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483829
삶은 최전방이다
나는 싸우고 싶지 않았다
삶이 너무 촘촘해서 삶에 질식할 것 같은
그 모든 격렬한 문장 속에서
목덜미를 풀어헤치고
나는 다만 노래 부르고 싶었을 뿐,
포효하고 싶었을 뿐,
아무리 소리쳐도 소리가 안 나
뻐끔뻐끔 담배나 피워대는
이 몸은 발암물질이다
불순분자다
근본없는 혀다
버릇없는 어린아이다
나는 맹신하지 않았지
세상에 당연한 건 없으니까
이글거리는 나무 아래서
살갗이 타들어가는 슬픔 때문에
나는 무채색이다
뒤척이는 수면이다
아직은 고양이, 정복되지 않은 존재다
우리는 피가 엉겨붙지 않는
거대한 혈족 같지
손가락이 부러지지 않을 정도로만
꽉 끌어안고,
사랑은 말자
사랑해도 결혼은 말자
결혼해도 아이는 낳지 말자
가장 합리적인 방식으로
아이는 무럭무럭 시들어갈테니
이렇게 이상하고 슬픈 나라에서
어쩌다 사랑에 빠졌다고 결혼하지 말자
나이 때문에 결혼하지 말자
효도한다고 결혼하지 말자
다수의 일이라고 결혼하지 말자
외롭다고 결혼하지 말자
가난하다고 결혼하지 말자
아이를 원한다고 결혼하지 말자
그림처럼 어여쁜 우리들의 집
아이는 두렵고 지쳐 차라리 맹신할테니
맹신으로 더럽혀질테니
사랑이 사랑으로 살지 못하는
이렇게 나약한 나라에선
사랑을 말자
삶으로 성공하지도 말자
냄새나는 줄도 모르고
서로의 악취를 빨갛게 비벼댈테니
푹푹 썩어갈테니
번식할테니,
동의를 말자
실패하자
/ 고은강, 고양이의 노래 5
첫댓글 와우 뭐야? 진짜 개좋다
찾아보니까 이 시집에 수록돼있대 여시들 궁금하면 읽어봐도 괜찮을듯 나는 이따 사러 갈래! 좋은 시 추천해줘서 고마워 글쓴 여시야
맞아 저 시집에 수록된 시야! 넘 뿌듯한 댓글.. 내가 더 고마워😊
고마워 여시 😇🥹
너무 너무 좋다 문장 하나하나가 가슴을 쿵하게 만들 정도로
와 문장문장이 짜릿한데 마지막 제목에서 탁 침...잘 모르지만 이게 문학이 주는 힘이구나 싶어 좋은 글 고마워
오랜만에 콧멍왔다가 좋은 시 알게되네 여시야 고마워!!
와.. 이렇게 표현하는 건 정말 재능인 거 같아 좋은 시 고마워 여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