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月 10만원씩 3년 360만원 저금하고 1440만원 받는다
대선 앞두고..뉴딜로 '청년층 퍼주기'
220조 한국판 뉴딜2.0 추진..청년 대책에 8조
저축지원·채무상환 유예..대부분 '20대 불만 무마용' 단기대책
"지원기준 여전히 불명확..또 다른 공정성 문제 불거질 수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는 한국판 뉴딜사업 규모를 60조원 늘려 2025년까지 220조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또 저소득 근로 청년이 월 10만원 저축하면 10만~30만원을 지급해 3년간 최대 1080만원을 주기로 했다. 정부는 경제 구조 전환과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돕는 차원에서 이 같은 정책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당과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는 청년층을 잡기 위해 ‘돈 뿌리기’에 나선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제4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판 뉴딜 2.0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의 엄중한 상황을 맞았지만 한국판 뉴딜은 계속 전진해야 한다”며 “사람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판 뉴딜 2.0의 핵심은 기존의 디지털·그린뉴딜에 휴먼뉴딜을 추가하는 것이다. 고용안전망 강화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던 26조6000억원 규모의 대책을 50조원 수준으로 두 배 가까이로 확대했다.
휴먼뉴딜 중에선 8조원 규모의 청년대책이 새롭게 추가됐다. 10만원을 저축하면 최대 30만원을 정부가 지원하는 청년내일저축계좌 사업을 비롯해 미취업 청년의 채무를 5년간 상환 유예해주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를 통해 지난해 5500만원 수준인 29세 이하 가구주 금융자산을 2025년까지 8000만원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기존 디지털뉴딜에는 메타버스와 클라우드 육성 계획이 추가됐다. 플랫폼 개발과 콘텐츠 제작 지원을 통해 메타버스 전문기업을 2019년 21개에서 2025년 15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린뉴딜에는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필요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문가들은 청년층 지원이 한국판 뉴딜 2.0에 포함된 것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와 관련, “소득 기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다면 청년층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희망적금' 2년간 1200만원 납입하면 이자+36만원 장려금
군장병 月 40만원씩 적금 부으면 전역 때 1000만원 받아
< 민간기업 “한국판 뉴딜 투자” >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4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민간 기업들의 디지털·그린 분야 투자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정부는 한국판 뉴딜 2.0에 청년 대책을 새롭게 추가한 이유로 “코로나19로 국가의 미래 자산인 청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제시했다. 청년층의 자산 형성, 주거 안정, 고용 확대를 도와 경제·사회구조 전환의 핵심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청년 지원을 뉴딜의 주요 사업으로 삼는 것 자체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더군다나 정부가 재정으로 청년층을 지원해서 자산 형성을 하는 것보다 규제 완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360만원 저축하면 360만~1080만원 준다
정부는 내년께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세 종류의 금융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청년내일저축계좌는 매달 10만원을 저축하면 정부가 1~3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추가로 주는 상품이다. 연소득이 2200만원 이하면서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인 만 19~34세 청년이 가입할 수 있다. 중위소득 50%(약 1096만원)에 해당하는 차상위 계층 이하는 월 10만원을 저축하면 30만원을, 나머지는 월 10만원 저축 때 정부로부터 10만원을 받을 수 있다. 3년 만기인 점을 고려하면 360만원을 저축한 뒤 720만~1440만원을 수령할 수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예산 중복 등을 고려해 보건복지부 등에서 운영하는 유사 사업을 통폐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사업별로 청년에 해당하는 연령 기준이 조금씩 달라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2년간 4%포인트 금리를 가산해주는 청년희망적금도 나온다. 총급여 3600만원 이하 청년이 가입할 수 있는 상품으로, 2년간 1200만원을 납입하면 시중금리에 따른 이자액에 약 36만원의 저축장려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펀드 납입액의 40%를 소득공제해주는 ‘청년형 소득공제 장기펀드’는 총급여 5000만원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출시된다. 소득기준만 충족한다면 세 가지 상품에 모두 가입할 수 있다.
군장병 대상의 장병내일준비적금은 지원금이 확대된다. 연 5%대 은행 금리에 정부가 1%포인트 추가 금리를 지원하는 정기적금 상품으로, 금리가 높은 데다 이자소득에 세금을 매기지 않아 지난 3월 기준 가입자 수가 31만여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정부는 이런 금리·비과세 혜택에 더해 2022년부터 원리금의 3분의 1을 정부가 추가로 얹어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월 납부 한도는 40만원으로, 육군 기준 18개월 복무기간에 40만원씩 적금을 부으면 전역 때 1000만원가량을 손에 쥐게 된다.
○청년층 주거 안정·교육비 지원
정부는 청년층 주거 안정을 위해 주택금융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청년 전용 보증부월세대출 기준을 연소득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하고, 저소득 청년 대상의 월세 무이자대출을 추진한다. 공적전세대출 보증금 기준 상향(5억원→7억원)과 중소기업 취업 청년 보증금 대출 일몰 연장도 추진한다.
청년층의 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국가장학금 지원 한도도 인상한다. 기초·차상위가구 대학생 지원액을 기존 연간 52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올리고 다자녀가구의 셋째부터는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 대출(ICL) 지원 대상은 대학원생까지 확대하고 만 34세 이하 미취업청년의 채무 상환을 최장 5년간 유예하는 제도도 마련한다.
중소·중견기업이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관련 직무에 청년을 채용하면 6개월간 월 최대 180만원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또 청년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대기업 참여 인턴십을 운영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돕기 위한 정책이 필요한 상황인 것은 맞다”면서도 “한국판 뉴딜에 포함된 사업들은 단기적 지원인 경우가 많아 이를 통해 청년들의 인적 자본 형성이 가능할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