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 몬스터 – Cut
이십대대 나의 영화 취향은 대단히 독설적이고 이기적이었다.
절대 혼자 볼 것과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봐야 하는 고집센 계집애였다.
적어도 이십대의 난 말이다. 사실 삼십대에 와서도 상당히 유연해졌다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여전히 영화에서 만큼은 고집스러웠지만...
어느날 지루하디 지루한 3시간 짜리 영화를 묵묵히 함께 봐주던 이가 있어 더욱 너그러워졌다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적당히 착한 영화(?)들을 보면서 눈물도 찔끔거려주는 만용을 부리기도 했었다.
<쓰리 몬스터>.
예전 같았으면 득달같이 달려가 봤을 영화지만, 최근엔 그렇게 센 영화들을 보고나면
(울 엄마 표현을 빌리자면) 꿈자리 사나울 것 같아 모르는 척하고 있었다.
간이 콩알만해 질 만큼 덜덜 떨리게 공포스런 영화들을 보며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던 내가 이젠, 콩알만해 진 간을 용써서 다시 추스리는 것이 힘들고 귀찮아서 였던 것이다.
어찌 어찌해서 그리고 마음 허한 12월의 어느 밤 드디어 열어보았다.
물론 타란티노가 뿌려주는 핏빛 파노라마에 열광하기 때문에 그를 닮은
박찬욱의 단편이 궁금했었다. <올드 보이> 를 보고나서 ‘자랑스런 영화’라고 시상식장에서
소개했던 만큼 이 영화를 보고서도 무척이나 자랑스러웠으리라.
박 감독, 타 감독과 많이 닮았다.
아! 이 영화는 무척 짧다. 그래서 좀 아쉽다. 그래서 여운이 남는다. 그래서 재밌다.
착해서 싫단다. 캬~ 난 정말 TV 드라마를 보면 착한 넘들이 잘되는 것 정말 싫다.
착한 넘이 사랑하는 사람과도 잘되고 결국에 사업이나 뭐 그런 것 들도 다 성공한다.
좀 나쁘고, 성질드럽고, 공부 좀 못한 넘들은 더 악랄해지고 더 밑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진다.
일례로 올해 최고의 드라마라 불리는 <파리의 연인>에서 수혁(이동건)이
“왜 내 사랑도 이렇게 아픈데 사랑이 아니라고 하는거야. 왜 내 가슴이 우는 건 못 보는거야”
라고 울부짖는다. 맞다. 그거다.
그래서 이 영화는 공포스럽지만 재밌다. 특히 임원희의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곁들인
모든걸 다 가진 자(者), 세상에 대한 반항의 제스처가 극과 극의 상황을 절묘하게 보여준다.
은혜도 모르는 천하의 몹쓸 놈이라면 당연히 살벌한 억양의 전라도 사투리로 욕을 해대거나,
단순무식함이 주르르 흐르는 경상도 사투리가 투박하게 쏟아져야 한단 말이다.
박찬욱 감독이 시나리오를 쓸 때 임원희를 염두에 두고 썼다 할 만큼 이 영화는
(분명히) 임원희의 영화다. 그의 않 생기고, 않 매끈한 몸 그 자체가 이 영화의 핵심이다.
순해보이는 그가 내리치는 도끼질은 그래서 더더욱 공포스럽다.
피아노의 파열음이 들릴 때 마다 내 심장이 오그라들고 그의 눈을 똑 바로 처다 볼 수 없게
만든다. 그에 비해, 영화의 대립 관계를 팽팽하게 끌어 당기고 있는 이병헌의 연기는
2% 부족하다. 어디선가는 이병헌의 연기를 가르켜 부드러운 감성 멜로
(중독,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의외라고…
눈빛 연기가 압권 이랬던가 그러더라. (정확히 모라 평했는지 잘 기억안난다)
기실 이병헌이 연기밥이 몇 년인데 여적 그대로면 숟가락 놔야지 않그런가 말이다.
