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2일부터 한국경제신문에 한경에세이를 쓰고 있습니다. 매주 화요일마다 8번에 걸쳐 쓰기로 하고 4번을 썼습니다.
첫 번째 에세이 제목은
<당신의 회사는 건강한가요> 였습니다. 다소 딱딱한 글이었습니다.
3월, 4월 필진의 글을 보니 필자들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글이 많아 아마도 경제지이니 이런 부류의 글을 원하나 보다 하고 맞추어 썼습니다. 그런데 한경 측의 반응은 그 반대였습니다.
"변호사님 글은 원래 부드러우신대 이번 글은 변호사님 스타일이 아니시네요." "저는 그런 글을 원하시는 줄 알고."
"아니에요.
그냥 수필을 써주세요. 월요편지 쓰시는 스타일로 쓰시면 됩니다."
"그러면 저로서는 훨씬 편하지요."
저는 8번의 글 중
4번은 업무와 관계있는 글을 쓰고 나머지 4번은 그냥 수필을 쓰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에세이가 두 번째 <어머님께 드리는 선물>,
세 번째 <대들보감은 대들보로 기둥감은 기둥으로>,
네 번째 <국내 포털에선 검색 안 되는 '리걸 테크'>였습니다.
저는 매번 글을 쓰면서 글을 쓴다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니체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서 이런 이야기 하였습니다. "책을 쓴다는 것은 무엇을 가르치기 위함이 아니다. 독자보다 우위에 있음을 과시하기 위함도 아니다.
책을 쓴다는 것은 무언가를 통해 자기를 극복했다는 일종의 증거다. 낡은 자기를 뛰어넘어 새로운 인간으로 탈피했다는 증거다. 나아가 같은 인간으로서 자기 극복을 이룬 본보기를 제시함으로써 누군가를 격려하고자 함이요, 겸허히 독자의 인생에 보탬이 되려는 봉사이기도 하다." 저도 그런 심정으로 글을 쓰려 합니다.
에세이 숙제 때문에 일요일이면 매번 끙끙댑니다. 다행히 이번 주 5번째 원고는 토요일 저녁에 일찌감치 썼습니다.
저는 월요편지와는 달리 에세이는 세 사람에게 보여주고 평가를 받습니다. 아내와 사무실의 성원영 변호사, 김선정 과장 등이 그 검열관입니다. 그들은 신란하게 비평을 합니다. 결국, 에세이는 원래 초고에서 상당 부분 바뀐 모습으로 송고됩니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마지막 검열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의 담당 기자입니다. 제 원고를 꼼꼼히 보고 한자 한자 전문가의 솜씨로 다듬어 주고 있습니다.
일간지에 글을 쓴다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많은 분이 보는 글이니만큼 소재도 소재지만 글의 완성도가 높아야 하지요.
저는 기자가 제 글을 고친 것을 보고,
제 글이 전문가의 눈으로 볼 때는 한참 서툴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제가 쓴 원래의 의미는 그대로 잘 살리면서도 훨씬 찰지고 맛깔스럽게 문장을 다듬었습니다. 저는 일부러 매번 신문에 에세이가 게재되면 제가 보낸 원고가 어떻게 교정되었는지를 한눈 알기 위해 원래 글에 빨간색으로 수정된 부분을 첨가하였습니다.
갑자기 글이 모두 뻘게졌습니다.
초임 검사 때 부장님이 고쳐주신 기억이 났습니다.
가장 많이 고쳐진 4번째 에세이의 수정 과정을 보여드릴까 합니다. 저로서는 부끄러운 일이지만 여러분들께서는 글이 어떻게 다듬어지는지 직접 보실 기회가 될 것이고 여러분이 쓰시는 글을 어떻게 다듬어야 하는지 돌아볼 기회가 되실 것이기 때문에 공개합니다.
[조근호의 원고]
지난주 목요일
형사정책연구원 춘계학술대회를
마치고 발표자들과
뒷풀이하는 자리에서
필자는 <리걸테크>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네이버에서
리걸테크가 검색
안되는데요."
