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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2만 원만 보내주세요.”
아들의 마지막 말은 유언이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인천 남동공단 일대에서 일하며 마련한 보증금으로 구한 빌라가 생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전세 9000만 원짜리 빌라에 걸린 근저당은 그 두 배인 1억8000만 원이 넘었습니다. 집은 임의경매에 넘어갔고,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최우선변제금을 받는다고 해도 피해자가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3400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4월14일 숨진 스물여섯 살 청년의 지갑에는 현금 2000원이 전부였습니다.
사흘 뒤인 4월17일 또 다른 청년 한 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전 국가대표 육상 선수였던 그는 전세 사기 수습을 위해 전전긍긍하는 와중에도 숨지기 직전까지 출근을 성실히 해왔습니다. 정부가 그에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는 수도 요금 미납 독촉장이었습니다. 그보다 앞선 2월28일에 숨진 청년이 남긴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전세 사기 관련) 정부 대책이 굉장히 실망스럽고 더는 버티기 힘들다. 저의 이런 결정으로 이 문제를 꼭 해결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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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의 공통점은 딱 하나였습니다. 모두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대규모 전세 사기를 벌여 구속된 남 아무개씨(61) 일당이 보유한 빌라에 전세로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4월18일 전세 사기 피해자와 65개 시민사회단체는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4월21일 시사IN 유튜브 〈금요시사회〉에서는 2018년부터 전세 사기 사건 취재를 이어온 김동인 기자가 출연합니다. 김 기자는 5월 이후 HUG의 전세보증반환보증 기준 하락(기존 공시가 140%→126%)이 예정된 만큼 깡통 전세 문제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김 기자와 함께 전세 사기를 유형별로 정리하고, 관련 정부 대책에 실효성이 있는지 점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