착한 이면에 숨겨진 그의 몬스터가 드러나는 장면에서 리딩 만큼은 기차다.
좀더 말랑말랑하면서 좀더 애절하고 또한 교활해지는 극의 반전을 이끄는 힘이 부족하다.
누구 강혜정? 글쎄… 매달려 있느라 수고했다. 스물 넷의 적은 나이에 그녀의 필모그레피를
보면 기가차다. 누가 여배우 기근이라 하는가? 칸에 다녀와서도 결코 매스컴이나 상업주의에
휘둘리지 않고, 꿋꿋하게 서야 할 자리를 지키는 그녀가 있는데.
“죽여! 죽여버려!!!” 피아노 고음같이 카랑카랑하고 ‘쩡’하게 울리는 그녀의 대사 만으로,
조금 웃으며 그리고 의자에 깊숙이 파묻혀 보던 자세를 바로잡고 화면을 똑바로 응시하게
만든다. 저 여자 풀려나면 두 남자 그 자리에서 죽겠다 싶다.
아! 이 영화에서 결코 빼 놓을 수 없는 등장 인물이 있으니 염정아다.
예쁜 얼굴 믿고 참 오래 버틴다 싶었는데, 김지운과 박찬욱이 참 잘 써 먹는다.
별로 내세울 것 없는 연기력 보다는 그녀가 가진 장점을 듬뿍 살려서,
예쁘고 나른한 팜므파탈로 영화의 도입부를 멋지게 장식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도입부가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든다.
타란티노가 이 영화보면 꼭 염정아를 캐티스팅 하고픈 맘이 들것만 같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드는 의문 하나. 도대체 그 아이는 누구냔 말이다.
분명 이병헌이 아이의 목을 졸라 아이의 숨이 넘어가고 가발이 떨어지고… 하면서의
임원희 표정은 분명 아침에 도저히 자신이 못 죽였던 아들을 바라보는 표정이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좋다.
뭐라 생각하든 관객의 몫이며, 뭐(라 생각하)든 상관 없다는 뜻이겠지.
이 영화 보고나서 구토하며 뛰쳐나간 사람들이 있단다. 뭐 이런 드런 영화 만들었냐고 무지 욕하더라. 그럼 착한 영화나 보지… 뭐 하러…
어떤 영화?
<쓰리 몬스터>는 세 명의 천재 감독들이 ‘호러’ 즉 공포라는 한 장르의 영화를 각기 다른 개성으로 연출할 옴니버스 영화다. 한국의 박찬욱, 중국 유위강, 일본의 미이케 다케시 감독의 장편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하고 남다른 시선을 느낄 수 있다.
segment 1 - Cut (감독 박찬욱 / 이병헌, 임원희, 강혜정)
능력 있고, 부유하고, 착하기까지 한 남부러울 것 없는 인기 영화 감독 류지호.
어느 날 그의 집에 괴한이 침입했다. 감독은 자신의 집과 똑같이 만든 촬영 세트장에
갇히게 된다. 감독을 착하다는 이유만으로 납치한 괴한은 그의 아내를 피아노 줄로 꽁꽁
묶어 놓은 채, 길거리에서 데려온 아이를 죽이지 않으면 아내의 손가락을 자르겠다고
협박한다. 아내의 손가락이냐, 아이의 목숨이냐...
이제, 감독은 끔찍한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데...
감독으로 분한 이병헌은 이해할 수 없는 공포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등장 인물의 진지함이 오히려 관객을 웃게 만든다.
심각한 상황에서 허를 찌르는 대사와 행동으로 웃음을 유발하고,
그 웃음이 역으로 상황의 공포를 증폭시키는 특이한 호러.
첫댓글 난 공포영화 너무너무 시러시러~~ 절대 안봄...
드디어 봤군.. ^^
나도 보고싶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