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문의 꽃이 철학이라면 철학의 꽃은 미학이다”
플라톤에서 헤겔까지, 그리스에서 한국까지
아우르는 미학개설서
BOOK & NOTE
‘BOOK & NOTE’ 시리즈는 책과 노트가 합쳐진 형태로 자신만의 메모와 설명을 추가할 수 있는 여유로운 공간과 함께, 하나의 꼭지를 이해하는 데 적당한 길이의 텍스트와 풍부한 도판을 제공하여 최선의 이해를 추구하는 일종의 교재이다.
그 세 번째인 『미학특강』은 미학의 정의와 범주, 플라톤에서 헤겔에 이르는 미학의 역사를 간명하게 제시한다. 여기에 더해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한국의 전통적인 예술사상과 미의식에 대한 논의도 소개한다.
미학특강
삶의 많은 가치들 중에서도 아름다움은 인간에게 가장 고유한 것이다. 특히 예술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은 인간이 개별적 존재의 한계를 벗어나 그 자신을 더 넓고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가교의 역할을 한다. 미학은 강렬한 감정의 환희부터 모든 것을 관조하는 지적 차원에 걸쳐 인간이 추구하는 모든 아름다움을 탐구한다.
미학은 일반적으로 어렵다고 치부되는데 이는 미학이 다루는 대상인 미와 예술을 이해하고 연구하려면 우리의 사유능력 중 이성적 부분만이 아니라 감성적인 부분 또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감성의 역할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인간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고, 거꾸로 감성의 작용을 깊이 연구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또한 사회와 역사, 문화, 종교, 윤리, 개인적인 기질과 특성 등 삶과 문화를 이루는 주요 부분에 대한 다각적인 해석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학은 인간의 모든 인식능력과 온갖 학문적 성과를 활용하는 통합적인 학문인 것이다. 학문의 꽃이 철학이라면 철학의 꽃은 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저자가 20여 년간 미학을 가르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모은 것으로, 대학 교양강의의 교재로 활용되고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1부에서는 미학을 공부하기 위한 기본적인 정의・범주와 가장 중요한 논의들을 다루었다. 2부에는 한국미학에 대한 내용을 담았는데, 이는 대학에 개설된 미학강의가 서양미학 중심으로 구성된 경우가 많아 한국미학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는 학생들의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3부는 미학의 역사이다. 고대에서 근대까지 서양미학의 큰 흐름을 따라 미와 예술에 대한 중요한 철학자들의 생각을 강의별로 정리했다. 독자들은 철학자들의 성찰을 따라가며 미와 예술을 바라보는 고유한 시각, 방법론, 주요 문제점들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머리말
[1부 미학의 중심문제]
제1강미학이란 무엇인가?
1. 학문으로서의 미학
2. 미에 대한 사색의 기원
3. 미의 원리로서의 조화와 비례
제2강자연미와 예술미
1. 미학의 탐구대상은 자연미와 예술미이다
2. 자연미란 무엇인가?
3. 자연과 예술의 관계
4. 정신의 관점에 본 자연미와 예술미
5. 예술을 통해 반영된 자연감정
제3강 미적 범주
1. 순수미
2. 특성미(성격적인 것)
3. 비극미
4. 희극미
5. 우아미
6. 숭고
제4강 추의 미학
1. 추는 미의 부정으로서 존재한다 : 로젠크란츠의 ‘추의 미학’
2. 실제와 이상의 관계에서 본 미와 추
3. 에코의 추의 역사
제5강예술론의 몇 가지 중심문제
1. 삶 속에서 예술의 의의
2. 기술과 예술
3. 미메시스 : 예술과 모방
4. 영감
5. 천재
6. 허구와 진실
[2부 한국의 미]
제6강 한국미의 주요개념
1. 한국의 문화와 미의식
2. 인간에 대한 미적 이상
3. 색채와 형태미
4. 한국미학연구의 주요개념
제7강한국의 예술미
1. 한국예술의 전반적인 특성
2. 음악에 나타난 미의식 : 예악과 신명사상
3. 춤과 연행에 나타난 미의식
4. 한국미술을 통해 본 미의식 : 고유섭의 한국미론
제8강 한국미술의 시대별 특성과 미의식
1. 선사시대 : 상징성과 강직한 추상화
2. 삼국시대
3. 통일신라 : 세련과 조화의 미
4. 고려 : 화려・고상한 아름다움
5. 조선 : 삶을 관조하는 ‘자연주의’의 미학
[3부 미학의 역사 : 고대에서 근대까지]
제9강플라톤의 미학
1. 미론
2. 예술론
제10강아리스토텔레스의 미학
1. 미론
2. 예술론
3. 미와 예술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
제11강플로티누스의 미학
1. 플로티누스 미학의 특징
2. 미론
3. 예술론
4. 플라톤의 미학을 새롭게 계승한 신플라톤주의 미학
제12강중세 미학
1. 중세미학과 예술론 개관
2. 아우구스티누스의 미학
3. 토마스 아퀴나스의 미학
제13강르네상스로부터 근대미학으로
1. 르네상스 미학과 예술론
2. 알베르티의 미학
3. 피치노의 미학
4 17세기의 미학
5. 18세기 영국과 프랑스의 취미론
제14강 칸트 미학
1. 칸트 철학의 체계 속에서 판단력의 위상
2. 미적 판단이란 무엇인가?