구글에서는 Legaltech가 38만건
검색되었다. [legaltech]는 미국에 널리 알려져 있으나 <리걸테크>는 우리에게 생소한 용어인 것이다.
리걸테크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을 일컫는
표현이다. 리걸테크
회사라 하면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법률시장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목적으로
설립된 스타트업
회사를 말한다.
핀테크 회사의
법률 버전인
셈이다.
리걸테크 회사는
2000년 초부터 창업되었으나 본격 발전한 것은 2011년부터이다.
온라인 법률상담
소프트웨어, 인공지능을 이용한
법률서식 작성,
온라인 법률마켓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2014년
미국에서는 리걸테크
회사에 2억5,400만 불이 투자되었다.
특히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가
리걸테크를 강력
후원하고 있다.
로스쿨 내에
법학과 교수와
컴퓨터 공학과
교수들이 협업하는
CodeX 프로젝트 센터를 만들었다. CodeX 프로젝트를 통해
창업된 리걸테크
회사는 Judicata, Lex Machina, Attorney Fee 등 많이 있다.
이 글은
사진처럼 편집
과정을 거쳤고
최종본은 다음과
같습니다.

최근 한
학술대회를 마치고
발표자들과 뒤풀이하는
자리에서 ‘리걸테크(legaltech)’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네이버에서
리걸테크가 검색이
안 되는데요.”
구글에선 리걸테크
검색 결과가
38만건에 달했다.
미국에선 널리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선 아직
생소한 용어인
것이다.
리걸테크는 핀테크(금융+기술)의 법률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온라인 법률상담
소프트웨어, 인공지능을 이용한
법률서식 작성,
온라인 법률마켓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미국에선
2011년 들어 본격적으로 시장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으며, 2014년 리걸테크 분야 회사에 2억5400만달러가
투자됐다.
특히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리걸테크를
강력히 후원하고
있다. 로스쿨
내에 법학
교수와 컴퓨터공학
교수들이 협업하는
‘코드엑스(CodeX) 프로젝트
센터’를
설치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창업한 리걸테크
회사로는 주디카타(Judicata)와 렉스 마키나(Lex Machina), 어토니피(Attorney
Fee) 등이 있다.
무엇이 바뀌었는지
아시겠지요. 이 편집을 통해 제 글이 훨씬 완성도 높게 바뀌었습니다. 이
편집 과정을
보면서 옛날
학창시절 배웠던
<퇴고(推敲)>라는
단어가 생각났습니다.
퇴고(推敲)는 문장을 다듬고 어휘를 살피는 것을 말하지요. 모두가
아시는 내용이지만
옛날 기억을
더듬는 의미에서
그 고사를
인용해 봅니다.
唐(당)나라 때의 詩人(시인)
賈島(가도)가 나귀를 타고 가다 詩想(시상)이 떠올랐습니다. "새는 못 가 나무에 자고 중은 달 아래 문을 두들긴다. 鳥宿池邊樹 조숙지변수
僧敲月下門 승고월하문"
그런데 중이
달 아래
문을 두들긴다는
말보다는 민다고
하는 것이
어떨까 고민하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나귀를 탄
채 두
글자를 놓고
‘밀었다, 두들겼다’
하며 가다가
貴人(귀인)의 행차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그 행차는 공교롭게도 京兆尹(경조윤) 韓愈(한유)의
행차였다. 행차
길을 침범한
혐의로 한유
앞으로 끌려나간
그는 사실대로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한유는 노여워하는 대신
한참 생각하더니,
“역시 민다는
推(퇴)보다는 두들긴다는 敲(고)가 좋겠군.” 하였습니다. 그
뒤로 두
사람은 문학을
나누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저는 한번은
글쓰기를 통해,
한번은 퇴고를
통해 니체가
말한 자기
극복의 과정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제 글이
편집을 통해
다듬어질 때마다
제 자신이
낡은 자기를
뛰어 넘어
새로운 인간으로
탈피해 나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퇴고의 맛이
바로 이런
것인가 봅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6.5.30. 조근호 드림