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래간만에 다시 영화를 리뷰해 볼 까해요.
물론 언론영화이구요. 알란 J 파큘라 감독이 1976년에 만든 워터게이트 사건을 주제로 한 영화입니다.

일단 이 영화는 '재밌다'며 추천할 영화는 아닌 것 같아요. 뭐 그 시절에 봤다면 모를까... 1976년작이라 세련미가 좀 떨어져요. 구성도 요즘에 비해 칙칙하구요. 전 개인적으로 밥 우드워드 기자를 연기한 로버트 레드포드와 칼 번스타인 기자를 연기한 더스틴 호프만이 좀 나이들어 보여서 캐스팅에 약간 실망이었어요.
영화를 찍을 당시 로버트는 마흔살, 더스틴은 서른 아홉이었는데, 밥 우드워드 기자는 스물 여덟살, 칼 번스타인은 스물 일곱살인가 그랬거든요.
워싱턴 포스트의 신참기자들의 열정을 보여주기엔 로버트 레드포드가 좀 나이가 많게 보이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또 감독이야기를 안할 수 없죠.
고(故) '알란 J 파큘라'는 1928년생이니까 이 영화를 찍을 당시 48살 쯤 됩니다. 중견 감독의 나이지만 전작은 두어편 밖에 없어요. 주로 파라마운트 제작부에서 일을 했나봐요.
워렌비티 주연의 '암살단'에서 기자를 다룬 영화를 찍고 어느 정도 평단의 칭찬을 받을 때, 이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한 시나리오가 내려옵니다. 여기에 로버트 레드포드가 관심을 가지게 되어 공동제작을 하게되었답니다.
전 이 감독의 영화를 몇편 봤는데 1990년작인 '의혹'이라는 영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고품격 법정스릴러라는 장르였구요. 해리슨 포드와 그레타스카키의 불륜치정극인데, 다소 느리지만, 차분히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위의 첫번째 사진은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에서 워싱턴포스트의 편집국장이었던 벤 브레들리 역을 맡았던 제이슨 로바즈 구요. 아래 사진은 '더 포스트'에서 벤 역을 맡았던 톰 행크스입니다. 둘 다 포즈가 비슷하죠?
오래된 영화를 지금 다시 보려면 약간의 지루함이 있을 수 있는데요. 저런 것 비교해서 영화를 보면 한층 영화를 보는 묘미가 더해질 것 같습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워낙 유명한 사건이죠.
1972년 6월 12일, 워싱턴 D.C의 워터게이트 호텔내부에 민주당사무실이 있었는데, 이곳에 정부쪽 사람들이 도청을 하려다 들킨 정치스캔들입니다.
영화의 시작은 1972년 6월 1일이라고 빈 종이에 타이프를 찍으면서 시작하는데 이 타이프소리가 마치 총소리처럼 공격적입니다. 언론인들이 쓰는 타이핑은 그냥 글쓰는 일이 아닌 총을 휘두르는 것이다라는 느낌을 받게 하죠.
6월 1일 리처드 닉슨은 미의회에서 연설을 합니다. 이 영화의 첫 장면은 닉슨이 환호를 받으며 만면에 미소를 띤 모습을 크로즈업하면서 시작하죠.

그리고 워터게이트 사건이 일어나고, 워싱턴 포스트는 그 사건을 밥 우드워드라는 어린 신참기자에게 맡기죠.
지금에야 이것이 거대한 정치스캔들이었지만, 포스트에서 밥에게 사건을 맡길때만해도 이것은 단순한 5인조 절도범 사건에 불과했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취재를 나갔던 밥은 절도범들이 100달러짜리 지폐뭉치를 가지고 다니며, 고급 변호사를 쓰는 그 절도범이 수상합니다.
게다가 취재도중 '하워드 헌트'라는 백악관 참모진의 이름이 등장하면서 그들은 이 사건이 단순한 절도사건이 아닌 정치스캔들이라는 것을 예감하게 됩니다.

칼 번스타인과 밥 우드워드는 약간 스타일이 다릅니다. 밥은 신중하고, 약간 서툴지만 배려있는 반면 칼은 거침이 없습니다. 정부 관계자와 헤어진 여자기자에게 사건의 실마리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접근해보라는 말도 서슴없이 하며, 여자를 유혹하는 척 정보를 캐는 것도 꺼리낌이 없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더스틴 호프먼이 연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39살인데도 마치 이십대 중후반처럼 젊어보이기도 하구요.
그러나 사건은 좀처럼 잘 풀리지 않습니다.
사건의 실마리를 한가닥 풀면 또 한가닥의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의 연속입니다. 정치권력에 의해 막히고, 신중하자는 벤 국장에게 막힙니다.
이때 딥 쓰로트(Deep throat)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몇가지 실마리를 풀어주죠.
실존 인물인 Deep throat는 이 영화가 나온지 30년이 지나도록 그 정체를 모르다가 2005년 당시 FBI 부국장이었던 마크 펠트라는 것이 확인되면서 큰 화제가 되었지요.

영화의 중반 이후, 시간은 1974년 1월이 되고, 리처드 닉슨은 워싱턴 포스트의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한 몇가지 기사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재임에 성공하게 됩니다.
이 장면이 명장면인데요. 왼편에는 TV가 놓여있고, TV에서는 닉슨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보도가 나옵니다.
그런데 오른편에는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이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미국 최대의 거대권력이 전혀 흔들리지 않았건만 그 거대권력의 재확인에도 불구하고 젊은 기자들 역시 전혀 흔들리지 않고 기사를 씁니다.

