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2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리그컵 준결승 경기를 위해 홈구장 Huish Park 를 들어서는 우리 선수들의 표정은 긴장으로 어느 때부터 더 굳게 일그러져 있었다. 오늘 나는 언제나 늘 그래왔듯이 빠른 선수들을 이용한 4-4-2전법을 내세웠고, 상대는 최전방 공격진에 3명의 공격수를 기용한 4-3-3 전법을 들고 나왔다. 상대는 역시 베스트 멤버가 아니었지만, 하지만 맨유가 어떤 팀이던가... 베스트 멤버가 아닌, 2진급 선수들로만 팀을 꾸린다 해도, 왠만한 리그 중상위 팀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수 있는 선수층을 보유한 그들이 아닌가...
이런 맨유의 스쿼드를 한번 살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최전방 3탑에는 솔샤르, 헨릭 라르슨, 디에고 포를란... 미들에는 베컴, 로이킨, 니키 버트, 수비에는 오셰아, 쿠푸르, 실베스테르, 개리네빌.. 골키퍼에는 바르테즈.... 어디 2진이라 좋아하기에도 뭣한 가히 막강의 스쿼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전반 내내 주도권은 역시 우리팀이 아닌 맨유쪽에 있었다. 그들은 번번히 우리의 4백 수비라인을 뚫고 결정적인 슛찬스를 맞이 했으며, 우리는 한번씩 골문과는 상관없는 방향으로의 슛만을 때릴 뿐이었다. 그러다가 전광판이 전반의 끝 45분을 막 가르키려할 바로 그 때. 상대에게 코너킥 찬스가 주어져 버렸고, 이어 문전다툼 중... 수비수 Sodje 가 상대 포를란을 밀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던 것이다.
삐익~ 맨유의 페널티킥.. 키커는 베컴.... 감독은 마침내 눈을 감아 버렸고, 뚜벅 뚜벅 공을 향해 뛰어가는 베컴선수의 발소리는 저승사자의 그것보다도 더욱 끔찍하게만 들렸다... 그리고 그 영원과도 같았던 시간이 지나고 갑자기 울려 퍼지는 홈팬들의 함성소리.... 베컴이 찬 킥이 왼쪽 포스트 바깥으로 빗겨 나가고 말았던 것이었다. 맨유의 선수들은 실망이 섞인 큰 한숨을 내쉴수 밖에 없었고, 우리 선수들은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감독의 전술도 이때를 기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원래 중앙수비수 2명의 맨투맨 수비와 양쪽 풀백의 지역방어 전술이었던 것을 전반내내 활약이 미미했던 중앙 미드필더 lee johnson 을 빼고 3명의 맨투맨 중앙수비수를 기용하는 5-3-2 전술로 바꾸었던 것이었다. 상대 3탑 전술에 맞추어 우리쪽도 3백 전술로의 변환인 것이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상대의 공격을 곧바로 우리 수비수가 가로채 전방으로 롱패스.... 상대의 페널티킥 실축후 1분도 지나지 않아 포르티요의 선제골이 터져 버린 것이었다.
그 이후 후반은 계속 우리팀의 페이스였다. 하지만 끝임없이 밀어부치는 와중임에도 추가골은 터지지 않았고, 스코어는 변함없이 1:0.. 준결승 2차전이 맨유홈에서 열린 다는 걸 감안하면 1점차 승리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스코어였고, 우리는 최소 1점 이상의 추가골이 필요했다. 이에 감독은 다시 결단을 내린 것이다. 포르할슨을 빼고 컨디션이 좋은 포르티요만으로 1탑 체제로의 변경이었다. 그리고 포르할슨 대신에는 얼마전 새로 영입한 발빠른 미드필더 simen brenne 을 투입... 새로이 5-4-1로 중앙을 보강하며 확실한 찬스 한방을 노리기로 한 것이다.
예상은 역시 적중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편 선수보다도 바르테즈의 공이 더 컸지만....) 후반 마저도 거의 끝나가던 전광판 시계 90분 무렵... 왼쪽의 taggart 선수가 왼쪽 사이드 라인을 따라 과감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해 갔고, 중앙에서는 이에 발맞춰 포르티요가 문전으로 쇄도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때 상대 바르테즈는 미리 센터링을 예측이라도 한듯, 포르티요에게로 뛰어 나가 버렸고..... 이에 taggart 선수는 포르티요선수로의 센터링 대신 직접 쇄도해 이 텅~~~ 비어 버린 공간으로 직접 슛을 때려 버리며 2:0 으로.... 깔끔한 홈경기 마무리를 해버린 것이다.
선수들은 모두 열광했다. (사실 감독이 더 열광했다 ^^). 이제 원정경기에서 최소 1:0의 스코어로 지기만 해도 대망의 결승진출인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거짓말과도 같은 원정 0:1 게임으로 2:1 결승을 확정지어 버렸다. 이 2차전 맨유 원정경기의 MVP 는 단연 우리 골키퍼 MACHO 의 몫이었다.(겜상에서는 아니었슴.. 감독선정 MVP -.-;;) 정말 신 들린 듯한 선방을 거듭, 결정적인 슛찬스들을 훌륭히 막아내며, 마지막 84분에 터진 상대 MARK FOX 의 골만 아니었으면, 정말 완벽한 90분 경기를 만들어 낼뻔한 그였었기 때문이었다.
지나치게 펀칭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던 그였기에(펀칭 20), 늘 불안불안한 마음을 숨길수 없었던 감독이었는데, 이 경기로 그를 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곧바로 주급 3300 유로라는 팀 최고급 대우와 함께 5년간 새로운 계약을 맺어 주었으며, 이 무렵 MACHO 개인적으로도 생애 최초로 AUSTRIA 대표팀에 부름을 받게 되는 경사까지 맞게 되었던 것이었다.
거칠것이 없이 달려왔던 리그컵이었지만, 어느덧 더 이상 갈래야 갈 수 없는 곳까지 도달해 버렸다. 2월 27일 윔블리 경기장에서의 첼시와의 리그컵 결승..... 85000명이 넘는 대관중들 앞에서, 사기가 오를대로 오른 우리는 59분 멜키오트의 퇴장, 82분 하셀바잉크까지 퇴장당하는 최악의 경기를 펼친 첼시를 3:1의 스코어로 가볍게 제치며 마침내 트로피를 손에 넣는데 성공한 것이었다.
지난 컨퍼런스로부터 2년간 수많은 기억들이 감독의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선수들.... 정말 그때는 애송이와도 같았던 그들이었는데 그 동안 정말 잘 싸워 주었고, 또 훌륭히 성장해 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오늘의 기적을 일구어 낸 것이다. Yeovil Town 의 기적... 이 선수들이 있는 한 언제까지라도 계속될 것이다.
첫댓글 와! 축하해요.저도 예오빌타운 하다가 컴퓨터가 고장나서 프리미어 진입직전에 그만두었는데..챔스까지 꼭 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