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과 웰다잉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면서
편안한 이별을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인의 병문안을 갔을 때의 일이다.
고령에다가 중증인 환자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산소 호흡기에 의지한 채 겨우 숨만 붙어 있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병들어 집에 누워 있으나
산에 누워 있으나 매한가지라는 말이 실감 났다.
우리나라도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약칭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됨에 따라
담당 의사가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자녀들이 동의하면 산소 호흡기를 제거하겠다고 했는데도
자녀들은 선뜻 동의를 못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처럼 예로부터 부모님께 효도하고
웃어른을 공경하는 경로효친 정신이
전통윤리의 핵을 이루는 사회에서
어느 자식이 부모의 산소호흡기 제거에 동의하겠는가?
숨이 붙어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자식의 도리 아니겠는가?
자녀들의 심적 부담이 십분 이해가 간다.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환자 본인이 미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해 두었더라면
자식에게 부담이 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인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에 들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뜻도 있지만
회복 가능성이 없는 때 무의미한 연명 조치 등의
의료행위보다는 인간으로서 존엄을 유지하면서
자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의향서를 작성하고 나니 오히려 홀가분했다.
생로병사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겪어야 하는 과정인데
이제까지 죽음을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한 나머지
삶과 죽음을 분리하여 생각해 왔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죽음은 확실한 미래이고, 인위적으로 늙고 죽는 사람은 없다.
젊음에서 늙음으로 가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이치이다.
단 한 번뿐인 인생,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며
또 어떻게 죽는 것이 잘 죽는 것일까?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보람 있게 보낸 하루가 편안한 잠을 가져다주듯이
값지게 쓰인 인생은 편안한 죽음을 가져다준다고 했다.
다시 말하면 잘 죽으려면 잘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요즘 우리 사회의 웰빙과 웰다잉이다.
우리나라 국민처럼 치열하고
열성적으로 살아온 국민은 없을 것이다.
선진국들이 수백 년 걸려 이룬 성장을
우리나라는 반세기 만에 이른바 압축 성장을 달성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물질적인 풍요는 이루었다.
하지만 정신적인 만족감까지 이룬 것은 아니었다.
물질적 가치나 명예보다는 몸과 마음의 편안함과
행복을 추구하는 새로운 생활방식이 웰빙(Well-being)이다.
그런 다음, 어떤 죽음이 건강한 죽음이고 행복한 죽음인가?
잘 죽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웰다잉(Well–dying)이다.
그러므로 웰다잉보다 선행하는 것이 웰빙이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다.
자기만 잘한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다.
지금의 주변 상황은 매우 복잡다기하다.
언제 죽음이 닥쳐올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므로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이라고 했다.
또 어제는 부도난 수표이고, 내일은 약속어음이며
오늘이야말로 유일한 현금이다.
현명하게 사용하라는 말도 있다.
다시 말해 과거와 미래는 실체가 없는 허상이고
지금 이 순간만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실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충실하게 사는 것이 바로 웰빙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죽음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편이라고 한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과 마주하게 된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삶의 끝자락에서
아등바등 매달리기보다는 마치 즐거운 나들이를 왔다가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천상병 시인의 귀천)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 세상을 떠날 수 있다면
이것이 생의 마지막 행복이 아닐까?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무엇보다도 일생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웰빙을 추구하면서
가족은 물론 친구, 주변 사람들과도
편안한 이별을 할 수 있도록 사전에
웰다잉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우리의 삶에 대한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고
그것을 소중히 여기는 것
죽음을 맞이할 때 품위 있고 존엄하게 받아들이는 것
삶을 정리하고 죽음을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행위
이것들을 웰다잉이라고 한다.
웰빙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웰다잉
우리 모두 살아온 모습 그대로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에
잘 죽기 위해서 잘 살아야 한다.
나는 어떤가?
첫댓글 다시한번 공감의 글에 오늘도 잘가기위해 잘 살아야 겠어요
속히 의료보험 공단에 가서 마음에 두고있는거 실천해야는데 일부러 안가저서 오늘은 가봐야 겠네요.
남은 인생 즐겁게 잘 살아야 겠습니다.
@경인선 어제 의보협에 가서 신청하고 나오는데 눈물이 찔끔두번 나오데요..ㅎ
@찬미 드디어 용기를 내셨네요
잘하셨습니다 박수를 보냅니다,
오늘부턴 무조건 웰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