당해 경기의 지도자로부터 목욕비, 교통비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경우
* 배임증재죄(형법):
선수(학부모)가 지도자에게, 또는 지도자가 심판에게 금품을 제공한 경우
* 업무상횡령죄(형법 등):
지도자가 선수 훈련 등에 사용해야할 돈을 관리하다가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경우
* 사기죄(형법 등)
지도자가 심판 매수비 등 여러 명목으로 선수 학부모로부터 돈을 받아서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경우
7. 축구인들이 반드시 기억해야할 사항
① 범죄인지 몰랐다고 해서 처벌이 면제되지 않는다.
-> 축구인들도 축구와 관련된 법률과 범죄에 대해 틈틈이 공부해야 한다.
② 지도자나 선배 선수의 지시에 무조건적으로 따라서는 안 된다.
-> 물론 축구 경기의 승리를 위한 전략, 훈련 등의 지시는 따라야 한다. 그러나 그 외의 지시를 무조건적으로 따라서는 안 된다.
③ 축구인 헌장 안에 모든 것이 다 있다.
-> 축구인 헌장을 보니 그 안에 모든 것이 담겨 있더라. 이것만 실천해도 축구와 관련된 범죄는 다른 세상 이야기가 될 것이다. 축구인 헌장을 차근차근 읽고, 구호만이 아니라 실천해야 한다.
④ 잘못된 관행, 국민들의 기대 수준이 조직내 변화보다 훨씬 높다.
-> 승부조작, 금품수수 뿐 아니라 지도자나 선배의 폭력, 금지약물 복용, 병역비리 등에 대해서도 더 이상 축구인 내의 문화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흔히 "폭력은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의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다"라든지, "한창 현역으로 뛸 나이에 군대에 가게 되면 선수생명이 위협받는다. 어쩔 수 없다" 등의 변명을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 축구계 내부에서는 이해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일 수 있지만,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는다. 축구계 밖의 기대 수준은 내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⑤ KFA, 연맹에서 심판, 지도자, 선수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과 현실에 맞는 매뉴얼을 만들어줘야 한다.
-> 법무부와 KFA에서 심판, 지도자, 선수용 교육 책자를 눈높이에 맞춰 개발, 보급해야 한다.
8. 연장전
대략적으로 설명을 했는데, 그 외에 몇 가지 이야기할 것이 있어 연장전이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① 민사, 형사 사건의 구분
- 우리나라 법률상 민사는 돈 문제, 형사는 범죄 문제로서 별개다.
- 범죄에 대해서는 고소, 돈 문제에 대해서는 소송제기를 해야 하고, 별개로 진행된다.
② 브로커 문화
- 축구계에서도 선후배의 인적인 문화보다 객관적인 실력 등에 대한 냉정한 문화가 필요하다.
- 승부조작 브로커, 부동산 브로커, 진학 브로커, 금융 브로커 등 한국에서는 브로커 문화가 판친다. 그 이유는 지식, 정보, 실력 등 객관적인 요소보다 인맥, 지연, 학연 등 주관적인 요소를 중시하는 문화 때문이다. 반드시 척결해야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