영화의 마지막은 닉슨이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고, 기자들은 계속 맡은 기사를 쓰면서 끝이 나죠.
딥 쓰로트는 좀 더 내밀한 정보를 제공하고, 벤 브래들리는 이 젊은 기자들을 믿어주고, 밀어줍니다.
그리고 젊은 기자들은 또 취재하고 기사를 쓰죠.
이 영화는 언론 영화의 교과서라고 불리우는데요.
이 영화의 끝나지 않는 결말의 처리는 한참 후에 '스포트라이트'에서도 여전히 계속 됩니다.
언론 영화는 성과가 목표가 아니고, 진실이며, 진정성이라는 결론을 이끌죠.
그러나 1974년 8월 결국 닉슨은 탄핵을 당할 시점에 스스로 옷을 벗습니다.
저 젊은 기자들이 만들어낸 기적같은 언론의 승리였죠.

Epilogue. 닉슨
저리톡 25화는 울 강유정 교수님이 게스트로 출연해 처음으로 얼굴을 비춘 방송이었는데요, 언론관련 영화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정준희 교수님의 추천작 '프로스트 VS 닉슨'에서 닉슨에 대한 이야기를 했죠.
헐리우드에서 가장 많이 영화에 출연한 대통령으로도 유명한데요. 링컨, 케네디, 루즈벨트 등 기라성 같은 대통령을 제치고, 닉슨이 제일 많이 등장한 것은 그만큼 워터게이트 사건이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염원이 잘 반영된 것이기에 그렇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사실 닉슨은 공헌도 참 많이 있는 사람입니다. 베트남전쟁을 종전하게 만들었고, 중공과 소련과의 대화도 시도해서 냉전 해소에 이바지하기도 했죠.
닉슨은 50년대에 아이젠하워의 부통령을 지냈고 61년에 네살이나 어린 풋내기 케네디에게 대선에서 패배합니다.
케네디 암살이후에 린든 존슨에게는 대선에서 조차 붙어보지 못하죠.
절치부심 끝에 69년에 당선되나 재임이 되고도 7개월 만에 스스로 옷을 벗어야 했던 비운의 대통령입니다.
그리하여 박근혜 탄핵 당시, 많이 회자되기도 했죠.
원칙과 정의가 살아있지 않은 민주주의는 그저 허상일 뿐이겠죠.
잘 한번 생각해보시죠. 더불어민주당이 모든걸 잘하는 건 아니지만, 모든 원칙과 정의를 부정해버린 자한당과의 비교는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자한당은 지금부터 원칙과 정의를 만들어갈 때입니다. 말장난과 중상모략으로 정권을 잡을 수 있는 시기..
아쉽게도 1974년 이후로 끝났습니다.
첫댓글 잘 생긴 로보트 래드포드다,,,,,연기 잘 하는 더스틴 호프먼이네유...이 배우들은 좀 아니 다행???ㅎㅎㅎ
강유정교수님만큼 영화 리뷰 잘 쓰네유,,,영화 다 본 것 같아유,,,찾아서 봐야겠네유,,,ㅎㅎㅎ
찌치뽕
@깨시오 ㅎㅎ 찌찌뽕 자매님들...
비오는 밤이에요. 일찍들 주무시길~
@천상의빛 못잡니다 ㅋ
@천상의빛 천상님 어디에서 뭐혀????연락바람...ㅎ
재미있게 봤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난 건, '탐사 저널리즘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겠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언급해 주신 것처럼 영화에서 가장 잘 보이는 부분은 이 영화는 소리에 굉장히 집중을 했겠구나였습니다. 전화소리나 사각거리는 연필소리와 종이 넘기는 소리가 잘 들렸습니다. 도서록을 뒤지는 장면에서 점점 올라가 도서간 전체가 올라가 보이는 부분도 좋았고요.
그리고 말씀해주신 것처럼 마지막 장면.. 축포가 울리는 내내 울리는 타자기 소리는 정말 명장면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재미 포인트는, 밴 브래들리 국장이었습니다. 좋은 데스크의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재미 포인트는, 밴 브래들리 국장(이 영화와 더 포스트에나오는)의 아들이 나중에 영화 스포트라이트에 나오는 밴브래들리 주니어 보스턴글로브 부국장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이건 다른 방송에서 보았던 내용입니다) 좋은 소개 감사드립니다.
맞아요. 좋은 데스크는 언제나 부럽습니다~~
ㅋㅋ 아.. 진짜 스포트라이트 벤 부국장 보고.. 소름이 돋았어요! ㅋ 멋진 정보였네요.
@천상의빛 미국이 가진 저널리즘의 역량, 그리고 영화를 만든 제작진 분들의 힘이 참 대단했다. 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 영화가 실제 벌어진 사건과 별반 시간의 차이가 길지 않았으니까요. 지금이야 미국 저널리즘에 대한 말이 많지만요.
영화의 톤도 더 포스트와 비슷해서인지 저보다 연세가 많은 영화임에도 안 힘들었습니다. 그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님의 힘이셨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부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