3. 미적인 것과 관련된 주요 개념들
제15강헤겔 미학
1. 정신적인 것을 감각적으로 드러내는 예술
2. 헤겔 미학의 중심 내용
3. 예술미의 특성
4. 예술을 통한 인간의 표현
5. 역사철학적 관점에서 본 예술형식의 전개과정
6. 예술의 3형식
7. 헤겔 미학의 평가와 비판
색인
[책 속에서]
예술미를 중요시했던 헤겔 같은 미학자는 자연을 아직 정신이 깃들어 있지 않은 존재의 원리로 파악하는데, 이러한 원리에 의하면 자연의 아름다움은 오로지 우연적으로만 생겨난다는 것이다. 또 그는 자연미에는 아름다운 것과 아름답지 않은 것의 구별이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미학의 대상으로는 예술미가 더 적합하다고 보았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이를 관조하는 인간 정신이 삼투된 것이어서 자연미는 자연 자체로부터 유래되었다기보다는 사실상 정신으로부터 유래되었다고 보았다.
‘미학의 탐구대상은 자연미와 예술미이다’(p.32)
이 자연의 원리란 자연대상 속에 내재되어 있는 예술가의 이념Idea이자 형상Form이다. 플로티누스는 두 덩어리의 돌을 비교했다. 하나는 자연 그대로의 돌이며 다른 하나는 예술가에 의해 조각된 돌이다. 조각된 돌은 원래 그러한 형태를 갖지 않았는데 예술가가 변형시킨 것이다. 만들고자 하는 형태를 구상하여 그것을 돌에 옮겨놓은 사람은 예술가였다. 이 돌의 모양은 자연으로부터 모방된 것이 아니라 예술가의 이념으로부터 유래된 것이다. 내적인 형상의 미는 돌에 옮겨져 외적인 형태로 드러났다. 플로티누스는 기원전 5세기의 그리스 조각가 피디아스의 유명한 제우스상이 자연의 외적 재현이 아니라 조각가의 머릿속에 있는 형상이 돌에 옮겨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술은 보이지 않는 자연의 원리와 형상을 모방한다’(p.37)
비극미에서는 가치있는 것이 부정되는 데 대해 내면적인 저항감정이 일어나 인간가치의 진정함을 보다 깊이 체험할 수 있는 데 반해서, 희극미에서는 추구하던 가치가 돌연히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는 공허함이 체험되면서 일종의 유쾌한 놀라움이 수반된다. 요컨대 희극미는 이상과 실재 간의 모순이 주체의 관조적이고 유희적인 태도에 의해 극복되면서 발생하는 미적 쾌감이라고 할 수 있다.
‘희극미’(p.54)
칸트 이후 전개된 낭만주의 예술에서는 숭고의 감정이 더욱 부각되었다. 특히 낭만주의 풍경화에서는 숭고감으로 표현되는 인간의 자연감정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숭고’는 측량할 수 없는 자연의 크기와 위력 앞에서 느끼는 감탄과 외경의 감정으로서 우리 정신에 무한한 것의 이념을 환기시킨다.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와 같은 화가는 이러한 감정을 인간이 자연을 대면하고 있는 대담한 형식의 풍경화를 통해 적절히 표현해 냈다. 특히 그의 회화는 20세기 미술에서 더욱 중요해진 숭고의 표현을 선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즉 그의 풍경화에 나타난 미적 정서를 현대예술에서의 숭고감과 연결시킨다면 그것은 단지 측량할 수 없는 자연의 크기와 위력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신비감만이 아니라 그가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했다는 점에서이다.
‘낭만주의 예술에서의 숭고’(pp.62-63)
사물에서는 미적 가치가 바람직하되 필수적이지는 않은 데 반해 예술작품은 반드시 미적 가치를 지녀야 한다. 그러므로 예술작품의 다른 가치, 즉 교육・윤리・인식적 가치들은 미적 가치를 전제로 한다. 예술에 대한 이상은 어떤 숙련된 경지에 대한 막연한 관념이 아니라, 언제나 현실의 예술적 반영원리들(예컨대 리얼리즘적, 낭만주의적 등)을 내포하는 관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이상과 합치되는 작품에서는 미를, 이상과 모순되는 작품에서는 추를 느끼게 된다.
‘예술 속의 미와 추’(p.77)
고대 그리스에서 미메시스는 원래 연극이나 무용을 통해 내적 성격과 정서를 표현하는 것을 의미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미메시스를 극예술에 적용하면서 표현 및 성격의 재현이라는 미메시스의 옛 의미를 충실히 계승했다. 그는 미메시스를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했다. 즉 한편으로 미메시스는 실재의 재현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실제 감정의 자유로운 표현이라는 것이다. 전자는 플라톤적인 의미이고 후자는 피타고라스 학파의 의미인데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두 가지 의미를 모두 고려함으로써 이전까지 내려오던 미메시스 개념의 복잡한 역사를 마무리지었다.
‘미메시스(모방)로서의 예술’(p.193)
[저자 소개]
지은이 이주영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와 동대학원 미학과를 졸업했고 베를린 자유대학 철학과를 수학했다.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루카치 미학연구: 미메시스의 문제를 통해 본 예술과 현실의 관계」(1996)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홍익대, 한국예술종합학교, 고려대 등에서 강의했으며 홍익대 겸임교수, 서원대 전문연구교수 등을 거쳤다. 저서로 『루카치 미학 연구』(서광사, 1998), 『예술론특강』(미술문화, 2007)이 있고 『루카치 미학』(1권) 등의 역서가 있다. 근래에는 학술진흥재단의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현대예술론에서 재현의 문제, 한국근현대미술의 미의식과 관련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서원대학교 미래창조연구소에서 한국적 미의 고유성을 서양의 미적 사유와 비교하며 재조명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