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라는 말보다는
흠집이란 말이 더 아늑하다
마음에, 누가 허락도 없이
집 한 채 지어 놓고 간 날은
종일 그 집 툇마루에 걸터앉아
홀로 아득해진다
몇 날 며칠
부수고 허물어낸 빈터에
몇 번이고 나는,
나를 고쳐 짓는다
-『김포신문/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2023.05.02. -
흠집의 사전적 정의는 물체가 깨지거나 찢어진 자리를 말한다. 흠집을 (집)으로 보는 시인의 시각이 예리하다. 내 시선이 아닌, 타인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흠집이라는 집 한 채, 어쩌면 그 흠집은 상처라기보다 반성의 공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치 함석헌 시인의 골방처럼 그 흠집에 조용하게 앉아 몇 번이고 나를 고쳐 지을 수 있는 세상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골방과 같은 흠집. 부끄러울 것도, 아쉬울 것도, 미련도, 기대도 없는 집. 홀연히 내가 나를 불러내 조곤조곤 이야기 나눌 곳에 흠집투성이의 내가 매일 보수를 하고 있다. 일평생 보수하더라도 흠집은 여전히 흠집이다. 그래서 사람 냄새나는 집이다. 흠이라는 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