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산이 식도 내로 역류하여 불편한 증상을 유발하는 '위식도 역류질환'. 속쓰림, 소화불량 등의 불편한 증상은 물론, 지속될 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적절한 치료가 중요한 질환이다.
위식도 역류질환의 치료법으로는 생활습관 개선과 더불어 약물치료가 흔히 사용된다. 약물 중에서는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양성자펌프 억제제(Proton pump inhibitor, PPI)가 자주 사용된다. 이는 위식도 역류질환 진단과 치료에 많은 영향을 준 약제로, 현재 가장 효과적인 약제로 평가받고 있다.
위식도 역류질환의 경우 약 4~8주간 PPI를 복용하면 증상 완화를 기대할 수 있지만, 비만, 과식, 흡연, 과도한 음주나 커피 섭취 등 생활습관의 개선이 없으면 만성적인 경과를 보여 장기간 복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PPI의 장기복용을 경고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PPI 장기 복용이 위장관암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PPI 장기간 복용, 위장관암 위험성 높여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명승권 교수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25건의 코호트 연구결과를 종합해 메타분석을 시행했다. 그 결과, PPI를 복용한 사람들은 복용하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식도암, 위암, 간암, 췌장암 등 위장관암의 위험성이 약 2배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위장관암 중에는 대장암을 제외하고 위암, 식도암, 췌장암, 간암, 담낭 및 담관암 등 대부분의 위장관암의 위험성이 유의하게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복용기간이 1년 이하의 경우, 위장관암의 위험성이 약 5배로 높았고, 복용기간 3년까지 약 1.7배 높아졌다.
명승권 교수에 따르면 PPI가 위장관암의 위험성을 높이는 생물학전 기전이 몇 가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험실 연구와 동물 실험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PPI는 위와 십이지장에 존재하는 G세포를 자극해 가스트린이라는 호르몬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혈중 가스트린의 농도가 높아지면 위점막 세포에 존재하는 특정 수용체를 자극해 암 발생을 촉진할 수 있다. 이에 덧붙여 명승권 교수는 “PPI는 위장관내 세균집락형성을 증가시켜 발암가능물질인 니트로스아민이 증가해 위장관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명승권 교수는 이번 결과에 대해 위장관암이 진단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슴 쓰림 등 위장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에 PPI를 복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런 경우 역인과관계에 해당하는데 즉, PPI를 먹어서 암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암이 먼저 발생한 상태에서 증상이 나타나 약을 먹은 것이기 때문에 PPI가 암의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명승권 교수는 “관찰연구인 코호트 연구보다 더 높은 근거 수준을 제공하는 무작위비교임상시험을 통해 이번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윤리적인 문제로 임상시험을 시행하는데 많은 제한점이 있어, 현재로서는 PPI 사용을 줄이기 위해 위식도 역류질환의 원인이 되는 잘못된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국립암센터국제암대학원 대학원생 티엔 황 쩐(Tien Hoang Tran)이 제1 저자로, 명승권 대학원장이 교신저자로 참여해 지난달 20일, 종양학 SCIE 국제학술지인 ‘옹콜로지 레터즈(Oncology Letters)’에 온라인 출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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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 |하이닥 건강의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